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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개인기업] SM그룹 2세 소유의 나진, 에이치엔이앤씨 내부거래 없이 외형 확장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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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개인기업] SM그룹 2세 소유의 나진, 에이치엔이앤씨 내부거래 없이 외형 확장 모색
  • 선다혜 기자 a40662@csnews.co.kr
  • 승인 2025.09.0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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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 일가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력 회사와 별개로 개인회사를 소유하는 일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과거 주력 기업이 일감을 몰아줘 오너의 개인회사를 키우고 이를 통해 상속·증여세를 마련하는 방식이 통용되던 시절도 있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가 비판과 규제의 대상이 되자 최근 이런 기업들이 독자적인 수익원을 발굴하며 홀로서기를 꾀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오너 일가가 보유한 개인회사들의 실상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SM그룹의 대표기업은 대한해운(대표 한수한)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기업은 오너 일가가 지분을 90% 이상 보유한 삼라(대표 조유선)와 삼라마이다스(대표 임희창)다.

삼라는 우오현(72) SM그룹 회장이 91.76%, 우 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던 고(故) 김혜란 씨 사이에서 태어난 차남 우기원(33) SM하이플러스 대표가 1.69% 지분을 보유했다.

삼라마이다스는 우 회장이 74.01%, 우 대표가 25.99%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삼라는 에스엠스틸(대표 박흥준·성낙원), 에스엠인더스트리(대표 조경태), 동아건설산업(대표 임동복), 우방(대표 이진욱), 에스엠중공업(대표 김종민), 에스엠상선(대표 강호준), 우방토건(대표 박정배) 등 다수의 계열사를 산하에 두고 있다. 삼라마이다스는 동아건설산업, 에스엠상선, 에스엠벡셀(대표 최세환), 우방토건, 국일제지(대표 강태현), 에스엠인더스트리 등을 거느리고 있다.

우 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라, 삼라마이더스와 별개로 그의 세 자녀가 각각 100%의 지분율로 지배하고 있는 개인기업 3곳이 존재한다.

고 김혜란 씨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 우건희(38) 씨가 코니스, 우기원 대표가 나진을 소유하고 있고, 본처 심동의 씨와 사이에서 태어난 차녀 우지영(47) 씨는 에이치엔이앤씨(구 태초이앤씨)를 갖고 있다.

에이치엔이앤씨는 2017년, 나진과 코니스는 2021년 설립됐다.

설립 초기인 만큼 외형 확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SM그룹 계열사들과 내부거래 없이 독자 생존을 꾀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경영 능력 입증 시험대 오른 2세 우기원 대표, 자산승계율은 미미

▲우오현 SM그룹 회장. 사진=SM그룹
▲우오현 SM그룹 회장. 사진=SM그룹

일단 그룹의 후계구도는 우기원 대표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우 대표는 2세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녀 우연아(48) 씨가 삼라농원 대표를 맡고 있지만, 회사 매출이 지난해 40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데다 개인적으로 삼라농원을 제외한 주력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지 않다. 

삼라농원은 우연아 대표가 지분 19%를 보유했고 나머지는 에스엠스틸, 에스엠인더스트리, 에스엠상선 등 계열사가 나눠 갖고 있다.

우기원 대표는 2017년 라도에 입사했다. 이 회사는 현재 삼라마이다스에 흡수합병된 상태다. 우 대표는 이후 2023년까지 대한상선에서 해운부문장을 지냈고 지난해 SM하이플러스 대표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후계 수업을 시작했다.

지난 7월에는 개인회사인 나진 대표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후계 수업에 전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는 SM하이플러스는 선·후불 하이패스 시장의 독보적 사업자다. 해운업과 달리 시장 변화가 빠르고 확장성이 커 모빌리티 분야에서 우 대표의 경영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적격의 자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 대표는 취임 이후 전통적인 하이패스 카드 시장을 넘어 모빌리티 결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SIM타입 자동차 충전카드를 도입해 기존 카드형 하이패스의 단점을 개선했으며, 주차장 운영 업체 하이파킹과 연계해 전국 주차장에 자동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주도했다.
 

후계 수업에 나선 우 대표지만 자산 승계율은 미미하다. 우 회장 일가의 주식가치는 1조6698억 원인데 이 중 89.8%를 우 회장이 지니고 있다. 70대 고령으로 접어든 만큼 승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과제다.

자산 승계율은 우지영 씨가 5.5%로 2세 중에서 가장 높다. 우기원 대표는 1.5%에 그친다.

막내 우건희 씨는 개인회사 코니스를 제외하면 보유 지분이 없다. 코니스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기업가치 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삼라는 그룹 내부거래 의존도가 70~90%로 컸으나, 공정위 규제 강화로 내부거래가 줄면서 2023년 영업수익(매출)은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는 지분법이익이 1382억 원으로 전년 97억 원 대비 크게 늘면서 영업수익이 증가했다.

이와 달리 삼라마이다스는 자체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고 계열사와 내부거래도 없다. 영업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의 경우 218억 원의 금융비용을 지출했고 그만큼 고스란히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3760억 원인데 이 중 3733억 원이 부채다.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기업으로서 연결기준 매출은 1조 원에 육박한다. 지분 54.8%를 보유한 동아건설산업은 지난해 8408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분 89.14%를 보유한 국일제지도 77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라와 삼라마이다스는 아직은 배당에 적극적이지 않다. 삼라마이다스는 최근 5년간 단 한 차례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삼라는 2019년까지 배당을 하지 않다가 2020년부터 주당 100원의 배당을 시작했는데, 총액은 6358만 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배당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삼라는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1조3373억 원이다. 전년 9739억 원 대비 30% 이상 늘었다. 지난해 지분법이익으로 얻은 수익이 고스란히 잉여금으로 쌓였다.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라와 삼라마이다스가 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자녀들은 개인기업을 키우는 것 외에는 현금을 축적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후계자 굳힌 우기원 대표, 삼라마이다스 주식 담보로 개인기업 나진 독자 생존 모색

우오현 회장의 자녀들이 소유한 개인기업들은 업력이 짧은 만큼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모습이고 코니스는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다만 나진과 에이치엔이앤씨는 SM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적극적인 외형확장에 나서고 있다.

우 대표는 2021년 자본금 1000만 원으로 부동산 개발·공급업을 주력으로 하는 ㈜나진을 설립했다. 나진은 오너 일가 개인기업이지만 내부거래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생존을 위한 외형 확대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 6월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대구 북구 복현동 416-2 소재 토지와 건물을 143억 원에 매입했다. 7월에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384-8 소재 토지를 41억 원에,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 683-1 소재 토지를 샀다. 8월에는 경상북도 경주시 내남면 안심리 일대 토지 5필지를 매입했다.

법정관리 중인 씨앤에이치 인수전에도 나섰다. 씨앤에이치는 여신전문금융업으로 출발해 호텔, 수입차 판매, 자동차 렌털, 외식 프랜차이즈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1분기 기준 자산 규모는 2000억 원에 달한다.

나진이 씨앤에이치 인수를 마무리하면 15억 원에 불과했던 자산 규모는 크게 불어나게 된다.

재계에선 나진의 몸집이 커지면 우 대표가 이를 활용해 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라나 삼라마이다스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삼라마이다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나진 외형 확대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우 대표는 올해에만 일곱 차례에 걸쳐 보유 지분 일부를 에스엠자산개발, 경남기업 등에 맡겼다. 담보로 잡힌 주식은 2205주(4.66%)이며 평가액은 512억 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지난 3월 삼라마이다스에서 6억8900만 원을 빌린 데 이어 5월에는 에스엠자산개발에서 310억 원을, 7월에는 경남기업에서 200억 원을 차입했다. 올해 들어 계열사 차입 규모만 총 516억8900만 원에 달한다.

SM그룹 측은 "회사 경영에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으로 자금이 오고갔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진과 에이치엔이앤씨)는 각 사가 기존 영위하고 있는 주력사업의 강화, 미래먹거리를 위한 신사업 발굴 등 경영계획과 목표에 따라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분리나 후계구도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의된 부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자산 승계율 가장 높은 우지영 씨, 공격적 M&A로 에이치엔이앤씨 알짜회사 키워
 

 
우지영 씨는 2세 중 자산 승계율이 5.5%로 가장 높다. 개인회사인 에이치엔이앤씨를 독자 경영 중이다.

2017년 부동산 개발 및 시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에이치엔이앤씨는 초기에는 사업 방향을 모색하면서 뚜렷한 경영활동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23년 말 범현대가 건설사 에이치앤아이엔씨를 인수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남편이자 현대가 3세 경영인 정대선 씨가 이끌던 회사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급격한 자금난으로 2023년 3월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에이치엔이앤씨는 2023년 12월 인수 의사를 공식화했고, 2024년 5월 흡수합병하며 사명도 바꿨다.

에이치앤아이엔씨는 에이치엔이앤씨에 인수된 이후 천안역 ‘경남아너스빌 어반하이츠’ 시행사업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이에 따라 에이치엔이앤씨는 지난해 매출 861억 원, 영업이익 278억 원을 내는 알짜회사가 됐다. SM그룹 58개 계열사 중 영업이익이 6번째로 많다.

지난해 9월에는 합성수지 필름업체 한스인테크와 자회사 한스케미칼을 계열사로 편입하며 외형을 키웠다. 외형 확대를 위해 계열사로부터 차입한 대금을 갚아야 하는 것은 과제다.

현재 에이치앤아이엔씨는 이들 회사를 산하에 두고 직접 관리하는 구조를 갖추면서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우지영 씨는 지난해 10~11월 사이 STX건설, 삼라, 우방 등 SM그룹 주요 계열사 감사직에서 돌연 사임했다. 임기가 2026년 3월까지 남아 있었음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독립 경영을 위한 사전 포석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자녀 세대가 본격화 되면 개인회사를 기반으로 한 독립 노선이 강화돼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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