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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필요한 리콜제⑥] 리콜 자동차 사전 수리 1년 지나면 보상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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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필요한 리콜제⑥] 리콜 자동차 사전 수리 1년 지나면 보상 '꽝'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18.11.06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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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생리대,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라돈침대, BMW 차량 화재 등 생명과 직결된 일련의 사태들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해를 가하는 이런 일련의 제품들은 리콜을 통해 회수되고 있지만 안일한 대처, 늑장 대응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태가 터지고 피해자 양산으로 여론이 뜨거워진 다음에야 문제해결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 지겹도록 반복되고 있다. '리콜'을 리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리콜제의 문제점을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자동차 리콜 제도가 정작 소비자들의 편의를  외면한 경우가 많아 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수리한 지 1년이 지난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서는 수리비 보상을 제한하는  현행 자동차 리콜 규정에 대해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소비자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해시 동상동에 사는 박 모(남)씨는 크라이슬러 300C 차량을 운행 중이다. 지난 2016년 4월 차량 이상으로 140여만 원을 들여 발전기를 교체했다. 올해 2월 자신의 차량이 '발전기 리콜 대상'이라는 서류를 받게 됐다.

보상을 받기 위해 업체 측에 문의를 했지만 “2016년 12월 이전에 수리한 차량은 보상이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박 씨는 “차량에 문제가 있어서 리콜을 결정했으면 수리한 뒤라도 당연히 보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황당해 했다.

자동차관리법 31조 2의 2항은 수리비 보상 대상을 ‘자동차 제작자 등이나 부품 제작자 등이 결함 사실을 공개하기 전 1년 이내에 그 결함을 시정한 자동차 소유자’로 명시하고 있다. 즉 박 씨처럼 자비를 들여 수리한 차량이 사후 리콜 판정을 받더라도 수리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난 상황이라면 수리비를 보상받을 수 없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문제가 있는 차량임에도 불안감을 느끼며 그냥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결함이 있어도 향후 보상을 염두해 수리를 못하는 것이다.

김해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2013년 식 볼보 V40를 운행 중이다. 주행거리가 7만km가량 됐을 무렵 오일 부족 경고등이 뜨더니 8만km가 됐을 때에는 차량 언더커버에 엔진오일이 많이 묻어있는 걸 확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어나오는 오일 양이 많아져 수리한 결과 엔진 블록의 크랙을 발견했다.

김 씨는 “엔진 내 크랙이 일반적인 고장은 아니지만 무상보증 기간이 지나서 1000만 원 가까이 들여 자비 수리를 해야 했다”면서 “주변에 비슷한 문제를 호소하는 운전자가 많이 있지만 리콜 결정이 늦어져 보상을 받지 못할 것 같아 수리를 미루는 경우도 많다”고 호소했다.

김 씨처럼 보상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차량에 문제 있어도 선뜻 수리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사후 수리비 보상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주요 리콜 대상 차종들을 보면 생산년도가 리콜 발표 시점으로부터 5년이 넘는 차종까지 그 범위가 폭넓게 분포돼 있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리콜 결정 이전에 자비를 들여 차량을 수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리콜 규정이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대한 리콜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  결국 온전한 소비자 보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리콜 보상에 대한 기한을 두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오히려 제조사들이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미리 수리한 사람들에게는 더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리콜 보상을 1년 이내로 기한을 둔 것은 불합리한 법이지만 개정을 위한 움직임도 없어 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을 하고 개정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해당 차량 전체를 리콜하는 자동차 회사에 보상의 의무까지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리콜 조항을 한국에 들여오면서 ‘1년 조항’도 같이 도입됐으며 또한 실제 현장에서는 법 조항과 상관없이 수리비 보상을 받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관리법 상에서는 리콜 발표 전 1년 이내의 수리 차량에 대해서만 수리 비용을 보상하도록 하지만 자동차관리법 외에도 민법 등을 통해 수리비를 보상 받을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면서 “실제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리콜이 발표된 차량에 대해서는 수리 기간이 1년을 넘었더라도 보상을 진행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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