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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소비재 자동차

[구멍 뚫린 소비자규정㊳] 자동차 부품보유기간 있으나 마나

2018년 11월 07일(수)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 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례1. 천안시 병천면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해 9월 르노삼성 QM3를 구입했다. 차량 구매 후 한 달도 안 된 10월 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가 나 수리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차량 입고 후 한 달이 훌쩍 지나서도 부품 공급이 안 돼 수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답답한 이씨가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를 정해 다시 연락 주겠다는 말 뿐이었다. 이 씨는 “이렇게 무책임하게 차만 팔고 방관하는지 참으로 황당하다”면서 “기본적으로 차를 팔기 시작하면 그 모델에 관한 부품 서비스도 철저히 준비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닌지”라며 의아해 했다.

#사례2. 성남시 백현동에 사는 송 모(여)씨는 지난해 9월 접촉사고로 자신의 인피니티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입고했다. 당시 서비스센터로부터 국내에 부품이 없어 차량수리가 10월말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안내를 받는다. 하지만 11월이 되어도 부품이 없어 차량 수리를 받지 못했다는 송 씨는 “서비스센터와 부품발주업체에 수차례 재촉을 하였지만 수리를 받지 못했다”면서 “출고한지 2달밖에 안된 신차를 2달간 세워두면서 리스료, 보험료 등으로 200만 원 상당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억울해 했다.

#사례3. 서울시 창신동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8월 운행 중인 기아차 스토닉이 사고가 나면서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당초 서비스센터는 수리에 10여일의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출고 예상일을 훌쩍 지나도록 차량은 고쳐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파손된 부품의 재고가 없어 수리가 지연되고 있었던 것. 결국 김 씨가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측에 수차례 항의 끝에 한 달이 다 되어서야 차량을 수리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수리 지연에 대해 항의를 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었다”면서 “수리가 지연되면서 차량 대여비가 발생했지만 아무런 보상도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사례4. 여수시 봉계동에서 2014년 6월식 올 뉴 카니발을 운행 중인 진 모(남)씨는 최근 차량의 PM센서가 고장났다. 진 씨가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맡겼지만 “해당 부품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서 현재 재고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차량을 언제 고칠지 모른다는 것. 진 씨가 끊임없이 서비스센터에 항의한 끝에 일주일 만에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 진 씨는 “내 경우는 업체측에 강하게 항의해 겨우 수리를 받았다. 조용히 있는 소비자들은 아마 수리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보유기간에 대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다양한 자동차 모델에서 부품을 구하기 힘들다는 소비자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부품 수급 지연으로 사고나 차량 결함이 발생해도 제때 수리를 못해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강제력 없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징벌적 보상 제도 언제쯤?

  <자동차 부품보유기간에 대한 관련 규정>
  소비자분쟁해결기준 : 자동차 부품보유기간 8년으로 규정.부품 미보유 시 품질 보증 기간 (2년) 이내에는
  최대 필수제비용을 포함한 구입가 환급 및 차량 교환 가능.

  <규정 속 허점>
  실제 정비 현장에서는 부품 수급 지연, 파업 등 다양한 이유로 수리 늦어지는 경우 다반사.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자동차의 부품보유기간을 8년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정비 현장에서는 수입이 늦어진다거나, 파업 등 다양한 이유로 부품이 없어 수리가 늦어지는 경우 다반사다.

이 경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품질보증기간(2년) 이내에는 최대 필수제비용을 포함한 구입가 환급 또는 차량교환까지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별도의 보상 없이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부품보유기간은 사업자가 해당 제품의 생산을 중단한 시점부터 기산하며 제품 및 부품이 단종됐을 경우에도 이 기준을 참고한다. 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이 같은 부품보유기간을 지키지 않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권고사항일 뿐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부품재고를 떠안고 있는 것보다는 감가상각을 반영해 보상해주고 신제품을 구매토록 하는 게 이득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일부 부품이 없어서 큰 돈을 들여 새 제품을 사야하는 입장에 처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규정이 있어도 기업들이 돈벌이를 위해 소비자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이다. 특히 고가의 자동차를 부품 하나 때문에 쓰지 못하는 데 대해 기업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동차 부품 수급과 관련한 규정에 대한 정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국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권고사항에 그치고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전문기관이나 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유권해석을 통해 자동차 제조사와 소비자간의 견해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 역시 “자동차 제조사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자발적인 개선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강제력을 띤 관계 법령의 정비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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