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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소비재 전자통신

[구멍뚫린 소비자규정㉚] 가전 부품 보유기간 유명무실...'쥐꼬리'보상으로 '땡'

2018년 09월 27일(목)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광주시에 거주하는 사 모(남)씨는 6년 전에 구입한 TV의 고장으로 삼성전자에 AS신청을 했다가 부품 단종으로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어 부품보유기간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해 감가상각으로 보상금을 지급할 테니 마무리 하자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새로 사는 것보다 고치는 게 비용이 적게 들어 AS 받고자 했는데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 강원도 삼척시에 사는 손 모(남)씨는 7년 전에 400만 원을 주고 산 LG전자 46인치 TV가 2016년과 올 초 연달아 고장 나 불편을 겪었다. 문제는 메인보드를 교체해야 하는 데 부품이 없어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은 것. 손 씨는 “어느 누가 400만 원 주고 산 TV를 7년 만에 25만 원 받고 버리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 품목별로 부품보유기간이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으로 규정돼 있지만 업체들이 부품이 없다며 감가상각을 통한 보상을 안내해 소비자들이 손해를 입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업체들은 제품 제조일자를 기준으로 최장 9년까지 부품을 보유해야 함에도 비용 절약 등을 이유로 소비자에게 감가상각 후 보상을 안내하는 실정이다. 부품보유 규정이 권고사항이다 보니 업체 측이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소비자들은 통상 10년은 사용할 것이란 생각에 많게는 수백만 원을 들여 가전제품을 구입한다. 무상보증기간이 끝나고 불과 몇 년 만에 ‘부품이 없어 수리가 힘드니 사용기간에 따른 감가 후 보상해주겠다’는 안내를 선뜻 납득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동급 사양의 제품을 새로 구입해야 하는 비용은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 되는 탓이다.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할 경우 업체는 잔존가치에 구입가의 최대 10%를 가산한 보상금을 소비자에 지급한다. 기존에는 5%였으나 올 들어 그나마 10%로 올랐다. 잔존가치는 구매가에서 감가상각비(사용연수/내용연수)를 제외한 금액이다.

가령 300만 원에 구입한 TV를 5년 간 사용했는데 부품이 없어 수리가 힘든 경우라면 감가상각은 ‘(60/108)*300만 원’의 수식으로 167만 원이 나온다. 구입가에서 감가상각을 제외한 133만 원에 10%를 가산하면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최종 보상액은 최대 147만 원이 된다.

개정 전 기준으로 계산하면 동일한 조건에서 소비자는 101만 원을 보상받는다. 2016년 말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개정되면서 내용연수가 부품보유기간과 동일해지고, 품목별 보유기간이 1년 연장됐다. 올 들어서는 가산액도 5%에서 10%로 높아졌다.

위의 사례에서 소비자가 받는 보상액은 종전에 비해 46만 원이 늘었지만 동일한 사양의 TV를 사기 위해 지출해야 할 금액을 계산하면 어림도 없다. 소비자는 부품이 없어 수리 받지 못한 TV를 새로 사기 위해 계획에도 없던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부품 값을 감안하더라도 새로 사는 데 드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부품을 보유하지 않고 감가상각 후 보상을 안내하는 업체 측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 업체 측이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도 보상해주면 그만인 식으로 이용되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부품이 없어 감가상각을 통한 환불을 안내하는 경우는 자재공급이 지연되거나 단종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핵심부품을 정해 부품보유기간을 연장하는 등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해결책은 사실상 마땅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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