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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상조서비스①] 내년 무더기 폐업 위기...불합리한 규정이 피해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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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상조서비스①] 내년 무더기 폐업 위기...불합리한 규정이 피해 키워
  •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 승인 2018.12.17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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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회사의 부실경영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내년 1월 자본금 강화 규정이 시행되면 상조회사의 무더기 폐업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상조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현황과 업계 상황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10년 가까이 에이스상조에 월 1만9800원을 납부한 유 모(남)씨는 최근 상조회사가 폐업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환급절차를 확인하던 중 납부한 돈의 절반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만기된 상조금을 돌려받기 위해 연락을 취한 김 모(남)씨도 뒤늦게 업체가 폐업한 사실을 알았다. 가입자에게는 아무런 사전통보도 없이 슬그머니 폐업처리를 한 뒤에 불입금 중 50%만 돌려준다는 통보만 있을 뿐이었다.

상조회사의 폐업이 잇따르면서 납부한 돈을 절반밖에 돌려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

회사가 폐업을 하기 전에 계약해지를 신청하면 최대 85%까지 돌려받을 수 있지만, 폐업을 한 경우에는 환급률이 50%로 뚝 떨어진다.

문제는 폐업이 불가피할 정도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도 상조회사가 이를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이를 악용해 소리 없이 폐업에 들어가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2013년 300여개에 이르던 상조회사는 현재 156개로 불과 5년 새 절반 가량이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공정위는 건전성 악화로 상조회사 폐업이 계속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억 원이던 자기자본을 15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2019년 1월까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은 등록이 말소된다. 올해 11월 기준으로 해당 기준을 맞춘 업체는 50개에 불과해 나머지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폐업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 현행법상 선수금의 50%만 보전

현행법에 따르면 선수금의 50%만 돌려주는 건 합법이다.

현행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상조회사인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폐업·등록취소 하는 경우 상조금 보전기관인 공제조합이나 은행에서 소비자에게 납입한 금액의 50%를 돌려주도록 되어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20%에 불과했지만 매년 10%씩 상향하면서 2014년부터 절반을 보전한다.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절반 이상 돌려받을 방법은 없는 셈이다.

'선수금 보전'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 안내사항
 -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폐업·등록취소 등의 사유로 소비자피해보상이 진행되는 경우 
   소비자가 납입한 선수금 중 피해보상기관으로부터 보상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의미함
   (할부거래법에서 정한 법정 선수금 보전비율 : 50%)
 -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전체적인 선수금 법정 보전비율을 충족하더라도 소비자 개개인의 
  선수금 보전이 누락되거나 보전비율이 낮을 수 있음. 따라서 개별 소비자는 보전기관에 
  수시로 연락하여 자신의 선수금이 법정보전비율 만큼 보전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함.


심지어 나머지 50%조차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도 잦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소비자피해 보상 현황’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폐업한 57개 상조업체에서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 총액은 3743억 원이었다. 선수금 중 법적으로 보장된 50%인 1872억 원을 지불해야 했지만 실제 보상금은 1400억 원에 그쳤다. 실제 보상 받은 회원도 10명 중 4명 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조회사들이 파산하면서 고객에게 돌려줄 50%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영업 중인 상조업체 156개 중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곳이 115개로 재무건전성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상조회사 중에 무려 8개사가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을 정도로 재정이 위험한 상황이다.

고용진 의원은 “단순히 자본금을 늘린다고 재무건전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대목”이라며 “향후 상조업체의 부도나 폐업이 대규모로 발생할 경우 심각한 소비자피해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50% 환불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공정위는 피해 보상 비율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조회사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다.

공정위 할부거래과 관계자는 "소비자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강화되면서 보상비율이 꾸준히 높아져왔다"며 "선수금 보상 비율 확대는 상조회사의 경영에도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계약해지신청 피하고 폐업 수순 밟는 상조사 꼼수 못 막나?

계약해지 시 받을 수 있는 금액과의 차이도 주요 민원 대상이다. 공정위 고시(선불식 할부계약의 해제에 따른 해약환급금 산정기준)에 따라 폐업 이전 계약해지를 신청했다면 납입기간에 따라 최대 85%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가령 10년 납입 계약을 했다면 2년 뒤 해약하면 55%, 5년 뒤 해약해도 77.5%를 돌려받는 식이다. 

표준해약환급금 예시.jpg
이처럼 폐업 환불금보다 계약 해지금이 더 많다보니 소비자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앞서 첫번째 사례자인 유 씨가 미리 계약해지신청을 했다면 200여만 원을 가까이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업체가 폐업한 지금은 절반인 140여만 원밖에 받지 못한다.

익명을 요구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제도상에 맹점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은 자본금 충족에 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어 당장 제도 개선에 신경쓰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상조업체는 '법정관리' 등을 핑계로 소비자들의 계약해지신청을 회피하는 경우도 잦다. 공정위는 지난 5월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을 회피한 상조업체를 적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상조업체가 계약해지를 회피하면 내용증명 등을 통해 자신의 계약해제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관계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 제도에서 피해를 예방할 방법은 소비자의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공정위와 상조업계는 소비자 구제를 위해 공제조합이나 은행과 같은 예치금 보전기관을 두고 있는데 폐업시 해당 기관에서 일정금액을 보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상조 가입자는 회사의 예치기관 가입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은 물론 공정위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 업체의 재무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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