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캠페인은 소비자 민원이 집중되는 식품/유통, 통신,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소비 제품을 대상으로 ① 소비자가 뿔났다 ② 기업도 괴로워 ③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나 ④ 앞서가는 기업들, 4개의 주제로 나눠 진행된다. [편집자 주]
에어컨이나 보일러 등 별도의 방문 설치가 필요한 가전의 경우 고장이 났을 때 설치 주체에 따라 소비자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백화점이나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등 제조사 직영점에서 제품을 구입했다면 설치 또한 본사 파견 기사가 하게 돼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온라인몰등 기타 유통업체를 통해서 구입한 제품은 보통 사설업체 소속 기사가 방문해 설치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단계에서 이 사실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아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제조사와 설치업체의 핑퐁에 소비자만 속을 끓여야 하는 상황이 무한반복되고 있다.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2년 전 오픈마켓을 통해 LG전자의 에어컨을 구입하고 설치를 받았다. 에어컨을 설치한 지 약 두 달 뒤부터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아 김 씨는 구매처에 문의해 방문 서비스를 받았다.
기사는 실외기에서 가스가 누출되고 있어 냉매가 없는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수리 후 한동안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한 달가량이 지난 뒤 또다시 가스가 누출돼 냉매가 부족한 현상이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반복적으로 가스 충전을 하고 있다고.
김 씨는 "2년간 여섯 번이나 똑같은 문제로 AS를 받았지만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제품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 설치자가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원인 입증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 광진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2015년 한 대형마트 온라인몰을 통해 대유위니아의 에어컨을 구입했고 마트쪽에서 파견된 기사를 통해 방문 설치를 받았다.
설치 직후부터 에어컨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벽에 얼룩이 생겼고 바람도 신통치 않았다. 설치 문제인 것으로 확인돼 사후 조치는 됐지만 벽과 바닥 등 집안 곳곳에 남은 얼룩과 곰팡이 등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없었다.
김 씨는 “에어컨 설치 한 번 잘못했다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집은 집대로 망가지고 있다”며 속상해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오 모(남)씨는 지난 2월 오픈마켓에서 저장식 전기온수기를 구입했다.
며칠 후 방문한 손님이 손을 씻다 화상을 입게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온수기 온도를 낮게 조절해도 계속해서 뜨거운 물만 나오는 고장탓이었다고.
설치가 잘못돼 발생한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조사 본사 쪽에 피해를 호소했지만 "본사 소속 설치 기사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답변에 유상으로 재설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오 씨는 "제조사와 설치업체가 별도 운영되는 지 전혀 몰랐다"며 말했다.
에어컨, 보일러 등 별도 설치과정이 필요한 가전제품의 불량 문제로 고충을 겪은 소비자들의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과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제품 고장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책임소재 역시 달라진다.
기기 자체 불량이거나 본사 소속 기사의 부주의가 원인일 경우 무상수리 및 보상이 가능하지만 사설 설치업체 측의 설치 과정에서 생긴 문제라면 책임 주체는 설치업체가 된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제품 자체의 문제", "설치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며 양측이 대립하는 사례가 빈번해진다. 설사 설치상의 문제임이 밝혀지더라도 영세업체인 경우가 태반이라 사실상 소비자들이 보상을 받기란 쉽지 않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제품 구입 단계에서 AS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며 “기술적인 문제라 설치상 부주의인지 제품 하자에 의한 것인지 입증하기도 힘든 터라 객관적으로 판단해줄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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