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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 아파트가 샘플세대였어?...'몰래 지정' 관행 시정했지만 체감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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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 아파트가 샘플세대였어?...'몰래 지정' 관행 시정했지만 체감안돼
  • 이건엄 기자 lku@csnews.co.kr
  • 승인 2019.08.13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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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건설사들이 입주자의 사전 동의 없이 견본세대(이하 샘플세대)를 설정하던 불합리한 관행을 시정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시정 이후 분양된 단지가 샘플세대를 제공하려면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다 소급적용도 안 돼 현재로선 이를 체감할 소비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샘플세대는 아파트 내장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품질과 진행 상황 등을 건설사 직원들이 확인하기 위해 평형별로 저층의 한 가구를 지정해 미리 인테리어를 하는 가구로 '목업(Mock-up)세대'라고도 한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4월 30일 아파트 샘플세대를 지정할 때 입주 예정자의 동의를 받지 않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약관을 운영한 10개 건설사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호반건설, 태영건설, 한라, 한양, 아이에스동서)에 대해 자진 시정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들 건설사의 약관은 소비자의 권리를 타당한 이유 없이 배제 또는 제한한다”며 “합당한 이유 없이 계약 내용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라 무효”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정위의 시정안이 현재로선 눈에 보이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점이다. 통상 아파트가 준공되기 위해선 분양 후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즉 시정 약관을 적용한 아파트들이 완공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소급적용도 안되는 터라 샘플세대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4월 시정 직후 건설사들이 조항을 변경 또는 삭제했다”며 “소급적용 여부는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업자의 재량에 맡겨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통 샘플세대는 사람이 드나들면서 마감과 샤시, 타일 등에 흠집이 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건설사들은 샘플세대 사용 직후 모든 인테리어를 새로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도배 선에서 끝난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또 이전까지는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입주자 입장에선 자신의 새집이 샘플세대로 쓰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추후 흠집 때문에 하자보수 신청을 했다가 알게 되는 사례도 있다.

실제 광주광역시 ‘용산지구계룡리슈빌’에 입주한 김 모(남)씨는 화장실과 장판, 샤시 등에서 흠집이 발견돼 하자보수 신청을 했다가 자신의 새집이 샘플세대로 활용된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는 “사전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관리사무소로부터 샘플세대로 활용됐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며 “현재 이에 대한 하자보수를 지속적으로 신청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사전 동의 없이 샘플세대로 활용한 점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한다”며 “지속적인 하자 보수를 통해 입주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혜림건설이 충남 세종시에 시공한 모아엘가에코힐 입주자 김 모(여)씨도 자신의 집이 샘플세대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3개월을 지냈다. 입주 후 청소와 더불어 하자보수를 하는 중에 관리사무소 직원의 말을 듣고 샘플세대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김 씨는 “드레스룸 문짝도 피스를 빼놓아 틈이 벌어지고 바닥도 들뜨는 상황에서 전기배선과 소방센서가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며 “분양권자의 허락도 받지 않고 샘플세대를 선정한 것은 너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관행개선도 좋지만 문제가 되는 샘플세대 하자보수에 대한 건설사 차원의 대책 마련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정안은 소급적용 불가능 등 현재 많은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샘플세대 하자보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하자보수를 해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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