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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출 총력전 선언한 한국수력원자력, 정부 '탈원전 정책' 발목 잡힐라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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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출 총력전 선언한 한국수력원자력, 정부 '탈원전 정책' 발목 잡힐라 노심초사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9.03.18 0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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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해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낸 한국수력원자력(대표 정재훈)이 수출 총력전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 따른 대외신인도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한수원은 정부의 원전발주가 끊김에 따라 이를 메우기 위해 올해 원전 수출 조직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면서 해외수주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한수원은 해외 원전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본부 인력을 늘렸다. 2016년말과 한수원의 해외사업본부 인력은 55명에 불과했지만 2017년말 65명, 2018년말 95명, 2019년 2월 96명으로 2년 사이 73% 가량 늘어났다.

당장 올해 상반기 중 입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체코 원전 수주가 관건이다.  당초 3월에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연되는 사례가 많아 빨라야 상반기 중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총사업비가 21조 원에 달하는 체코 원전은 두코바니 등에 1000MW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건설비는 5조 원~6조 원으로 예상되며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는 한수원 정재훈 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차례나 체코에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났고, 관계업체와 MOU를 맺는 등 착실히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 총리와 원전 위원장도 한국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등 긍정적 신호가 계속 나오면서 수주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는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이 참여할 것으로 파악된다. 체코 원전 수출은 그동안 체코에 6기의 원전을 건설하며 입지를 다져온 러시아의 독주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체코 원전사업에서 강력한 후보자가 러시아지만 그동안 체코에서 활발히 수주활동을 해온 게 한수원이기도 해서 기대를 걸고 있다"며 "다만 발주가 나오면 지금까지 관망하고 있었던 경쟁국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낙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최근 국내 29개 원전 기자재 공급사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수출 전담법인과 함께 터키 원전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등에도 원전 수출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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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에 큰 공을 들여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8일(현지시간) 체코 최대 건설사인 메트로스타브와 체코 신규원전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모습. 왼쪽 두번째가 정재훈 한수원 사장.

◆ 원전 수출 급감하는 실적 만회위한 필수불가결 과제지만 '탈원전' 정부정책 걸림돌

한수원에 있어 원전 수출은 급감하고 있는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시장형 공기업으로써 실적개선이 필요하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제공한 실적 추정치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02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보다 9600억 원 이상이 감소했고,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보다는 2조5000억 원이 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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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원전 이용률이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이 적자를 낸 가장 큰 배경이다. 2014~2017년 80% 안팎으로 유지된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65.9%까지 추락했다.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면서 지난해 한수원의 전력 판매금액은 전년보다 8888억 원 감소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따라 손상처리금액이 5652억 원 발생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출범 직후 안전성을 이유로 원전 비중을 점차 줄여 궁극적으로 ‘0’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선언한 반면,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선다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수원은 원전 수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국내 탈원전으로 차질이 생긴 부분을 해외에서 메워야 하고 정부 정책에도 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수원이 해외시장에서 존재감을 별로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전략이 성과를 내는 데는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수원의 지난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원전 비중은 매우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딜로이트는 지난해 용역보고서를 통해 “과거엔 해외수주 요청이 와도 덜 위험한 사업만 선별적으로 진행했으나 이제는 사업 발굴과 계약, 운영까지 주도해야 한다”며 “현재 미미한 해외 비중을 2031년 28%까지 끌어올릴 것”을 조언했다. 

문제는 한수원을 해외시장으로 내몬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원전 수출은 0건이다. 영국에서는 한전이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22조 원 규모의 무어원전 우선협정대상자 지위를 따냈으나 지난해 7월 그 권리를 잃었다. 한수원 역시 원전 수출을 올해부터 본격화했을 뿐 지난해 수출실적이 제로다. 국내 탈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 상대 국가들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 교수는 "자국 내에서 원전건설을 안하겠다고 선언한 국가에 누가 원전 건설과 유지보수를 맡기겠느냐"고 지적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대외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점이 한수원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은 정부 공공기관이자 동반자의 관계로써 따라가야 하는 입장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러 국가를 만나면서 (투트랙 전략에 대해) 문제삼는 국가는 없었고, 전력 공급상 원전을 과도하게 추가로 건설할 필요성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 정책상 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또 "현재 정부에서도 원전 수출을 위한 지원사격을 나선 만큼 좋은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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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 2019-03-20 11:49:32
원전을 수출할려면 먼저 원전산업생태계를 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원전이라도 건설이 지속되어야 한다. 수많은 부품업체가 도산한 후에 어떻게 원활한 유지보수가 가능하겠는가? 또 외국에서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