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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착한 실손보험'을 착하다고 부를 수 없는 이유

2017년 04월 24일(월)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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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보험료가 기존보다 최대 35%까지 내려간다며 내세웠던 '착한 실손의료보험'(이하 착한 실손보험)이 출시 4주 차를 맞고 있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존 보험상품에 끼워팔기 형태로 판매됐던 관행을 벗어나 저렴한 단독형 상품도 선택할 수 있고 3가지 특약 중 소비자가 원하는 것만 골라 선택 가입할 수 있는 등 진일보했다는 자평이 이어졌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구관이 명관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올 정도로 착한 실손보험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착한 실손보험은 가입단계에서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것저것 다 빼고 저렴한 가격에 기본 보장만 받을 수 있다는 단독형 상품은 가입조차 쉽지 않다. 낮은 이윤을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실손보험 자체로는 큰 이윤을 남기지 못해 예전부터 다른 보험상품의 미끼로 주로 판매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예견된 사태라고 보는 것이 맞다.

보험사와 일선 설계사들에게 보험료가 저렴한 착한 실손보험은 가입자에게나 착한 보험일 뿐 오히려 손해율을 상승시키고 수익성 악화의 주범일 뿐이다. 더욱이 단독형 상품이 나오면서 월 보험료가 1만 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수익성은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단독형보다는 기본+특약형 상품 판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착한 실손보험 출시 이후 단독형 상품 판매 비중은 15% 미만으로 대부분 기본+특약형 상품에 집중돼있다. 기존 실손상품에서 수요가 가장 많았던 도수치료, MRI 등이 모두 특약으로 빠져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

게다가 특약형은 자기부담금 비중이 기존 20%에서 30%로 상승하면서 소비자 부담만 가중된 결과를 낳았다. 착한 실손보험은 의도만 좋았을 뿐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착한 상품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보험사들은 기존 실손보험과 마찬가지로 다른 보험상품과 끼워팔아 수익성을 보전할 수밖에 없는데 끼워팔기 금지가 포함된 보험업 감독규정은 내년 4월에나 발효돼 앞으로도 1년 가까이 보험사와 소비자간 씨름이 이어질 것도 뻔하다.

그렇다고 보험사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실손보험 개편안은 한데 뭉쳐있던 실손보험 혜택을 주요 특약별로 나눴을 뿐 실손보험 손해율 급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 남아있어 손해율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억지로 특약을 빼서 만든 기본형 상품을 판매하려니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

금융당국에서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실손보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기존 상품의 구조만 단순히 변경하고 가격을 낮추는 선에서 끝나 보험사 입장에서도 울며겨자먹기로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단독형 실손보험을 꺼내야 했을 터.

기존 실손보험 상품이 과다 진료로 인한 손해율 상승, 그리고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까지 폐해가 많은 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 없이 기존 상품 구조에서 약간 변형한 정도에 그친 착한 실손보험의 초반 고전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것이 업계 전반적인 입장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실상은 달랐던 '착한 실손보험'이 금융당국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막을 내리지 않기 위한 후발 작업들이 시급하다.  

[소비자가만든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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