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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⑦] 화면 속 ‘왕갈치’ 어디로, 받아보니 '종잇장’…홈쇼핑 '뻥광고'에 속아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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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⑦] 화면 속 ‘왕갈치’ 어디로, 받아보니 '종잇장’…홈쇼핑 '뻥광고'에 속아도 속수무책
개봉·사용 이유로 반품도 거절
  • 이정민 기자 leejm0130@csnews.co.kr
  • 승인 2026.02.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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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사례1 전북 군산에 거주하는 최 모(여)씨는 A홈쇼핑을 통해 랍스터를 주문했으나 배송된 3마리 중 1마리만 방송에서 제시된 크기와 유사했고 나머지 2마리는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주장했다. 제품은 두꺼운 얼음 코팅 상태로 배송됐으며 포장 봉지 안에는 떨어져 나온 얼음이 다량 포함돼 있었다. 최 씨는 고객센터에 반품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총 중량 3kg 기준으로 판매됐고 방송 자막을 통해 반품 불가를 안내했다”며 거절했다. 최 씨는 “중요한 제한 사항을 자막으로만 안내한 점과 물을 함께 얼려 배송했다는 설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례2 경기도 양주에 사는 전 모(여)씨는 TV홈쇼핑 B사 방송을 보던 중 '제주 특대 갈치'라고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했다. 방송에서 두툼한 갈치로 소개해 구매했지만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종잇장처럼 얇은 갈치가 배송됐기 때문이다. 전 씨는 "특대니까 그래도 클 거라고 기대했는데 너무 어이가 없다"며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문제 상품이 또 방송중이더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사례3 서울시 강서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해 10월 C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뼈없는 갈비탕 상품을 주문했다가 속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쇼호스트는 두툼한 살코기를 강조했고 화면에서도 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받고 보니 자투리 고기뿐이다고. 이 씨는 "국물로 중량만 채웠다. 쇼호스트 말과 방송 내용만 믿었는데 완전히 우롱당했다"고 억울해했다.


#사례4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12월 D홈쇼핑에서 '묻어나지 않는다'고 광고하는 립스틱을 구매했다. 평소 립스틱이 컵 등에 묻는 게 불편했던 김 씨는 쇼호스트가 제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절대 묻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구매를 결정했다고. 그러나 실제 사용해보니 기존 립스틱과 다르지 않았다. 김 씨는 "쇼호스트들의 설명을 듣고 신뢰해 구매하는데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불량품 아닌가"라며 "이미 사용해 반품도 안 된다니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사례5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는 E홈쇼핑을 통해 뼈없는 갈비탕을 구매했으나 실제 제품의 대부분이 국물로 구성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전체 용량의 약 90%가 국물이고 고기는 10% 수준에 불과했다”며 “방송에서 강조한 ‘푸짐한 고기 구성’과 큰 차이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사례6 세종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F홈쇼핑에서 만능 청소 티슈처럼 광고한 제품이 일반 물티슈와 다를 바 없었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타일바닥, 주방 어디든 묵은때, 기름때까지 깨끗하게 닦이는 것처럼 광고했으나 직접 사용해보니 그냥 물티슈 수준이었다고. 이 씨는 "홈쇼핑을 믿었는데 물티슈를 비싼 값에 산 꼴이 됐다"며 어이없어 했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방송 광고와 달리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품을 받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쇼호스트와 방송 화면을 신뢰한 소비자들은 실제 상품의 크기·구성·성능이 과장·왜곡됐다고 주장한다. 광고와 다르다며 환불을 요구해도 ‘총 중량 기준’, ‘사용자 개인차’ 등을 내세워 반품을 거절하다 보니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19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홈쇼핑을 통해 주문한 식품의 품질이 방송 내용과 다르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된다. GS샵, CJ온스타일,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NS홈쇼핑, 공영홈쇼핑, 홈앤쇼핑, KT알파쇼핑, SK스토아,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주요 홈쇼핑 업체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홈쇼핑은 소비자가 상품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쇼호스트의 설명과 방송 연출이 구매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표현 수위가 높아지거나 효과가 과장되며 허위·과장광고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방송 화면을 보고 믿고 샀는데 실제 상품은 눈에 띄게 작았다”, “육류는 비계가 절반 이상이었다” "묻어나지 않는 립스틱이라더니 거짓말이었다" "얼음도 간다던 믹서가 과일도 제대로 갈지 못한다" "프라이팬에 음식물이 눌러붙어 쓸 수 없는 수준"이라며 실망감을 토로한다.

◆ “총 중량 기준 문제없다” ”상품 효과는 개인 차"...환불은 ‘협력사 탓’

문제는 이러한 경우에도 반품이나 환불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과 다른 상품이라며 항의하면 홈쇼핑 업체들은 “총 중량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다”, “신선식품 특성상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상품 효과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방송에서 강조한 크기나 비주얼 등은 ‘연출’ 또는 ‘표현’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업체들은 협력사 승인이나 경과 기간 등을 이유로 환불을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다. 소비자는 이 과정에서 반복적인 고객센터 접촉을 요구받으며 시간과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제17조는 소비자가 재화를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분쟁이 잦은 육류·과일·수산물 등 신선식품에 대해서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함량 ▲용량 ▲중량 ▲개수 부족 ▲표시 내용과 다른 경우에는 당해 상품의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신선식품은 환불이 어렵다”, “정상 제품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법과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 홈쇼핑은 방송법·심의 규정 적용 대상

홈쇼핑은 일반 이커머스와 달리 방송법과 방송심의 규정의 적용을 받는 유통 채널이다.

방송법 제33조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시청자를 기만하는 내용 ▲사실과 다른 표현 ▲과장·왜곡된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한 홈쇼핑사 관계자는 “홈쇼핑은 방송법에 따른 규제를 받는 법적 책임이 있는 사업자로, 모든 생방송 판매 상품에 대해 사전·사후 심의를 통해 허위·과장광고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사업자인 TV홈쇼핑은 상품 취소·환불은 물론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만큼 유통 플랫폼으로서 소비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판넬, 자막, 대본 등은 사전 심의를 통과해야만 방송이 가능하며 쇼호스트 멘트에 대해서도 생방송 중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홈쇼핑사 관계자도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고객 의견이 접수되면 협력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확인된 내용에 따라 사후 조치를 실시한다”며 “방송 전에는 자막·자료화면 등 콘텐츠를 검수하고 쇼핑호스트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방송 중에는 자막과 시연, 설명이 정확한지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쇼핑호스트 발언을 실시간 텍스트로 변환해 심의하고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즉시 정정한다”며 “방송 이후에도 이슈가 발생할 경우 자체 사과 방송이나 사후 조치를 통해 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 “관리하고 있다”는 업계, 반복되는 책임 전가...분쟁 되풀이되는 배경엔 ‘모호한 기준’

업계는 품질 관리와 심의 시스템이 엄격하다고 설명하면서도 명절 등 특정 시기에는 검수 미흡 등 관리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예외 상황에서도 책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홈쇼핑 관련 분쟁은 소비자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나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민원 절차를 통해 구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사업자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분쟁 해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유사한 문제는 되풀이되고 있다.

홈쇼핑 분쟁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제도적 한계도 자리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21조는 전자상거래 사업자나 통신판매업자가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로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기만적인 방법으로 거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률상 ‘과장된 사실’에 대한 판단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어느 수준까지를 허용 가능한 표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정량화 된 기준이 없어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제품의 성능이나 효과를 둘러싼 갈등에서는 소비자와 업계 간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전자기기의 작동 소음이 예상보다 크거나 청소기의 흡입력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 경우, 또는 화장품이 방송에서 강조된 효과를 보이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광고·방송 내용의 문제를 제기하지만 업계는 사용 환경이나 개인차에 따른 주관적 판단의 영역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홈쇼핑 업계는 상품 특성과 사안에 따라 반품·환불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신선식품, 화장품, 전자기기 등 품목별 특성이 서로 다른 만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가 결과적으로 분쟁의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광고’와 ‘연출’의 경계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고 현행법은 허위·과장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어느 수준까지를 과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량적 기준이 없어 사업자는 ‘표현’이라고 주장하고 소비자는 ‘기만’이라고 인식하는 해석 충돌이 반복된다”며 ”특히 홈쇼핑은 시연 방식과 조명, 카메라 구도에 따라 상품의 크기나 상태가 실제와 다르게 인식될 가능성이 큰데 이에 대한 별도의 판단 기준이 부족해 분쟁이 구조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쇼호스트가 직접 들고 보여줄 경우 소비자가 크기를 가늠할 수 있지만 상품만 단독으로 촬영하면 실제보다 크게 보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화면 연출로 인한 체감 크기 차이를 안내하거나 비교 기준을 함께 제시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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