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은 대를 이어가며 형제들이 경영을 맡고 있고 지분 역시 복잡하게 쪼개져 있지만, 장남의 가계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고 허만정 창업주의 장남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손자로 서로 사촌관계인 허준홍(50) 삼양통상 대표, 허세홍(56) GS칼텍스 대표, 허서홍(48) GS리테일 대표가 바로 그들이다.
장손인 허준홍 대표의 (주)GS(대표 허태수·홍순기) 지분율은 4세들 중 유일하게 3%대에 이른다. 그룹 안팎에서 허준홍 대표가 ‘조용한 실세’, ‘후계 구도의 다크호스’로 불리는 이유다. 허세홍 대표가 2.27%, 허서홍 대표가 2.1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오너 4세 중 지주사 지분율 1~3위가 모두 허정구계인 것이다.
이 세 사람은 가족회사인 삼양인터내셔날(대표 허광수·하영봉)의 지분 81.8%를 나눠 갖고 있다. 향후 지분승계 과정에서 삼양인터내셔날이 이들의 자금줄 노릇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 허정구 회장의 손자들은 지주사 지분을 착실하게 확보하면서 승계작업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허준홍 대표는 최근 3년 사이 (주)GS 지분율은 0.22%포인트 높였다. 4세들 중 가장 많이 높아졌다. 허서홍 대표는 9월 20일까지 부친인 허광수 회장으로부터 (주)GS 지분 0.53%를 증여받을 예정이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장남이자 4세 맏형인 허세홍 대표는 후계자들 중 가장 먼저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2019년 GS칼텍스 대표로 선임된 뒤 정유와 신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장남인 허서홍 대표는 (주)GS와 GS에너지(대표 허용수), GS리테일 등 그룹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후계 수업을 받았다. (주)GS에서 미래사업팀장을 맡아 그룹의 신사업 전략을 주도한 만큼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들의 부모세대가 보유한 지분이 여전히 상당한 규모여서 승계를 위한 재원마련은 중대한 현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장남인 고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은 2%, 차남인 허동수 명예회장은 1.8%를 갖고 있다. 고 허정구 전 명예회장 일가의 3·4세들이 보유한 (주)GS 지분은 13.92%에 달한다.
허창수 GS건설 회장과 허태수 GS그룹 회장을 비롯한 고 허준구 전 GS건설 명예회장 일가의 지분율 13.7%를 근소하게 앞서는 규모다.
이렇게 GS그룹에서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고 허정구 전 명예회장 일가의 개인금고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삼양인터내셔날과 보헌개발이다.
삼양인터내셔날은 최근 5년간 3번이나 배당성향이 80% 이상을 기록했다.

◆내부거래 여전한 삼양인터내셔날, 허준홍·허세홍·허서홍의 또 다른 개인기업 보헌개발도 먹여살려
삼양인터내셔날은 고 허정구 전 명예회장 자손들이 지분 92.6%를 보유하고 있다. 등기임원 4인 중 3명이 일가로 채워져 있다.
1968년에 설립됐으며 담배 및 골프용품, 건자재, 임대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최대주주는 4세 후계의 선두로 꼽히는 장손 허준홍 대표다. 37.3% 지분을 보유했다.
허서홍 대표 33.3%, 허세홍 대표 11.2% 등 4세들이 81.8%로 대부분의 지분을 지녔다.

삼양인터내셔날은 연간 2000억~3000억 원대 수준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GS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대체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23년이 10.3%로 가장 높고 지난해도 8.2%로 두 번째다.
삼양인터내셔날은 GS그룹 계열사 가운데 GS리테일, GS칼텍스, GS건설(대표 허윤홍), 자이에스앤디(대표 구본삼) 등과 거래를 하고 있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일가와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일가가 보유한 개인기업인 GS네오텍과 승산이 사익편취 규제 후 50%를 넘던 내부거래 비중을 2%대로 낮춘 것과 대조된다.


특히 삼양인터내셔날은 4세들이 소유하고 있는 또 다른 개인회사인 보헌개발(대표 김광수)에 지속적으로 일감을 제공하고 있다.
보헌개발은 허준홍 대표, 허세홍 대표, 허서홍 대표가 각각 33.3%씩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임대업체로 1998년 설립됐다.
연 매출은 20억 원 안팎으로 크지 않지만 삼양인터내셔날로부터 발생하는 임대수익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매출 18억 원 중 55.6%에 해당하는 10억 원이 삼양인터내셔날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보헌개발의 당기순이익은 9억 원이다.
거의 매년 10억 원 안팎의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자산총계는 오히려 줄고 있다. 2020년 64억 원이던 자산총계는 2023년 41억 원, 올해는 35억 원으로 감소했다.
순이익을 내는 것 이상으로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보헌개발은 매출과 자산 규모가 작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적과 배당 등을 공시하지 않는다.

삼양인터내셔날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춘 회사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창출되는 이익은 오너일가에 대한 배당금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는 배당성향이 108.7%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배당성향이 50%를 밑돈 적은 한 번 밖에 없다. 3년은 80%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 5년 동안 삼양인터내셔날을 통해 오너 일가가 수령한 총 배당금은 527억 원에 달한다. 허준홍 대표가 212억 원으로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았다.
뒤이어 △허서홍 대표 189억 원 △허세홍 대표 63억 원 △허광수 회장 34억 원 △허동수 명예회장 27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허정수 회장 일가가 GS네오텍에서 5년간 450억 원을 배당 받은 것보다 더 많다.

같은 기간 허준홍 대표를 비롯한 오너 4세들은 삼양인터내셔날을 포함해 ㈜GS, 삼양통상, 삼정건업 등에서 꾸준히 배당을 받았다. 이들이 받은 배당금 규모는 허준홍 대표 450억 원, 허세홍 대표 294억 원, 허서홍 대표 274억 원에 달한다.
허광수 회장과 허동수 명예회장도 최근 5년 동안 받은 배당금이 각각 255억 원, 218억 원에 이른다.
이들은 확보한 배당 수익을 기반으로 지주사인 ㈜GS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개인회사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그룹 지배력 강화의 자금원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허준홍 대표는 2019년 말 GS칼텍스에서 삼양통상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룹 주류에서 떨어진 이후 ㈜GS 지분 매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허 대표는 삼양통상으로 자리를 옮긴 후 1.86%인 (주)GS 지분율을 △2019년 1.99% △2020년 2.69% △2021년 2.85% △2022년 2.85% △2023년 3.22% △2024년 3.44%로 거의 매년 높였다.
현재 주가로 단순 계산할 경우 허 대표가 지난 7년간 매입한 (주)GS 지분은 650억 원 이상이다.
또 허준홍 대표는 지난 6월 고 허남각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 별세로 약 932억 원 규모의 ㈜GS 지분 1.96%를 추가로 증여받을 예정이다.
증여가 완료되면 지분율은 5.4%로 높아진다. 현재 5.26%를 가진 허용수 GS에너지 대표를 제치고 단일 기준 최대주주가 된다.
허 전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330억 원 규모의 삼양통상 지분 20%도 허준홍 대표에게 증여될 예정이다. 두 회사 지분을 증여받으려면 약 6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허준홍 대표가 그동안 배당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세홍 대표, 허서홍 대표 역시 부모 세대로부터 자산의 55% 이상을 물려받았다. 남은 자산에 대한 승계도 배당금을 활용하면 증여세 납부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