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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박정림·김성현 대표 내정으로 '투톱' 체제 유지...풀어야 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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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박정림·김성현 대표 내정으로 '투톱' 체제 유지...풀어야 할 과제는?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8.12.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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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은·전병조 대표이사가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KB증권이 '투톱'에서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많았지만 두 명의 대표이사가 새로 내정되면서 각자 대표체제가 유지됐다. 

통합법인이 출범 2년을 지나면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어 각자 대표체제의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노조 측도 단독 대표체제를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KB금융지주가 예상 외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부문을 양대 축으로 기존 윤경은-전병조 체제와 유사한 경영방식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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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내정자(왼쪽),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내정자

KB금융지주는 지난 19일 오후 계열사 대표이사후보 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열고 KB증권 신임 대표이사로 김성현 KB증권 IB총괄부사장과 박정림 KB국민은행 WM그룹 부행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추천했다.

박 내정자의 등용은 국내 증권사 중 최초 여성 CEO 선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특히 증권업계가 다른 금융권에 비해 여성 임원이 적어 유리천장이 가장 두껍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인사에 있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금융지주계열 증권사에서 여성 수장이 나왔다는 점 자체가 파격적이다.

박 내정자는 현재 KB금융지주 WM총괄 부사장으로서 KB국민은행(부행장)과 KB증권(부사장)에도 적을 두고 있으면서 지주 전체 WM부문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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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는 KB증권 출범 이후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CIB) 부문에서 지주-은행-증권 등 3사 겸직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WM부문은 박 내정자, CIB부문은 오보열 부사장이 맡아왔다. 

특히 KB금융지주가 은행-증권 간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WM부문 수장을 맡은 박 내정자의 역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KB국민은행과 KB증권의 소개영업 자산은 지난 2016년 9246억 원에 불과했지만 은-증 시너지 전략이 본격 가동된 이듬해(2017년) 4조6977억 원으로 1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 유치 고객수도 지난해 기준 2만3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반면 김 내정자는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라는 점에서 최근 수수료 수익 악화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IB부문 강화를 위한 선택이라는 반응이다.

김 내정자는 (구)한누리투자증권에서도 기업금융팀에 재직했고 (구)KB투자증권에서도 기업금융본부장과 IB총괄 부사장을 역임한데이어 현 KB증권에서도 IB총괄본부장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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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각자대표 체제에서 IB부문을 이끌던 전병조 대표이사의 역할을 이어받으면서 IB부문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향후 핵심사업인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에도 역량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지난 18일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시장 진출을 위한 단기금융업무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며 발행어음 시장 재도전을 선언한 바 있다. 최근 IB출신 인물을 수장으로 세우는 업계 흐름과도 일치한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유지한 KB금융 입장에서도 고심을 거듭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강조하는 '원 KB' 키워드 차원에서는 단독 대표이사, 특히 은행 또는 지주 출신 인사의 부임이 효율적일 수 있으나 이는 KB증권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IB부문을 총괄하면서 내부 출신인 김 내정자를 임명함으로서 혹시 모를 구성원들의 반발을 방지하고 IB부문의 경쟁력을 유지한 선택이라는 것. 

다만 이번 인사를 놓고 단독 대표이사 체제와 낙하산 인사 불가 방침을 선언했던 노조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측은 지난 17일 윤경은, 전병조 대표이사 사의 표명 이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대표이사 후보 선정기준 공개를 요구하며 구체적으로 ▲지주 및 은행출신 인사 불가 ▲각자·공동대표이사 체제 종식 등을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요구사항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박 내정자의 부임으로 국민은행 출신 첫 수장을 맞이하면서 노조가 우려하고 있는 은행 출신 인사의 대표이사 부임이 현실화되면서 KB증권도 다른 금융지주계열 증권사와의 차별화를 두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KB증권 구성원의 다수는 여전히 (구)현대증권 출신이지만 두 내정자 모두 'KB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동열 사무금융노조 KB증권지부 위원장은 "증권사 출신 대표이사를 임명하겠다던 윤 회장 약속과 달리 은행 출신 박정림 부행장이 내정됐다는 점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며 "대추위에 오른 후보자와 내정자 선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박정림 내정자는 현재 KB증권 WM총괄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어 증권업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고 그동안 복합점포 전략 등 시너지를 내는 부분에 있어 성과를 거둔 점에서 내정됐다'고 밝혔다.

한편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된 두 후보는 오는 20일과 21일 양일간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최종 심사·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임명이 최종 확정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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