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뉴스 Silver

[노인위한금융은없다③] 노인 위한다는 전용전화 서비스, 알고 보니 '유료'

2018년 11월 05일(월)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금융 시장에서 노년층 소외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금융사들의 '디지털 혁신' 전략으로 젊은층의 편의성은 강화되는 반면 고령층은 소외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올해 65세를 넘긴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핸드폰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핸드폰 통화요금이 평소보다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은행의 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를 많이 쓴 것이 원인이었다. 그는 "몸이 불편하다보니 각종 은행업무를  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로 이용했는데 알고보니 통화료가 유료였다"며  "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라고 해서 무료인 줄 알았는데 낭패를 겪었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들이 노인들을 위한 '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유료로 운영되는 탓에 경제력이 딸리는 노인층에게 부담을 더 지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은행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지점과 ATM기를 급속하게 줄여나가면서 그 대안으로 '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노인층에게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작품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하반기에 노인들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로 일부 거래를 처리하거나 상담할 수 있는 ‘어르신 전용 전화’ 운영을 은행권에 권고했다. 이후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BNK경남은행, BNK부산은행, 카카오뱅크 등 시중 많은 은행들이 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png

은행들은 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의 특징으로 상담 속도와 말투, 용어 등을 노인친화적이게 바꾼 점을 꼽고 있다. 상담 진행 전 ARS를 통해 상담 메뉴를 선택할 필요 없이 바로 전담 직원과 연결해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상담 직원도 말 속도를 기존 고객보다 천천히 하고, 어려운 금융용어 사용을 자제하는 등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확인결과 어르신 전용 상담사를 따로 두고 있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가 예외없이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르신 전용전화는 1588, 1599, 1600, 1644 등 전국 대표번호로 운영된다.

전국 대표번호는 서비스센터나 은행·카드회사 등에서 소비자 편의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로 초당 1.8원의 요금이 발생하는 부가통화다. 수신자(대표번호 사용 기업)와 발신자 중간에서 지역번호, 위치기반 등의 조건에 따라 수신자에게 연결해주기 때문에 요금이 별도로 발생한다.

전국 대표번호는 무제한요금제를 사용하더라도 통화료가 발생한다. 요금제 별로 기본 제공량을 한달에 50분~60분 가량 정해놓고 이를 초과하면 소비자에게 요금을 거두는 식이다.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도 50분을 초과하면 초당 1.98원이 부과되는데 15분이 넘어가면 1000원은 훌쩍 넘어간다. 

노인들은 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를 무료라고 착각하기 일쑤다. 그야말로 어르신들을 위한 은행들의 특별 서비스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노인층은 간단한 업무라도 은행업무가 일반인보다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전화로 상담하는 경우에는 더욱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기본적으로 말투가 느리고, 고객에 따라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통신비가 부과될 여지가 크다.

또 어르신들은 전화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고 월 1만1천 원 등 최소 비용으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전용전화 서비스 자체를 이용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현재 각 은행들은 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가 유료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각 은행 홈페이지 어느 곳에서도 유료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고, 심지어 어르신 전용전화 전화번호를 안내한 곳도 드물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유료인데 어르신들 입장에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어르신 전용전화 무료화는 은행업권 전체에서 추후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르신 전용전화를 서비스하고 있다고 홍보해 놓고, 알고보니 유료라는 점은 고객기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은행들이 막대한 이자이익을 내면서 고객 서비스는 퇴화하고 있다"며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취지에 맞도록  어르신 전용전화가 수신자 부담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층들이 어르신 전용전화 이용 후 통화료 폭탄을 피하려면 전화를 걸고나서 자신의 번호로 전화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르신이 전용전화 서비스를 통해 다시 전화달라고 요청하면 다시 전화를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