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은 테슬라 독주 시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테슬라의 올해 상반기 시장 점유율은 30.5%로 전통 강자 BMW와 벤츠를 제치고 압도적 1위다. 이들보다 약 10% 가량 점유율이 앞서있다.
테슬라코리아(대표 데이비드존파인스타인·서영득)는 수입차 최초로 올해 연간 10만대 판매 기록도 가뿐히 세울 분위기다. 상반기 5만6139대가 팔렸는데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연간 판매량은 11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테슬라를 제외한 캐딜락과 쉐보레, 지프, 포드, 링컨, GMC 등 대부분의 미국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하락세에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테슬라는 5년여 전 4.1%이던 점유율이 7배 이상 뛰었다.
판매 확대는 모델 Y가 주도했다. 모델 Y는 상반기 4만3359대가 팔리며 테슬라 판매량의 77.2%를 책임졌다. 모델 Y 프리미엄이 3만1767대로 전체 수입차 모델 판매 1위, 모델 Y L은 6947대로 3위, 모델 Y 프리미엄 롱레인지는 4645대로 5위에 올랐다. 모델3 프리미엄 롱레인지는 4644대로 6위를 차지하면서 수입차 판매 상위 10개 모델 가운데 4개가 테슬라 차량이다.
문제는 테슬라 차량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AS 네트워크는 판매 규모에 미치지 못하고 수입차 업계에서도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
업계에서는 상용화된 지 10년가량 된 전기차의 경우 보통 10년, 8만~10만km 주행 시 엔진 및 소모품 등에서 내구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시점이 된 만큼 테슬라의 판매량이 오히려 소비자 AS 서비스 측면에서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전기차 배터리, 전기모터 등 고전압 장치의 보증기간은 8년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오 모(남)씨는 테슬라 모델3 접촉사고로 서비스센터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뒷범퍼와 펜더를 수리해야 하지만 밀린 예약으로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오 씨는 한 달 정도면 수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입고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차량을 돌려받지 못했다. 오 씨는 "단순 외형 수리인데 수리에 시간이 이렇게나 걸리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많이 팔리는 만큼 AS 네트워크 구축은 필수적이지만 테슬라는 서비스센터당 담당해야 하는 차량 수가 3509대(상반기 판매량 기준 집계)로 수입차 업계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BYD코리아(승용부문 대표 조인철)는 584대, BMW코리아(대표 한상윤)는 477대, 벤츠코리아(대표 쉬린 에미라)는 408대다. 렉서스코리아는 211대, 볼보자동차코리아(대표 이윤모)는 192대, 한국토요타자동차(대표 콘야마 마나부)는 162대로 집계됐다.
BMW의 7.3배, 벤츠의 8.6배에 달해 정비 네트워크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만대 이상 팔리는 렉서스와 비교해도 테슬라의 센터당 담당 대수는 16배 이상 많다.
테슬라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센터는 16곳이다. 이 가운데 분당, 노원, 원주, 창원 등 4곳은 공식 홈페이지에 ‘고전압 정비 불가’로 표시돼 있어 배터리와 구동계 등 고전압 장치를 정비할 수 있는 거점은 12곳에 그친다.
후발주자인 중국 브랜드 BYD코리아보다도 서비스센터가 적다. BYD코리아는 지난해 1월 국내 승용차 시장 출범 당시 11곳이던 서비스센터를 약 1년7개월 만에 20곳으로 늘렸다. 올해 말까지는 26곳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테슬라 판매량은 BYD의 4.8배지만 서비스센터는 4곳 적다.
테슬라의 서비스 네트워크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 지난해 9월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테슬라코리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8월부터 2025년 9월17일까지 진행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수리 4637건의 평균 소요 기간은 23.4일이었다.
한 달 이상 걸린 사례는 1182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128건은 수리에 3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최장 수리 기간은 926일에 달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판매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비 네트워크 확충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2017년 한국 진출 이후 초기 판매 차량이 9년 차에 접어들면서 고전압 장치의 정비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고전압 정비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수리 지연 등 소비자 불편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서비스센터 구축은 단시간에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통상 서비스센터 한 곳을 만들기 위해선 워크베이나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1년~1년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비용도 20억~30억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곳은 한 번에 세우기에는 재무적 부담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점유율 하락 미국차들 재정비
테슬라를 제외한 캐딜락과 쉐보레, 지프, 포드, 링컨, GMC 등 미국 6개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은 2020년 11.6%에서 올해 상반기 1.1%로 10.5%포인트 낮아졌다.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 브랜드의 부진에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전동화 수요에 대응할 모델이 부족했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각각 45.5%, 44.7%로 합계 90.2%에 달했다.
미국 브랜드 가운데 전기차를 판매하는 곳은 캐딜락과 GMC뿐이다. 쉐보레와 지프, 포드, 링컨은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링컨 노틸러스 풀 하이브리드와 지프 랭글러 사하라 4xe 등 2개 모델이 전부다.
전기차 출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캐딜락이다. 2024년 5월 리릭을 시작으로 2025년 11월 에스컬레이드 IQ, 올해 5월 에스컬레이드 IQL을 잇달아 투입했다. 다만 캐딜락의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45대로 전체 판매량의 14.2%에 그쳤다.
GMC는 올해 1월 아카디아와 캐니언을 선보인 데 이어 5월 전기차 허머 EV를 출시했다. 올해 들어 신차 3종을 잇달아 투입하면서 상반기 판매량은 477대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었다.
쉐보레는 전동화 모델이 없는 데다 기존 수입차 라인업까지 축소됐다. 트래버스와 타호의 재고가 소진된 뒤 신형 모델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국내에서 판매하는 수입 모델은 콜로라도 1종에 불과하다.
포드와 링컨은 올해 1월 제조사 직영 체제를 끝내고 공식 딜러사 선인자동차가 사업을 총괄하는 딜러 중심 체제로 전환했다. 에프엘오토코리아(대표 이윤동) 출범 이후 3월 링컨 노틸러스 풀 하이브리드, 4월 포드 익스플로러 트래머, 6월 포드 익스페디션 완전변경 모델, 7월 링컨 네비게이터 완전변경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판매 회복에 나섰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