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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하자심의위, 정보 비공개로 불신키워...규칙은 '공개' 원칙

레몬법 실효성 논란 자초

2019년 06월 10일(월)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한국형 레몬법 시행으로 결함 있는 신차의 교환, 환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이를 심사하는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가 중재건수조차 '비공개'에 붙이면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운영 규칙에는 회의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지만, 위원회 측은 회의결과는 커녕 단순한 중재건수도 비밀에 붙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중재결과를 참고해 자동차 하자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위원회가 스스로 차단하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부터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되면서 구매 후 1년 안에 같은 하자가 반복되면 차량의 교환·환불을 신청할 수 있다. 지난 1월 1일 이후 구매한 차량에 한해 중대한 하자는 2번, 일반 하자는 3번 수리하고도 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교환이나 환불 신청 대상이 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소속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에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기능을 추가해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현행 자동차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는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 제45조에 의해 지난 2003년부터 구성 및 운영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를 대상으로 제작결함 조사 및 시정명령 등과 관련하여 총 108회의 회의를 개최했다.
 
새롭게 출범한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는 기존 제작결함 심의 등의 업무에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업무가 추가됐고 규모도 현행 25명에서 30명 수준으로 확대됐다. 위원회 설치 근거가 국토교통부령에서 법률로 상향됨에 따라 위원회의 위상과 책임도 강화됐다. 교환·환불 중재규정의 제·개정 및 위원회 운영규칙 제·개정 권한이 신설되고, 직무 의무를 위반한 위원에 대한 해촉규정과 업무 관련 벌칙 적용 시 공무원 의제규정이 적용된다.

국토부는 법학, 자동차, 소비자보호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구성하되 자동차 관련 기술적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가 위원회의 절반이 되도록 구성했다. 자동차 전문가는 대학이나 공인 연구기관 부교수 이상으로 자동차 분야 전공자, 4급 이상 공무원 또는 10년 이상 공공기관 재직자로서 자동차 관련 업무 실무 경험자, 기술사·기능장으로서 10년 이상 자동차 관련 업무 종사자로 제한했다.

이렇게 구성된 위원회는 사실상 법원 재판관 같은 역할을 한다. 올해 1월부터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위원회가 이를 심사하고 자동차 업체와 중재역할을 맡아 교환 또는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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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원회 중재 과정 표.


◆ 레몬법 시행 6개월 째 위원회 회의 결과 '깜깜'...부진한 중재 실적 감추기?

문제는 레몬법을 시행한 지 6개월째가 되도록 일반 소비자가 위원회의 중재내용을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위원회에 따르면 제작결함심사평가 뿐만 아니라 레몬법 관련 신차 교환 및 환불 중재 관련 회의가 매달 1회 정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회의 결과는 공개된 적이 없다.

심지어 위원회에 올들어 접수된 중재 건수가 단순히 몇 건인지를 묻자 위원회 관계자는 "규정상 중재 건수 등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위원회 운영 규칙에 따르면 제14조에 회의결과를 사무국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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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운영 규칙에는 회의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현재 위원회 홈페이지조차 없는 상태다.

해당 조항에 대해 묻자 이 관계자는 "홈페이지는 현재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홈페이지가 없는 상태로 회의 결과가 5개월이 넘도록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 공개해야 한다고 규칙에 명시해 놨으면서도 이를 따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위원회 운영규칙에는 위원회 참석자는 회의 시 알게 된 모든 사항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또 회의 실적을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다음 달 10일까지 국토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현재까지 위원회가 회의결과를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레몬법 중재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국토부 유관부서와 장관, 자동차 제작사와 교환 환불을 원하는 당사자, 위원회 위원 등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형 레몬법 시행 6개월차에 접어들었지만 중재에 들어가 실제 교환, 환불이 이뤄진 사례가 몇 건인지, 위원회가 중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등 정보를 일반 소비자들은 전혀 알 수 없다.

올해 4월 경 수입차 11개사, 국산차 1개사가 레몬법을 도입하지 않았다고 판명되자 이들은 뒤늦게 부랴부랴 레몬법을 도입하겠다고 밝혀 국민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후에도 실제 현장에서 레몬법이 적용될지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동차 회사들이 강력한 논리로 레몬법 대상이 아니라고 우기는 경우가 현장에서는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고, 어렵게 중재까지 가더라도 위원회의 전문성이 떨어져 제조사의 논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위원회의 레몬법 관련 중재 건수가 단 1건이라는 소문도 떠돈다. 레몬법으로 실제 소비자가 교환, 환불에 들어간 수가 극히 적을 뿐 아니라 중재 건수 자체가 없을 것이란 얘기까지 돌고 있다. 가뜩이나 소비자의 불신이 깊은 상황에 회의 결과마저 공개되지 않아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레몬법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얘기됐고 국토부 입장에서는 위원회 중재 건수 실적 자체가 워낙 부실하다 보니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레몬법은 소비자 권리를 찾게 해주려는 제도인데 진행 상황을 비공개로 하면서 소비자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투명하게 중재 건수와 회의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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