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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고저식품⑪] 소비 트렌드 못 읽고 제조사·소비자 무관심에 '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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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고저식품⑪] 소비 트렌드 못 읽고 제조사·소비자 무관심에 '사문화'
기호식품 품목 정비 등 어린이식생활법 개정 요구
  • 송민규 기자 song_mg@csnews.co.kr
  • 승인 2024.04.2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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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어린이의 비만 예방 및 건강한 식생활 환경 조성을 위해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을 근거로 시행 중인 '고열량·저영양 식품'이 제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지정되면 학교 매점이나 우수판매업소 등에서 판매가 금지되는 등 제한이 따른다. 그럼에도 지정 품목수는 꾸준하게 증가해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문제점과 실효성 있는 운영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어린이의 건강한 식생활 환경 조성이라는 취지로 시행된 '고열량·저영양 식품 제도(이하 고저식품)'가 보건당국의 부실한 관리 속에 제조사와 소비자의 무관심으로 방치되면서 사문화한 상태다.

2009년 제정된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을 현 상황에 맞게 품목 재정비, 패널티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고저식품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제도 활성화의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 고저식품 제도, 제조사에겐 '종이호랑이'

고저식품으로 지정돼도 규제가 제한적이어서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에서는 고저식품에 지정되면 △TV광고 제한(오후 5시~7시) △학교 매점이나 우수판매업소에서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법 제정 이후 15년이 지난 현재에 와서는 크게 신경 쓸 요소들이 아닌 게 됐다.

최근 아동·청소년들의 영상 시청이 유튜브, 틱톡이나 OTT, SNS 등으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광고제한은 TV나 IPTV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동·청소년의 영상 시청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더우기 제조사들조차 과자나 초콜릿, 음료 등에 대한 TV광고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22년 발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경우 유튜브 이용률은 97.3%, 인스타그램도 47.6%, 틱톡은 39.6%에 달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튜브나 틱톡, 넷플릭스 등 영상매체 사업자들이 해외에 있어 실질적으로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웠다”며 “식품사와 광고제작사들에게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저식품이 광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매점과 함께 고저식품 판매가 금지되는 우수판매업소의 경우 2021년 기준 전국에 약 1806곳이 있으나 실상 학교 매점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서울시 구로구를 예로 들면 9개의 우수판매업소 모두가 중·고등학교 매점이었다. 

학교 매점에서 판매할 수 없는 정도를 제하면 제조사에 패널티가 거의 없는 수준인 셈이다. 복수의 식품사 관계자들도 “고저식품에 지정돼도 판매량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각 지자체에서 전담관리원을 지정하고 관리원이 우수판매업소를 방문해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 '탕후루' 추가 등 '어린이식생활법' 개정, 어린이 교육 강화

고저식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저식품 내 어린이 기호식품의 범위는 지난 2009년 대통령령으로 지정된 뒤 변화가 없어 현 식생활에 맞게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도가 시행된 지 약 15년이 지나면서 어린이 기호식품 트렌드가 변화하고 다양해졌는데 법규가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9월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섭취가 증가해 어린이의 건강과 성장에 위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되는 '탕후루'가 어린이 기호식품 유형에 빠져있는 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린이의 건강한 식생활 환경 조성이 위협받는 가운데 이번 21대 국회에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 관련 발의는 11건이었고 이 가운데 법안 의결까지 이어진 경우는 3건에 불과했다.

이중 지난 2022년 정춘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통해 고저식품의 광고 제한 대상이 TV에서 IPTV까지 확대했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도 영양성분표를 보고 구매 결정을 판단하는 등 이른바 ‘똑똑한 소비자’가 늘다 보니 소비자를 의식해서 영양성분을 강화하거나 건강을 신경 쓴 신제품을 출시하는 추세”라면서 “고저식품 제도를 의식하지 않아도 제조사들이 시장의 변화에 맞춰 제품을 내놓고 리뉴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고저식품 지정도 중요하나 아동·청소년들이 스스로 영양성분표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들이 고저식품 제도를 잘 알 수 있도록  국민 홍보도 병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은희 아주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유치원에서는 영양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에 오면 입시교육에 밀려 생활교육이 등한시되고 있다"며 "전문 부처에서 카드뉴스나 숏폼 등 형태로 자료를 만들어 관련 교육을 자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식약처 업무에는 영양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도 있다"며 "소비자가 해당 제도를 알기 쉽도록 홍보를 통해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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