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세컨즈는 7년 전 중국 철수의 아픔을 딛고 침체된 내수 시장과 부진한 업황을 돌파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다시 해외 시장에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에잇세컨즈 글로벌 1호점은 필리핀 대표 유통기업 SM그룹 산하 초대형 쇼핑몰에 420㎡ 규모로 들어섰다. 특히 이번 진출은 필리핀 최대 리테일 기업 ‘수옌 코퍼레이션’과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확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호점은 마닐라의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위치한 업타운몰 1층에 오픈했으며 3호점은 오는 10월 마닐라 중심부 로빈슨 마닐라에 들어설 예정이다. 에잇세컨즈는 올해 필리핀 내 3개 매장을 순차적으로 오픈한 뒤 시장 반응에 따라 아시아지역으로 권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는 국내 시장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에잇세컨즈가 꾸준한 체질 개선과 볼륨 유지 전략으로 생존에 성공한 뒤 다시금 외연 확장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에잇세컨즈는 2012년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직접 론칭한 브랜드로 잘 알려져있다.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겨냥해 출범했지만 초기 부진한 성적 탓에 삼성물산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실패작’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 사장은 이후 패션부문에서 물러났고 에잇세컨즈 역시 적자 누적 속에서 조용히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에잇세컨즈는 단독 매장 정리, 아울렛 중심 재배치 등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 온라인 채널 확대 등 채널 전략을 조정하며 반전을 꾀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확대하며 공격적 행보를 이어갔다. 실제 매장 수는 ▲2020년 56개 ▲2021년 61개 ▲2022년 69개 ▲2023년 71개 ▲2024년 78개로 꾸준히 늘어났고 현재 기준 82개까지 확대된 상태다.
동시에 브랜드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며 매출 반등에 성공했다. 2019년 1000억 원대까지 하락했던 매출은 2023년 약 3000억 원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체 실적이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등에 따른 소비 위축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에잇세컨즈는 유일하게 선방 중인 브랜드로 꼽힌다.
에잇세컨즈는 지난 2016년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세우며 첫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사드 사태로 인한 한중관계 악화, 높은 임대료, 브랜드 인지도 부족 등의 이유로 2018년 7월 철수했다. 당시 약 2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삼성물산에 큰 상처로 남았다.
이번 필리핀 진출은 정확히 7년 만의 재도전이다. 당시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에잇세컨즈는 이번에는 현지 강력한 유통 파트너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였다. 또한 동남아 Z세대를 정조준한 K-팝, K-캐릭터 협업 마케팅을 병행하며 브랜드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필리핀 진출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에잇세컨즈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전역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2023년 IR 자료에서도 올해 이후 에잇세컨즈의 글로벌 확장을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명시한 바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필리핀은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고 에잇세컨즈의 주 타깃층인 젊은 인구 비중이 높아 해외 진출 국가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재까지 필리핀에 2개 매장을 오픈했으며 연내 한 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동남아시아 권역으로의 진출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