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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탐사플러스

[리콜 필요한 리콜제⑩] 국내 법제는 범위·효력 제한적...대안 없나?

2018년 12월 06일(목)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가습기 살균제, 생리대,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라돈침대, BMW 차량 화재 등 생명과 직결된 일련의 사태들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해를 가하는 이런 일련의 제품들은 리콜을 통해 회수되고 있지만 안일한 대처, 늑장 대응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태가 터지고 피해자 양산으로 여론이 뜨거워진 다음에야 문제해결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 지겹도록 반복되고 있다. '리콜'을 리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리콜제의 문제점을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리콜제도는 최근 불거진 BMW 화재 사건 등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해외 사례와 비교되며 개선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 권익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일각에서는 소비자 편의보다는 제작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 들이 지적하는 우리나라 리콜제도의 가장 큰 구멍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점이다.

◆ 징벌적 손해배상 없어 리콜 실효성 떨어져...집단소송 효력도 제한적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집단소송의 판결 효력이 원고를 포함한 피해자 전원에게 미치는 일괄구제 방식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 1명이 승소해도 모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이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소송에 나서기 전에 충분한 합의를 도출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낸다.

배기가스 유출 사태로 눈총을 받았던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판매 중단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1인당 최대 1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집단소송을 피했다.

과거 과도한 폭발 압력으로 에어백 내부 금속파편이 튀어나오는 결함이 발견된 다카타 에어백을 사용한 자동차 업체들은 집단소송에 휘말려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줬다. 혼다는 7283억 원, BMW 3372억 원, 닛산 1109억 원 등이다.

우리나라도 집단소송은 가능하지만 일괄구제는 증권 분야에서만 한정돼 있다. 강력한 제재 수단이 없다보니 소비자들이 단체 움직임에 나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최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제작결함을 제대로 시정하지 않고 은폐하거나 축소한 제작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늑장 리콜에 대한 과징금을 매출 1%에서 3%로 높였다. 징벌적 손해배상도 최대 10배로 강화됐다.

그럼에도 소비자단체들은 불특정 다수 피해자들의 이익 구제와 향후 위법행위의 재발방지를 위해 집단소송제 도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다수의 피해 구제를 위해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불법행위, 계약상 의무 불이행 등으로 신체, 재산, 정신적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그 피해를 적절하게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사무국장은 “현재 우리나라 법제도상 소비자가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교환환불 받기가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며 “리콜은 부품수리, 교환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소비자가 어떤 식으로 처리 받을지 직접 선택 가능하도록 하는 등 리콜제도가 소비자 입장에서 재정비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자 있는 제품에 대해 일부 기업들이 리콜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은폐하거나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소비자 개별적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며 “집단소송제나 입증책임 전환 등 제도를 개선하면 기업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리콜제도는 적용 범위 측면에서도 선진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좁다. 리콜제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동차의 경우 우리나라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리콜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일본은 설계 또는 제작과정 중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게 제작된 자동차 구조 및 장치 등으로 리콜 대상 범위를 더욱 폭넓게 잡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콜제도 개선에 대한 인식은 가지고 있으며 해외사례를 수집하고 있다”며 “자동차조기경보제 등 개선 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리콜 시행만 하면 끝? 허술한 '이행점검' 시스템 풀어야 할 과제

리콜 시작만 하면 이행 여부 등 사후 관리를 문제 삼지 않는 제도의 허술함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현행법상 리콜 계획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회수율이 저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품안전기본법에는 ‘리콜 이행점검’에 대한 조항이 없다. 리콜 이행점검 ‘횟수’나 ‘주기’에 대한 기준 역시 없다.

올 1월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았던 14개 액체괴물 제품들은 2개월이 훌쩍 지난 3월에도 버젓이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돼 회수 조치가 내려졌지만 5개월 째 가져가지 않고 있는 대진침대 매트리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도 있다.

지난 4월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받은 ‘어린이 제품 안전성 현황 조사’에 따르면 리콜 명령이 내려진 어린이제품의 연도별 수거율은 2015년(20개 품목) 62.4%, 2016년(25개 품목) 40.5%, 2017년(12개 품목) 32.1% 로 매년 하락 추세다.

소비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식품은 회수 및 판매중지 조치되지만 이 또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식품은 자동차와 달리 구매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식중독균이 검출돼 논란이 된 산양분유처럼 국민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은 위해 식품여부를 알 방법이 없다. 대기업은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 회수 절차 등을 공지하지만 영세업체들은 홈페이지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비자는 식약처의 ‘식품안전나라’나 ‘행복드림 열린소비자포털’ 등을 통해 직접 찾아봐야 리콜되는 식품 정보를 알 수 있는데 장을 볼때마다 관련 내용을 사전에 챙겨본다는 건 사실상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동호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과장은 “국내 리콜제도의 문제점으로 제품 위해사고 정보를 수집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지난해 9월 발의된 정부의 리콜 조치 이행 점검을 의무화하는 ‘제품안전기본법 개정안’은 여전히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리콜 이행점검 등 사후조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공통된 고민거리다.

우리나라는 업체 측이 리콜 시행 한 달 후 진척상황 보고서를 내고, 두 달 뒤에는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이후 국가기술표준원이 현장에 나가 리콜 상황을 최종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 완료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현장에서 리콜 상황을 점검하지는 않는다. 다만 업체들이 매달 리콜현황보고서를 제출한다. 우리나라는 위해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 사전예방 차원에서 리콜 조치를 내리지만 일본은 소비자가 직접 피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리콜이 이뤄진다.

선진국들도 매달 리콜현황 보고서를 제출하지만 이행 및 회수율은 우리나라(평균 회수율 50%)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어린이 제품에 대해 소비자단체에서 회수율을 공개해 왔었는데 가장 최신 자료인 2014년 수치가 10~14%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리콜 이행점검을 법 규정으로 정한 곳은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고민은 전 세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소비자 보호를 위해 형식적으로 운영중인 리콜을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끝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리콜 이행점검 의무화'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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