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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송곳칼럼] 미친 튤립 ‘폭탄 돌리기’ 와 비트코인 광풍

2017년 12월 11일(월)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 csnews@csnews.co.kr

예전 80년대 독일에서 5년간 유학한 적이 있다. 당시 4월에 독일 땅을 처음 밟았는데 동네 곳곳에 화려한 튤립이 만개해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같은 느낌을 줬다. 국화 진달래 등 소박한 한국 토속 꽃과는 또 다른 화려하고 기품있는 아름다움이었다. 튤립꽃에 반해서 나도 여러개의 구근을 사다 정원에 심었다.

그 다음해 역시 그 천상의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꽃이 이상했다. 크고 화려했던 꽃색깔이 흐릿해지고 무엇보다 꽃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웃들에 물어보니 튤립은 그렇게 구근의 에너지가 다하면 꽃이 줄어들다 나중에는 아예 피지 않고 소멸하기 때문에 새로 구근을 사다 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참 이상한 생물이다. 식물과 동물을 막론하고 모든 생물은 자기 종족을 이어갈 수 있는 번식의 능력이 있는데 튤립은 그게 없다니...뿌리가 뻗어서 새 종자를 만들지도, 꽃이 지면서 열매가 생겨 씨를 뿌리는 능력도 없는 정말 이상한 생물이다.

아직까지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다만 짐작으로 튤립의 이런 무능한 생식 능력 때문에 원조국인 네덜란드에 17세기 세계 최악의 버블이었다는 튤립 광풍이 일었나 상상해본다.

튤립은 16세기 터키로부터 네덜란드에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꽃의 색깔이 각각이고 게다가 무늬까지 다양해 곧 귀족과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었다. 튤립이 투기 대상이 된 건 ‘우연성’ 때문이라 전해진다.

꽃이 활짝 필 때까지 무늬와 색깔을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뿌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현상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아무도 그 원인을 몰랐다. 당연히 색깔이 희소하고 무늬가 다채로운 희귀종이 인기를 누리고 가격이 비쌌다. 그러자 농가들은 뿌리마다 무게와 어떤 변종인지를 알 수 있도록 번호표를 부착하고 거래일지도 만들었다.

이렇게 매매방식이 표준화되자 꽃이나 뿌리같은 실물 없이 서류만으로도 거래가 충분히 이루어지는 소위 ‘선물거래’가 생겨나게 됐다. 땅 속에 있는 튤립의 뿌리를 미래의 특정한 시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뒤 결제 시점이 돌아오면 시가와 거래가의 차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표준화된 튤립은 사람들의 투기 심리에 힘입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오르기 시작했다. 튤립 한 뿌리의 가격이 집 한 채 가격으로, 꽃 한송이가 근로자 몇 년치 연봉에 달할 정도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1637년에 이르러 튤립 거품은 절정에 달해 하루에도 2~3배씩 오르기도 하면서 한달동안 무려 2600%의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집과 땅을 팔아 불나방처럼 튤립 도박판에 뛰어들었다.

폭탄돌리기를 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튤립 가격은 1637년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번 가격이 떨어지자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연일 폭락하면서 불과 4개월만에 95%의 가격이 빠졌다. 상투를 잡은 투자자의 경우 4개월만에 원금의 5%밖에 남지 않게 된 것이다.

거품 붕괴로 암스테르담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게 됐고 돈을 잃은 낭인이 국가적 ‘애물단지’가 돼 사회적 혼란도 극심했다고 전해진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전설’같은 사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적으로 이런 난해한 사건들이 적지 않았다.

2000년대초 그저 닷컴이란 간판 하나 달아 놓으면 주식값이 수십배 뛰어 국내 굴지의 기업 시가총액을 넘보던 ‘미친 닷컴 거품’의 시대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최근엔 비트코인이 이 자리를 대신한 것이 아닌가 싶다.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거래소에서 8일 2천만 원을 돌파했다. 한 달 전 800만 원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무려 150% 넘게 올랐다.

해외에서도 급등세가 나타나지만,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유별나게 과열되는 양상이다. 마치 17세기 튤립 폭탄돌리기의 또다른 버전을 보는 것 같다.

멀지 않은 어느 시점에서 또 다시 정말 이해하지 못할 미친 비트코인 거품이 있었다고 회자하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 아슬아슬하다.

[컨슈머리서치=최현숙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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