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사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전 세계인의 관심이 높은 K-팝(pop) 콘텐츠와 적극 협업하고 있다. K-팝과의 시너지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사례도 쌓여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30개 국가 2만7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에 대한 응답으로 K-팝이 1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음식이 12.1%, 드라마 9.5%, 뷰티 제품 6.2%, 영화 5.9% 순이었다.
해외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K-팝과 K-푸드의 협업이 시너지를 내면서 국내 식품사들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낯선 식품을 제품 자체로만 알리기보다 이미 인지도가 높은 K-팝·콘텐츠와 함께 노출해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소비 경험까지 연결하려는 전략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4월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과 글로벌 전용 브랜드 ‘맵(MEP)’을 알리는 글로벌 캠페인 ‘FEEL THE KICK’을 선보였다. 벰파이어 컨셉으로 활동 중인 엔하이픈의 모습을 본능으로, 맵의 매운맛이 이를 깨운다는 내용이다. 메인 광고, 비하인드 및 숏폼 콘텐츠로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와 북미 시장을 겨냥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확보한 매운맛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해 2024년 말 맵을 선보였다. 이후 2025년 10월 엔하이픈을 첫 글로벌 엠버서더 발탁했다.
협업 초기 공개한 캠페인 영상은 18일 만에 조회수 1억 회를 넘겼다. 국가별 조회 수 비중은 말레이시아와 태국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엔하이픈 팬덤이 강한 동남아 지역에서 맵의 인지도를 높인 성과로 풀이된다. 현재는 다수 SNS에서 선보이고 있는 맵 브랜드 캠페인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가 3억2231만 회에 달한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대표 과자 브랜드 빼빼로의 글로벌 엠버서더로 ‘스트레이 키즈(스키즈)’를 발탁했는데 올해도 계약을 연장했다.
롯데웰푸드는 스트레이 키즈와 글로벌 35개국에서 멤버들의 이미지를 적용한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할인점 까르푸에 출시한지 일주일 만에 물량이 소진됐고, 편의점 세븐일레븐 온라인에서는 오픈 7분 만에 판매가 종료되기도 했다.
롯데웰푸드는 2023년 뉴진스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필리핀, 카자흐스탄 등 17개국에서 빼빼로데이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자사 대표 제품과 함께 국내 소비문화까지 확산을 노린 전략이다.

농심은 지난해 11월 신라면의 첫 글로벌 앰버서더로 아이돌 그룹 ‘에스파’를 발탁했다. 뮤직비디오 방식의 글로벌 광고로 신라면의 글로벌 슬로건 ‘Spicy Happiness in Noodles’를 드러냈다.
에스파와 협업한 신라면 광고 조회수는 한 달 만에 1억3000만 회를 돌파했다. 현재는 5억 회를 넘어서며 역대 신라면 광고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제품 패키지에도 에스파 멤버들이 담겨 중국, 호주 등으로 출시됐다.
또 농심은 지난해 8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와도 협업해 신라면, 새우깡 등 제품 패키지에 캐릭터를 적용했다. 올해 1월부터는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컵라면을 제품으로 구현해 미국, 호주 등에 출시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K팝 걸그룹으로 표현되는 ‘헌트릭스’가 악령으로부터 팬들을 지키는 데몬 헌터로의 활약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농심 관계자는 "케데헌 및 에스파 등 글로벌 마케팅 활동은 신라면의 브랜드를 트렌디하고 활력있는 이미지로 강화하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5월 아이돌그룹 ‘세븐틴’을 간편식 브랜드 ‘비비고’의 첫 글로벌 엠버서더로 발탁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미국 비비고 브랜드 웹사이트에서 30불 이상 구매 시 스냅포토 증정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월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0% 증가했다. 일본에서도 오프라인 매장 ‘비비고 마켓’에서 콜라보 팝업 행사를 진행한 결과 판매액이 294%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비비고 비주얼이 적용된 프레임으로 네컷 사진을 찍은 뒤 틱톡에 공유하는 글로벌 챌린지는 조회수가 4억 회를 기록할 정도로 주목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CJ제일제당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와 협업해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등 전세계 14개국 대상으로 비비고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했다. 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와도 협업했다. 셰프들이 사용하는 소스류, 햇반, 만두, 김, 두부 등이 ‘비비고’ 로고가 새겨진 대형 팬트리와 함께 전 세계에 송출됐다.

하이트진로는 2024년 12월 ‘오징어 게임 시즌 2’와 참이슬을 결합한 에디션을 일본, 호주, 멕시코 등에 출시했다. 한정 에디션은 4200만 병이 출시됏지만 완판까지 4주 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내 토스트 브랜드로 유명한 이삭토스트는 세븐틴 멤버 민규를 엠버서더로 발탁해 올해 5월부터 전시회 및 포토 증정 행사로 일본 시장을 공략 중이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는 평소 글로벌 팬들 앞에서 김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세븐틴 멤버 호시를 글로벌 엠버서더로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에 대한 선호나 취향은 어릴 때부터터 접한 현지 식문화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해외 소비자가 생소한 한국 식품을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K팝, 드라마, OTT 콘텐츠처럼 이미 인지도가 높은 K-문화와 함께 노출되면 심리적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소비 경험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