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제 선택에서는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지만, 실제로는 단말기 보조금과 할인 구조로 인해 고가요금제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은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시장 변화와 소비자 체감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10월 전국 성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이용 실태 및 단통법 인식도 조사를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요금제의 월 데이터 제공량을 보면 무제한 요금제가 40.4%로 가장 많았다. 이어 0~20GB 요금제 31.9%, 20~60GB 10.5%, 60~100GB 3.4%, 100~200GB 11%, 200GB 이상 2.8% 순이다.
60GB 미만 요금제 이용 비율은 42.4%로 무제한 요금제 이용 비율과 비슷해, 소비자가 낮은 데이터 요금제와 매우 높은 데이터 요금제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데이터 사용량은 ‘0~20GB’가 44.4%로 가장 많았고, ‘20~60GB’가 18.4%로 뒤를 이었다. 200GB 이상을 실제 사용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17.9%였다. 데이터 실사용량 평균은 95.43GB였지만 중앙값은 28GB로, 데이터 소비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요금제 선택 시 가격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응답자의 57.3%가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고, ‘데이터 제공량’ 27.0%, ‘결합 할인’ 12.4% 순이었다.
현재 요금제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비 가격 수준에 대해서는 46.8%가 ‘비싸다’고 응답해, 요금제 가격에 대한 불만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통법 폐지에 따른 소비자 혜택 체감도는 매우 낮았다. 단통법 폐지 이후 혜택을 ‘체감한다’는 응답은 9.3%에 그쳤고, ‘체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44.3%에 달했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22.2%에 불과했으며,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은 32.4%로 더 높았다.
소비자 피해 경험도 여전히 확인됐다. 단통법 시행 기간 중 계약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5%였다. 피해 유형으로는 ‘불투명한 요금제·할인 조건’이 54.6%로 가장 많았고, ‘불필요한 고가요금제 강요’ 51.7%, ‘지원금 차별’ 45.4% 순으로 나타났다.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시장 혼란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응답자의 39.4%는 ‘혼란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으며,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은 13.3%에 그쳤다. 계약 내용이 복잡하고 판매처마다 조건이 달라 소비자 혼란과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은 통신시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과제로 ▲단말기 가격 투명성(24.5%) ▲요금제 구조 단순화(21.5%) ▲단말기와 요금제의 완전 분리(13.7%) ▲약정 및 위약금 제도 개선(12.8%) 등을 꼽았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단통법 폐지가 곧바로 경쟁 활성화와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고가요금제 중심의 할인 구조와 복잡하고 불투명한 요금제 설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말기와 통신요금의 분리, 요금제 단순화, 가격·할인 구조의 투명성 강화, 불완전 판매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향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미디어 통신 관련 부처에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감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