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지난달 단행된 롯데그룹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 정기 인사를 통해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세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31일 증권가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올해 매출 9284억 원, 영업이익 484억 원의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0.3%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2.8% 감소하는 수치다.
2026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소폭이지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홈쇼핑 매출은 2022년까지 1조 원 초반대를 유지했다. 2023년부터 김 대표가 재임하는 동안 매출은 9400억 원 안팎으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는 TV 시청률 하락, 온라인·모바일 중심 소비 전환, 송출수수료 부담 확대 등 홈쇼핑 업계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변화의 영향이 크다.
특히 롯데홈쇼핑의 경우 2023년에는 2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방송이 금지되는 새벽방송 규제가 시행되며 핵심 판매 시간대가 제한되는 등 외부 변수도 겹쳤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5년 방송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를 임원 서류를 고의로 누락해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고, 새벽방송 제한 제재를 받았다.
새벽방송 제한으로 일정 수준의 고객 이탈이 우려됐지만 이후에도 매출 규모가 큰 폭으로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 고객층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롯데홈쇼핑은 2023년 영업이익이 83억 원에 그쳤지만 2024년부터는 500억 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했다. 올해 영업이익은 김 대표 재임 전과 비교하면 38% 감소한 수치다.
실적 하락세는 롯데홈쇼핑 만의 일이 아니다. 현대홈쇼핑은 영업이익이 2021년 1339억 원에서 2024년 618억 원으로 54% 감소했다. CJ온스타일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200억 원에서 832억 원으로 30% 감소했다.

롯데홈쇼핑이 영업이익을 선방한 것은 김 대표 체제에서 고마진 패션 및 뷰티 품목 편성을 확대하고 송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원 소싱 멀티채널’ 전략을 추진 한 점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톡톡 튀는 콘텐츠’도 실적 선방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1월 진행한 ‘광클콘서트’는 TV홈쇼핑에 트로트 콘서트를 결합한 경험형 콘텐츠로, 기존 판매 중심 방송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올해 광클콘서트에는 3000명 모집에 40만 건에 달하는 응모가 몰렸고 행사 참여 고객의 주문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고객당 평균 주문액 역시 25% 신장했다. 단기 매출 효과뿐 아니라 고객 참여도와 충성도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콘텐츠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롯데홈쇼핑 자체 캐릭터 ‘벨리곰’의 인지도 확대도 김 대표의 성과다. 그는 벨리곰의 전시, 굿즈, 글로벌 라이선스를 통해 IP 비즈니스 가능성을 입증했다.
벨리곰 사업은 롯데그룹 차원에서도 글로벌 IP 확장을 이끄는 핵심 성장 축이 됐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TV도쿄 커뮤니케이션즈와 함께 내년 1월 6일까지 신주쿠 루미네에스트에서 ‘벨리곰×와사비베어’ 협업 팝업을 진행한다.
미국,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 현지 생방송을 진행하며 직구형 상품 경쟁력 강화하면서 탄생해 지난 2월부터 고정편성된 이탈리아 식품 전문 프로그램 ‘잇태리 잇템’도 보로탈코, 튜리 올리브 오일, 린도르 초콜릿 등을 국내 최저가·무료배송 혜택으로 선보였고 한 달 만에 누적 조회수 20만 회 이상의 성과를 냈다. 구매 고객의 30% 이상이 40대 여성으로, 일반 방송 대비 조회수도 10배 이상 높았다.
북극·아프리카 여행 상품 등 고가·이색 상품도 확대해 마진을 키웠다. 지난해 9월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의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3월에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입점시켰다.
롯데홈쇼핑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2023년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해외 패션 브랜드 판권을 인수해 국내에 유통하는 수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홈쇼핑 판매에 한정하지 않고 국내 론칭 이력이 없는 글로벌 브랜드의 사업권을 확보해 패션 전문몰과 편집숍 등 다양한 유통 채널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2023년 이탈리아 친환경 패션 브랜드 ‘우프웨어’를 직수입한 데 이어 프랑스 시계 브랜드 ‘랩스’, 레인웨어 브랜드 ‘플로트’, 비건 패션 브랜드 ‘아파리’, 핸드메이드 슈즈 브랜드 ‘보사보’, 패브릭 브랜드 ‘무아몽’ 등 다수 브랜드의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롯데홈쇼핑은 향후에도 유망 글로벌 패션 브랜드 발굴을 통해 유통 사업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실적 선방 성과로 김 대표는 지난달 단행된 롯데그룹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유통 계열사 대표 교체가 잇따른 상황에서 이뤄진 승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송출수수료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추가 수익 모델 발굴, 벨리곰 이후를 이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디지털 중심 사업 전환의 실질적 성과 창출은 과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