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업계 ‘빅2’의 상반기 실적 전망이 엇갈린다. 삼성전기(대표 장덕현)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5% 안팎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LG이노텍(대표 문혁수)은 영업이익이 45%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AI와 전장으로 사업 체질개선을 이뤘지만 LG이노텍은 애플에 치중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와 AI 서버용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고부가 사업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LG이노텍은 전장 및 반도체 기판 등 신사업을 강화해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7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상반기 매출은 5조4575억 원, 영업이익은 4104억 원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4.9%, 영업이익은 5.7% 증가하는 수치다.
컴포넌트 부문의 핵심사업인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전장 부품의 공급 확대 영향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4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에 MLCC 납품을 시작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MLCC 사용량이 약 두 배 많아 1만2000개에서 최대 1만8000개까지 탑재된다.
하반기에는 MLCC 전장 매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20%인 전장 부문 매출 비중은 올해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2026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기는 BYD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할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2분기부터 FC-BGA 양산도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북미 주요 빅테크 기업과의 공급 계약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에 사용되는 고집적 기판이다. 삼성전기는 기존의 PC나 서버용이 아닌 AI 가속기용 FC-BGA를 처음으로 공급했다.
삼성전기 사업 중심축은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PC 등 IT전자기기 부품에서 AI와 전장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FC-BGA는 AI향 가속기 영역 진출, 서버 및 데이터센터향 비중 확대가 진행 중”이라며 “자율주행 반도체에 FC-BGA 적용 확대로 신규 매출의 반영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LG이노텍의 상반기 매출은 소폭 감소할 전망이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폭이 45.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영업이익이 1251억 원으로 28.9% 감소했는데 2분기엔 감소폭이 더욱 크다는 의미다.
수익성 하락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광학솔루션 사업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광학솔루션의 핵심인 카메라모듈은 70~80%가량이 애플에 납품되고 있어 단일 고객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애플이 2023년부터 원가 절감과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코웰전자 등 현지 부품업체와의 거래를 확대하면서 공급 경쟁이 심화됐다.
이로 인해 LG이노텍은 점유율 유지를 위해 단가를 인하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올해 1분기 카메라모듈 평균판매단가(ASP)는 전년 동기 대비 1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구조 편중에서 벗어나고 실적 개선을 위해 LG이노텍은 전장, 반도체 기판, 로봇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차량 센싱 솔루션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라이다, 차량용 카메라, 통신·조명 모듈 등 융복합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매출에서 전장 부품과 반도체 기판의 비중은 각각 9%, 6% 수준이다.
지난 3월 반도체 기판 사업 확대를 위해 구미공장에 60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FC-BGA 양산 라인을 늘렸고, 부가가치가 낮은 카메라모듈 생산은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한 투자 규모는 약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하반기에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모듈 양산도 시작할 계획이다. 해당 모듈은 차량 내 전자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핵심 장치로 작은 크기에 400개 이상의 부품이 집약된 고성능 제품이다.
고객사 다변화도 병행 중이다. 최근 미국 로봇기업 피규어AI에 로봇용 카메라모듈을 공급하기로 하고 내년 초부터 납품을 시작할 예정이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부문 경쟁 심화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다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전장과 반도체 기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고 있으며, 불량률 감소와 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