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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생의 장그래도 '채용비리'였을까?

2018년 03월 16일(금)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지난 2014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장그래는 원인터내셔널이라는 대형 무역상사에 취업한다. 그런데 취업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프로 바둑 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장그래는 고졸이다.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 만한 능력도, 경력도 없었다. 하지만 장그래가 다니던 바둑 기원 후견인이 대형 무역상사의 사장과 지인이었다.

사장 추천, 이른바 '낙하산'으로 장그래는 원인터내셔널의 비정규직 사원으로 채용된다. 자, 여기서 질문. 그럼 장그래는 '채용비리'에 해당할까? 아닐까?

수년 전 드라마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채용비리가 금융계를 초토화시키고 있어서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12일 채용비리 논란의 중심에 서며 사의를 표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변호사 채용비리 의혹으로 여의도 본원이 압수수색 당했고, 그해 9월 감사원 감사결과 신입 직원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채용비리로 전 금감원장은 물러났고, 최 원장은 최초의 민간출신 금감원장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취임했다.

최 원장은 취임 직후 부원장보를 전원 물갈이하는 등 조직쇄신에 나서는 한편 지주, 은행 등의 채용비리를 강도 높게 조사하는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스스로 하나금융 채용비리 논란에 휘말려 결국 역대 금감원장 중 가장 짧은 취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얻었다.

금융권의 채용비리 잔혹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금감원은 최 원장의 주도하에 지난 1월 하나ㆍ국민은행 등 5곳의 은행에서 2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 의뢰,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 원장이 물러나자 금감원은 하나금융을 정조준하고 있다. 금감원은 15일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비리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검사는 전례 없이 고강도로 진행된다. 특검단도 총 2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로 구성됐다.

검찰과 특검단의 수사 및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금융권의 채용비리 논란이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도 특혜채용 논란으로 노조가 14일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연일 시끄러운 상황이다. 

최근 금융권에 몰아치고 있는 채용비리들은 적용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최흥식 금감원장의 사례에서도 보듯 단순히 이름만 건낸 것도 비리로  볼 것이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4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최 전 원장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이름을 전달하는 등 단순 추천한 것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단순추천도 채용비리로 볼 수 있단 얘기다. 그런 논리라면 앞서 소개한 미생의 장그래도 채용비리가 분명해 보인다.

금융권 채용비리를 두고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금융권이 더 심하게 부패했기 때문에 채용비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추천 관행'은 드라마 미생에서처럼  사회 전반에 만연된 문제다.

물론 공공기관 성격이 짙은 금융업계의 특징상 국민의 높은 도덕적 잣대는 당연하다. 금융권에서 시작된 채용비리를 보면서 산업계, 정치계, 문화계 등 다양한 곳에서 느끼는 바가 클 것이다.

고통스럽겠지만 대한민국의 잘못된 채용 관행을 바로잡아 나가는 과정에 금융권이 중심에 있다. 금융권 채용비리 파문이 사회 곳곳에 퍼져 좀 더 클린해지는 대한민국 일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정부당국은 채용비리로 보는 정확한 기준을 제시했으면 한다. 그래야 채용비리로 몰려 다치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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