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계약은 '임시'라고 해놓고 고객몰래 렌탈계약 체결 =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11월 정수기 렌탈 담당자로부터 렌탈 중인 정수기 의무약정기간이 다음 달 종료된다고 통보받았다. 해당 담당자는 사전계약을 권유했다. 사전계약은 형식적인 절차라 12월에 본계약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안내 받았다고. 그러나 최근 렌탈계약 통지서를 받은 이 씨. 그는 "계약자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계약이 체결됐다"면서 황당해했다.
# 대표번호로도 AS신청 안되는 로봇청소기 =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김 모(씨)는 정가 78만9000원짜리 로봇청소기가 최근 고장나 AS 신청을 했지만 실패했다. 구입 10개월 만에 충전이 안돼 AS신청을 위해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라는 안내만 반복됐다고. 공식 이메일로 AS신청을 했지만 답장이 없는 상태였다. 이에 제조사 측은 "콜센터는 인력 부족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이메일로만 AS신청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올해 가전·IT 부문 소비자 민원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다. 가전업체들의 자구적인 서비스 개선 노력과 더불어 고물가로 인한 가전 시장 침체로 제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기존에는 가전, 렌탈업체 관련 민원이 주를 이뤘으나 올해 들어서는 음식물처리기, 로봇청소기 민원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대부분 중소업체 제품이다보니 AS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소비자 불편이 이어졌다.
올해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가전·IT 관련 제보는 8005건으로 전년 동기(8880건) 대비 9.9% 줄었다.

◆ 로봇청소기는 AS 부실, 음식물처리기는 누수 피해…'이모님' 가전서 소비자 불만 다발
싱크리더, 웰릭스 등 음식물처리기 성능을 두고 업체와 소비자 간 이견으로 다툼이 잦았다. 아울러 음식물처리기가 역류해 배수관이 막히거나 물이 넘치는 문제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사용중 누수 피해를 입었는데 보상 문제를 두고 업체와 갈등을 빚는 일도 다발하고 있다.
제품 불량부터 설치 문제까지 누수 원인은 다양하다. 아랫집까지 누수가 번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업체 측은 소비자 과실로 책임을 전가하기 일쑤였다.

누수는 아랫집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제품 결함이나 설치 불량이 명확히 입증된 경우에만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로봇청소기는 라이드스토 등 군소업체를 대상으로 고객센터 연결 불통 등 민원이 이어졌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로보락과 드리미, 에코백스, 나르왈 등 중국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 대부분 AS를 직영 센터가 아닌 국내 판매 총판에 맡기고 있어 부족한 AS센터 수가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수리 기사가 부족해 AS가 수개월 지연되거나 고객센터 전화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됐다.
무선청소기 초기 도입 당시 주로 제기됐던 짧은 작동시간에 대한 불만이 일부 로봇청소기 브랜드에서도 제기됐다. 또한 로봇청소기가 청소 중 고가의 카페트를 손상시키거나 식탁 의자 다리를 훼손하는 등 문제도 발생했다.
이러한 경우 제조사들이 미리 중요 물건을 치워두지 않은 소비자를 탓해 갈등을 빚었다. 몇몇 중소 브랜드 제품은 주문 후 배송이 두 달 이상 지연되다 결국 쇼핑몰이 폐쇄돼 소비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 에어컨·전기매트 등 계절 가전 민원 지속...폭염으로 '얼음 정수기' 관리문제 속출
예년과 같이 계절가전에 대한 민원이 쏟아졌다. 여름에는 에어컨 설치·AS 관련, 겨울에는 온열매트 화재와 AS 에 소비자 불만이 집중됐다.
에어컨은 AS 지연 및 부품 미보유로 인한 설치 지연 등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한여름에는 AS가 길게는 한 달 넘게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기다리다 못한 일부 소비자들은 사설업체를 불러 해결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캐리어에어컨, 위니아 등 에어컨 제조사들은 성수기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계약직 충원 등 인력 보강 등에 나섰지만 단기간에 몰리는 AS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임을 드러냈다.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가전 고장 시 부품이 없어 수리받지 못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고가의 대형가전은 통상 10년 가까이 쓴다는 인식이 일반적인데 구입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제품임에도 부품이 수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폭염이 이어지며 판매 수혜를 입었던 얼음정수기도 소비자 피해가 급증했다. LG전자와 코웨이, SK매직, 쿠쿠홈시스, 청호나이스, 교원웰스 등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제품 관련 민원이 쏟아졌다.
얼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녹은 얼음이 나왔다는 불량 민원이 주를 이뤘다. 출수구 및 얼음통 곰팡이, 누수, 소음, 냄새 등 품질 문제도 잇따랐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업체별로 AS가 몰리면서 얼음정수기 필터 배송 및 수리 지연에 대한 민원도 다수 제기됐다.
정기적으로 관리 받는 제품인데도 곰팡이가 피어 있거나 물 때가 끼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기매트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스팀보이, 일월, 한일 등 군소업체들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제조사가 군소업체인 경우 돌연 폐업하거나 사명을 바꿔 피해 보상은 물론 제품 환불조차 받지 못했다는 소비자 민원도 속출했다.
제조사들은 소비자가 항의해도 전기 매트를 잘못 사용했다며 개인 과실로 치부하거나 보상하더라도 동일 제품 교환 외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만을 샀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설계상 안전성이 결여된 하자로 손해가 발생하면 제조사가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어 사실상 소비자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업체별 이용약관이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침구류 화재 등 2차 피해에 대한 보상 기준도 미비해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제기된다.
경동나비엔·귀뚜라미·린나이·대성쎌틱 등 보일러는 고장나면 제품 결함과 설치 과실을 두고 브랜드 측과 대리점이 책임 공방을 펼쳐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 외에도 코웨이, SK매직, 쿠쿠, 청호나이스 등 렌탈은 점검일 누락 등 고질병 같은 민원들이 반복됐다.
모바일 부문에선 지난 9월 출시된 '아이폰17' 시리즈 관련 소비자 민원이 다발했다. 애플은 아이폰 시리즈를 국내에 출시할 때마다 초도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놓지 않아 재입고까지 최대 수개월이 걸리는 사태를 빚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기기 결함 시 교환받을 새 단말기도 부족해 통신사를 통해 임대폰을 대여 받는 등 갖가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삼성전자는 접었다 펼칠 수 있는 폴더블폰의 경우 180도 완전하게 펼쳐지지 않거나 힌지 부분의 액정 내구성이 약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