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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기자수첩] 노동이사제·희망퇴직 등 혁신 '관치'에 내몰리는 금융사들

2018년 06월 08일(금)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뭐든지 혁신은 금융사부텁니다. 숙명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버겁습니다."

한 금융사 관계자의 볼멘소리다. 군대 나온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자기가 있던 있던 보직이 가장 힘들다" 식의 얘기지만 요즘 들어 깊은 공감이 가기도 한다.

'주52시간 근무', '노동이사제', '희망퇴직', '채용혁신' 등 우리 사회의 산적한 이슈들에 금융사들이 유독 전면에 떠밀리듯 내몰리고 있다고 느껴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희망퇴직 규모를 대폭 늘려 40~50대 직원들을 내보내고, 젊은 20대 청년층의 신규채용을 늘려달라는 것. 청년 채용불황 해소에 은행들이 앞장서 달라는 얘기였다.

물론 은행권의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고, 청년채용 활성화를 위해 희망퇴직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문은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금융 공공기관에 먼저 던져야할 화두다.  8년간 직원 수를 한번도 줄이지 않은 채  계속 늘리기만 하고, 희망퇴직에는 소극적이어서 7개 금융공공기관의 전체 직원 중 절반이 책임자급이다. 

민간은행들은 일찍부터 지속적인 희망퇴직을 시행해 항아리형 구조를 개선시키고 있는데도 또다시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 52시간 근무'도 은행들이 가장 먼저 실험대상이 될 조짐이다.  주 52시간 근무가 오는 7월부터 기업은행,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에 먼저 도입되고, 올 하반기에는 대부분 은행들에서도 시행될 예정이다. 산업계 적용보다 1년 이상이 빠르다. 이 역시 정부가 노골적으로 은행들에게 조기도입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은행들은 자율출퇴근제, PC오프제 같은 유연근무제를 통해 이미 40~50시간 근무를 정착시키고 있어 조기시행에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객서비스와 직원복지 등의 측면에서  부작용도 우려된다.

'노동이사제'도 금융권에 먼저 도입하는 방안이 한창이다. 이미 KB국민은행 주주총회 때 두번이나 노동자추천 사외이사제 도입이 실패로 끝났지만 최근 집권여당이 금융회사에 노동이사제를 두도록 의무화하는 법개정을  다시 추진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권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채용 비리' 이슈도 금융권이 먼저였다. 전.현직 행장, 지주회장, 임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돼 법정에 서고 있다. 지금의 엄격한 채용비리 잣대를 산업계에는 들이밀지 않고 오로지 금융권만 박살을 내고 있다. 결국 채용비리로 인한 금융권의 '초전박살'로 인해 산업계는  알아서 몸을 사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물론 불합리한 금융 관행들은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산업계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금융권 먼저 도입한 후 산업계 적용이다. 금융사들 대부분이 민간기업임에도 공기업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한계다. 금융사들은 정부의 혁신이 언제나 금융권에 먼저 도입된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 경쟁력은 해외 유수 금융사들보다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산업의 특성상 감시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개입은 관치를 부르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최근 민간은행의 채용 및 퇴직 시기, 근무시간, 노동이사제 도입까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친 관치라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현 정부의 모든 혁신은 금융사부터 시작하려는 것도 기자 눈에는 또 다른 관치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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