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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경영] 점자로 건네는 따뜻한 배려…오뚜기, 컵라면 제품에 조리법·물붓는 선 등 점자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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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경영] 점자로 건네는 따뜻한 배려…오뚜기, 컵라면 제품에 조리법·물붓는 선 등 점자 표기
  • 송민규 기자 song_mg@csnews.co.kr
  • 승인 2025.07.1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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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경영’은 소비자를 소중히 하는 경영,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도모하는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소비자를 위해 세심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게 실천하려는 노력을 담아냅니다. [편집자 주]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무심코 집는 상품. 정상인들에게는 불편한 것 없는 일상이지만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아니다.

제품의 포장지에 점자가 없는 제품이 많다. 있더라도 촉감이 약하고 점의 간격이 넓어 가독성이 낮은 경우도 많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음료·컵라면·우유 제품의 62.3%는 점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읽을 수 있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당장 집은 제품이 탄산인 것까지는 점자로 읽었지만 이게 ‘콜라’인지 ‘사이다’인지 모를 경우도 많다.

사더라도 어떻게 조리해야 할지 모를 경우도 있다. 특히 컵라면의 경우 뜨거운 물을 부어야 하는데 물 붓는 선을 시각장애인이 인지하기 어렵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조리법이 생기는 등 조리 방법이 다양화됨에 따라 물 붓는 기준선이 2개인 제품도 생겼다. 

이 모든 것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컵라면의 물 붓는 선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오뚜기는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 2021년 9월 오랜 노력과 연구 끝에 컵라면에 제품 이름과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 등을 점자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협조를 받아 점자 위치와 내용, 가독성 등을 검토한 뒤 도입했다.

▲오뚜기 제품에 점자가 표기된 모습
▲오뚜기 제품에 점자가 표기된 모습
현재 점자 표기는 용기면·컵면 77종과 컵밥 28종, 용기죽 10종, 케찹 6종, 마요네즈 10종에 적용됐다.

지난해에는 볶음면과 컵누들류 제품들의 물 붓는 선 모두 음각 또는 양각으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볶음면을 물을 버리지 않고도 조리할 수 있는 ‘복작복작’ 조리법의 물 붓는 선이나 컵누들면 섭취 후 계란찜 등을 조리하는 ‘응용 조리법’의 물 붓는 선을 삼각형 음각·양각으로 표시해 시각장애인도 인지할 수 있게 됐다. 시각장애인 역시 기호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라면제품에 물 붓는 선 2개가 양각 또는 음각으로 표시돼있다.
▲라면제품에 물 붓는 선 2개가 양각 또는 음각으로 표시돼있다.
현재 콕콕콕 5종과 짜슐랭 큰컵, 컵누들류 전 제품에 삼각표시선이 적용됐다. 오뚜기는 전 제품에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뚜기는 이렇게 적용한 점자의 사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시각장애인연합회를 통해 시각장애인 대상 커뮤니티와 소식지에 점자 사용 매뉴얼을 배포해 개선사항을 알리기도 했다.

오뚜기라면의 점자 표시 용기는 지난해 4월 ‘제18회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에서 한국패키징단체총연합회장상을 수상했다. 지난 5월에는 2025 Worldstar 어워즈 ‘Food’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뚜기프렌즈 작업자가 명함에 점자를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뚜기프렌즈 작업자가 명함에 점자를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2021년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오뚜기 프렌즈’를 설립해 취약계층의 고용 확대와 자립 지원에 힘쓰고 있다. 오뚜기 프렌즈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은 지난 2022년부터 임직원 명함에 점자를 삽입하는 작업을 담당해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지난 6월 기준 전체 4088개 명함 가운데 1751개(42.8%)가 시각장애인용 점자 명함으로 제작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의 제품을 모든 사람들이 예외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제품 기능을 보강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점자 표기 및 접근성 확대, 사회적 포용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모두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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