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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소비자규정] 아파트 하자보수 '별따기' ...재하자는 규정도 없어

2018년 06월 14일(목)
탁지훈 기자 tghpopo@csnews.co.kr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례1.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분양한  대전 유성구의 노은해랑숲마을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양 모(여)씨는 겨울만 되면 결로현상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결로현상으로 이미 하자보수를 2번 받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얼마 전 다시 하자 보수 신청을 했지만 책임기간(2년)이 만료됐다는 거절의 답만 돌아왔다.

#사례 2.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KCC건설의 광교산 스위첸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김 모(여)씨는 입주 시 거실 타일에 금이 간 것과 타일 사이의 매지 불량, 욕실 거울 모서리에 녹이 스는 등 다양한 문제를 발견하고 건설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했다. 그러나 업체로부터 기다리라는 말만 3년째 들어야 했다. 김 씨는 “이제 책임기간도 끝나 보수를 받을 수 없게 됐다”며 하소연 했다.

#사례 3. 지난해 9월 예승종합건설의 아파트에 입주한 인천 남동구의 박 모(여)씨. 박 씨는 입주 3개월 후부터 안방화장실 타일 하자, 창문 결로 및 곰팡이 등이 발생하자 하자보수 신청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예승건설은 도무지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고 관리사무소 측은 방법이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고. 박 씨는 “의도적인 피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답답해 했다.

일부 건설사들이 하자보수의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입주자들 고충을 겪고 있다. 막무가내로 시간만 끌다 책임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9조 3항에 따르면 사업주체는 하자보수 청구를 받은 사항에 대해 지체 없이 보수하고 그 보수 결과를 서면으로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임차인에 통보해야 한다. 다만 제39조 4항에 의거 보수결과를 통보받은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임차인은 통보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유를 명확히 기재한 서면으로 사업주체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주체는 이의제기 내용이 타당하면 지체 없이 하자를 보수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을 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은 입주자대표회의 및 임차인이 하자보수를 청구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체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을 때는 시정을 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건설사들은 요청받은 하자보수를 차일피일 미루다 책임기간이 종료되면 이를 핑계로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어렵게 하자보수를 받는다고 해서 한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결로나 누수 등의 문제로 하자 보수를 받았지만 수년째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민원이 줄을 잇는다. 입주자들은 반복되는 하자가 잘못된 보수 처리로 인한 것인지, 동일한 부위에 새로운 하자가 생긴 것인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담보책임기간 이후 나타난 하자는 원칙상 보수가 불가능하지만 하자보수 공사가 잘못돼 재발한 문제라면 보수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같은 곳에서 다시 하자가 발생하는 '재하자'의 경우 입증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현재 공동주택관리법과 시행령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재하자는 민법 등 다른 법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일본처럼 소비자계약법 따로 만들어야” 

소비자단체에서 건설 관련 상담을 맡고 있는 한 전문가는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도 과거 소비자분쟁을 해결하는데 있어 민법상으로만 접근했지만 민법조항의 추상성으로 인해 예견 가능성, 법적 안정성 등이 낮아 신속한 분쟁해결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결국 신속한 분쟁해결을 위해 일본은 '소비자계약법'을 제정했고 우리도 일본처럼 계약에 관한 법률을 따로 만들어 기준을 설정할 경우 지금보다 빠른 개선이 기대된다는 것.

현재로서는 내용증명 발송을 통해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시공사 측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국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입주자가 불합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공사에 하자가 있다는 내용증명을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용증명을 보내지 않거나 일회성에 그칠 경우 시공사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입장에서는 시공사가 의도적으로 보수 공사를 피하고 있는지를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탁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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