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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 이유와 정의선 부회장에게 남겨진 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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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 이유와 정의선 부회장에게 남겨진 숙제는?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8.05.2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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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주총을 불과 8일 앞두고 백지화됐다. 이에 따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그룹 3세 승계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21일 지배구조 개편안 전면 철회를 발표했다. 이번 철회는 사실상 모비스의 글로비스 분할·합병에 대한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과 주주들의 반대로 개편안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이에 따른 타격을 사전에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개편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면 그동안 개편안의 당위성과 공정성을 주장해온 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완전히 새로운 내용의 개편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 안을 마련했다. 모비스의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다음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글로비스에 합병하고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안이었다.

개편안 발표 직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시작으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줄줄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개편안 통과 여부가 안개 속에 빠져들었다.

여기에 전 세계 의결권 자문시장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ISS의 반대 권고가 결정타를 날렸다. 현대모비스 주주의 절반가량(48.6%)이 외국인 주주들인데, ISS의 권고는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반대 진영은 현대차그룹이 정한 합병 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고 분할·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분명치 않으며,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방안이라는 현대차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공단과 자문 계약을 맺은 기업지배구조원마저 반대를 권고하면서 시장에서는 개편안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민연금이 찬반 결정을 맡긴 의결권전문위가 부담을 덜기 위해 기권이나 중립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현대차그룹에 불리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무리하게 개편안을 밀어붙이기보다 시간을 두고 개편안을 수정·보완하면서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정의선 그룹 3세 승계 작업 빨간불...합병 비율 조정이 관건

현대차그룹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번 개편안이 통과됐다면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고, 이 과정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지배력은 커지게 된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모비스 지분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개편안이 이뤄졌다면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 합병법인 지분과 기아차 보유 모비스 지분 교환으로 약 9.6%의 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제철과 글로비스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 6.3%를 사재를 털어 사들이면 지분율은 16%까지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모비스의 모듈, AS부품 사업부문을 글로비스에 넘기는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할·합병 과정을 거친 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계열사의 모비스 보유 지분 23.3%를 사들여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주주들과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최대한 불만이 없도록 합병 비율 등을 조정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개편안 수정 방향으로 현재의 지배회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모비스와 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이나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번 무산된 전적이 있는 만큼 다음번 개편 추진 때에는 주주들과 정부를 모두 만족시켜 주총 통과를 자신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에서 순환출자 해소를 계속 압박하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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