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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전 부품보유기간 늘려도 소비자는 속 끓는다

2017년 08월 29일(화)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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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했다. 주요 내용은 자동차 교환·환급 요건 완화, 신유형 상품권 환급 기준 신설, 품목별 보유 기간 기산점 변경 및 연장 등이었다.

자동차의 교환, 환불이 쉬워진다는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부품보유기간 변경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품보유기간의 경우 TV, 냉장고 8년 → 9년, 에어컨, 보일러 7년 → 8년, 세탁기 6년 → 7년 등 주요 가전제품의 보유기간이 1년 연장됐다.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권익을 강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부품보유기간 기산점도 함께 변경됐기 때문이다. 기존 '단종일자 기준'에서 '제조일자 기준'으로 바뀌었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제품 구입 시점에 사업자의 부품 보유 기간을 예측키 어렵고, 사업자는 부품 수량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조기 단종의 유인이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시행 후 10개월 정도가 지난 현재 소비자고발센터에 쏟아져 들어오는 제보들을 보면 많은 소비자들은 품질보유기간이 변경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특히 품질보유기간 기산점을 단종일자에서 제조일자 기준으로 바뀐 내용은 더더욱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부품보유기간을 1년 늘렸지만 사실상 단축된 것과 같다. 제품을 구매한 시점에서 단종되기까지의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V구매 후 4년 뒤 제품이 단종됐을 때 기존 부품보유기간인 8년을 더해 12년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제조일자 기준 9년이기 때문에 3년을 손해보게 된다.

부품보유기간을 제조일자로 변경하면서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을 10년 이상 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부품보유기간이 지나면 제품을 고칠 수도 없고, 감가상각보상조차 받지 못한다.

물론 종전의 경우 제품 단종시점을 소비자들이 알지못하는 맹점이 있었다. 제조사들은 제품이 단종됐다고 소비자에게 알리지도 않거니와 생산중단시점을 자기 쪽에 유리하게 얘기하며 수리거절하거나 감가상각보상을 거부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는 제조사들이 제품 단종시점을 고지하도록 하면 해결됐을 일이다. 제품 단종일을 각사 홈페이지에 기재토록 의무화하면 소비자들은 문제 발생시에 이를 보고 부품보유기간의 책임을 제조사에게 물을 수 있었을 터다.

해당 내용을 공정위 관계자에게 묻자 "제품을 단종하고 나서 부품을 계속 보유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소비자들은 언제 단종됐는지도 모르는 문제가 있어 개정했다"며 "기산점 변경으로 사업자의 부품 보유 기간이 짧아진 측면도 있음을 고려해 1년씩 늘렸다"고 보도자료같은 답변을 했다.

부품보유기간을 1년 늘린 것은 생색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품보유기간 기산점 변경은 너무 제조사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닌지 아쉬운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분쟁해결기준을 제조사들이 지켜나갈 수 있도록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 제조사들은 지금도 부품보유기간 중 부품없다고 수리가 불가능하니 감가상각을 권유하며 미안하다고만 한다. 강제성을 부여해 지켜나갈 수 있는 법이 되도록 시정해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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