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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대실패' 평가받았던 서민금융박람회, 올해 성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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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대실패' 평가받았던 서민금융박람회, 올해 성적은?
  • 황두현 기자 hwangdoo@csnews.co.kr
  • 승인 2018.11.09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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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은행은 식기를 준다는데?" (참석자 A씨)

"OO 은행 경품이 더 좋아" (참석자 B씨)

박람회장을 찾은 방문객의 표정은 밝았고 양손은 무거웠다.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그랜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서민금융박람회' 현장의 하루는 극명하게 뒤바뀌었다. 오전 행사 시작과 함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주요 금융기관장이 참석하며 성황을 일궜지만 오후가 되자 열기는 이내 사그라들었다. 빈 부스가 눈에 띄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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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금융박람회 시작에 앞서 방문객들이 붐비고 있다. ⓒ 소비자가만드는신문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양보다 질에 집중했다. 방문객이 많지 않더라도 프로그램을 알차게 준비해 만족도를 높이겠고 다짐했다. 금감원이 개그우먼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경품 이벤트를 준비했고 시중은행들은 가지각색의 사은품을 아낌없이 나눴다. 행사를 진행한 금감원 관계자는 "서민금융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오신 분이 많지 않더라도 즐거운 시간 보내시다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 오전 10:00

행사가 개막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 주요 금융기관장이 참석했다. 무대 앞에 마련된 400여 좌석에는 앉을 자리가 가 득찼다. 백미는 윤 원장과 민 위원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상담에 나선 금감원 부스였다. 현장에서 대출상담을 받은 한 남성은 "민 위원장이 상품별 특징을 잘 알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세 개 이상의 부스에서 상담을 받으면 경품을 준다고 안내했다. 각 부스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다만 상담을 받은 이도 있었지만 '인증'을 스티커를 받으려는 참여자도 많았다. 여기저기서 "OO 은행은 칫솔을 준다더라", "OO 은행은 식기를 준다더라"하는 소리가 들렸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경품일수록 빨리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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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금융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오전 11:00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무대에 섰다. 행사장을 빠져나가던 참여자들은 '아는 사람'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박 씨는 다소 어려운 금융상담 이야기 대신 할머니와의 일화를 꺼냈다. 재치있는 입담이 쏟아지자 장내에는 웃음이 번졌다.

뒤늦게 행사장을 찾은 이도 있었다. 영등포구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주부들은 "지인을 통해 경품을 준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무료 상담에 선물까지 주니 좋은 행사"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 손에는 국수면, 음료수, 볼펜 등 생활용품이 가득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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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준비한 '인증 스티커' 이벤트의 인기가 좋았다. 3곳의 부스를 방문하고 스티커를 받으면 사은품을 준다. ⓒ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오후 2:00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직접 상담에 나서 오전 내 붐비던 저축은행 부스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이대훈 행장이 찾은 NH농협은행 등이 찾았던 시중은행 부스도 발길이 줄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작년에도 오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그나마 오전에는 꽤 붐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 외에도 다양한 부스를 초청했다. 신용평가사들의 인기가 좋았다. 십 수명이 다녀갔다는 나이스신용평가의 관계자는 "사람들이 신용조회를 어려워한다"며 "신용상담을 하고 그에 따른 신용도 상승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혈압을 측정하고 인바디(체성분분석기) 기기를 설치했다. 오전에만 30명이 넘게 검진을 받고 갔다.

# 오후 3:00

행사 종료 1시간을 앞두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바깥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행사장 한편의 무대에서는 신용회복위원회에 이어 보이스피싱 등 불법금융대응 강의가 진행됐다. 다소 어려운 내용에 참석자의 호응이 적자 퀴즈와 사은품을 통해 분위기를 북돋았다. 

박람회에 처음 참여한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 등 서민금융상담기관은 막바지 힘을 냈다. 시중은행은 대출상품 설명에 머무르지만 이들은 상담자의 생활습관 등을 고려한 맞춤형 처방을 내려줬다. 김희철 서민금융연구원 수석부원장은 "첫 참여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올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연구원의 취지에 맞게 숫자보다 개인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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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시를 넘어가자 행사장에 남아 있는 이들을 보기 힘들었다. ⓒ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오후 4:00

아쉬움도 있었다. 금감원이 공지한 박람회 폐회 시간은 5시였지만 4시를 넘어가니 각 부스들이 철수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없기도 했거니와 몇 기관은 사전에 4시 철수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를 본 참석자가 말했다. 

"평일 대낮에 행사를 진행하는데 누가 찾아오겠어요? 운영비를 실제로 대출이 필요한 사람을 찾는데 쓰면 좋았을 텐데.."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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