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LG 보수적 조직문화 바뀌나?...주력 계열사 잇단 공격적 행보 눈길
상태바
LG 보수적 조직문화 바뀌나?...주력 계열사 잇단 공격적 행보 눈길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9.09.20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광모 회장이 총수로 취임한 지 1년여가 지난 가운데 최근 LG그룹 대표 계열사들이 '갈등'을 피하지 않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이 관심을 끈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성과주의'와 '책임경영'이 보수적인 색채의 LG 문화를 바꾸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LG전자(대표 조성진‧정도현)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9 국제가전박람회(IFA)에 이어 지난 17일 서울 트윈타워에서 8K TV 화질 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대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QLED TV의 화질선명도(CM)가 표준 규격에 미치지 못 한다며 잇달아 공세를 펼쳤다.

LG화학(대표 신학철)은 영업비밀 및 특허 침해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대표 김준)과 인사담당 직원, 그리고 LG에서 SK에로 이직한 직원에 대해 형사고발을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7일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경쟁사와 상처만 남는 소모전일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LG전자와 LG화학은 앞으로도 공세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16일에는 재무통인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LG디스플레이 CEO로 선임하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LG는 통상 11월 말에서 12월 초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해 왔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실적부진을 이유로 사임을 표명했지만, LG 측이 이를 즉각 수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인적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재계 일각에서는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공격적인 움직임 배경에 총수로 취임한지 1년 3개월이 지난 구광모 회장의 ‘성과주의’, ‘책임경영’ 원칙이 본격 적용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789.jpg
▲ 지난 8월 말 구광모 LG 대표(사진 가운데)가 차세대 OLED 시장 선도를 위한 핵심 공정 기술인 ‘솔루블 OLED’ 개발 현황에 대해 연구개발 책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에서 보여 지는 최근의 움직임은 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자는 오너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LG그룹 상장사들이 극심한 실적부진에 처한 것도 대표 계열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그룹 12개 상장사의 올 1~6월 매출(개별기준)은 51조78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조9806억 원으로 감소율이 22.8%로 크다.

특히 지주사인 ㈜LG(대표 구광모‧권영수)를 제외하면 영업이익 감소율은 32.6%로 더욱 커진다.
788.jpg

상반기 영업이익은 12개 상장사 중 9곳이 뒷걸음질 쳤다. 계열사 가운데 LG생활건강(대표 차석용) 만이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했다.

대표계열사인 LG전자는 9.9% 감소했고, LG화학은 55.2%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여전히 60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LG이노텍(대표 정철동)은 적자규모가 100억 원대에서 400억 원대로 커졌다.

비주력 계열사이긴 하나 로보스타(대표 강귀덕)와 지투알(대표 정성수)은 적자전환 했다.

3분기 전망도 좋지 못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58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역시 6024억 원에서 4542억 원으로 24.6%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1400억 원 흑자를 냈던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 2400억 원의 적자가 전망된다. LG유플러스도 2281억 원에서 1719억 원으로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측은 최근 경쟁사들과 갈등관계가 형성된 것에 대해 계열사들의 독립적 의사결정에 의한 움직임으로 실적부진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LG전자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여러 부문에서 삼성과 경쟁을 통해 서로 성장해 왔고 LG화학의 움직임은 핵심 지식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말했다.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5명의 직원에 대해 전직금지 가처분이 내려진 이후에도 인력을 빼가는 행위가 이어지자 국제무역위원회(ICT)에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란 설명이다. 이어 “실적은 LG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적으로 다 좋지 못하다”며 “실적과 연관돼 계열사들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