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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40번 버스 사건으로 되새겨보는 방송의 공정성과 사회적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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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40번 버스 사건으로 되새겨보는 방송의 공정성과 사회적 책무  
  • 김정원 평택대학교 피어선칼리지 교수 jhmoon@csnews.co.kr
  • 승인 2017.09.23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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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40번 버스 사건이 언론은 물론 인터넷 세상을 크게 달궜다. 인터넷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모두 분개했다.

아이는 내리고 엄마만 태운 채 버스는 출발했고, 여기에다 차를 세우라는 엄마와 승객들의 요구는 무시한 채 다음 정류소까지 간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서가 되지 않은 파렴치한 행위였다.

이 사건이 터지자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버스 운전기사가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됐다. 입에 담지도 못할 인신공격에다 신상 털기까지 해당 운전기사에 대한 공격은 극에 달했다.

한 종합 편성 채널의 뉴스는 불난데 기름을 끼얹는 격이었다. 앵커는 강한 어조에다 운전자가 범죄인처럼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뉴스를 진행했다. 240번 버스 운전기사는 정말 나쁜 사람으로 모두가 함께 이 사람에게 돌을 던져야 한다는 식이었다.

취재 기자와 함께 출연한 변호사도 덩달아 운전기사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어 버렸다. 인터넷에 올라온 첫 제보자의 말만 믿고 일방적인 방송을 한 것이다.

저러다 목격자의 제보가 사실이 아니라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될 정도로 위험 수위를 크게 넘나들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다른 뉴스 채널은 평정심을 갖고 이 사건을 다뤘다. 정확한 사건 발생 내용과 해당 운전기사의 발언, 그리고 서울시에서 진상 조사에 착수 했다는 내용 등이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우려가 현실이 됐다. 서울시가 버스 내부 CCTV 영상을 조사한 결과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첫 제보자가 글을 과장해서 올렸고 운전기사는 별다른 잘못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결국 제보자가 운전기사와 가족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으로 이 사건은 마무리가 됐다. 한 사람의 잘못된 제보를 인터넷과 방송은 제대로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들에게 마구 퍼 날라 온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어 놓았다.

이후 해당 방송사가 어떤 내용의 사과를 하는 지 지켜봤지만 별다른 해명은 나오지 않았다. 방송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식이었다.

물론 버스 운전기사는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제보자와 방송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정신적 피해가 극심한데 긴 시간을 요하는 소송을 하여 명예훼손을 극복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지상파든 케이블 방송이든 방송은 공공재(公公財) 성격을 지닌다. 방송은 우리 모두의 것이지 어느 한 방송사의 사유물이 아니다. 그래서 방송사 허가나 관리를 정부에서 엄격하게 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서 항상 사실 확인은 기본이고 특히 고발 기사의 경우에는 양측의 진술을 균등하게 보도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다. 이번 사건도 운전기사의 말을 보도 전 확인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방송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또한 이번 잘못에서 자유로울 수 는 없지만 그래도 방송은 ‘사회적 공기(公器)라는 면에서 인터넷과는 큰 차이가 있다. 권한은 있되 책임은 지지 않는다면 방송은 단지 흉기(凶器)에 불과할 뿐이다.

종합 편성 채널이 등장하면서 국내 방송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 폭이 넓어진 장점도 있지만 이번처럼 여과되지 않은 방송으로 시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도 있다. 어느 분야든 항상 기본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일이고 언론은 특히 공정성 있는 보도를 위해서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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