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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다 상하는데 냉장고 AS 10일이나 기다리라고?...썩은 식자재 보상도 기준없는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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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다 상하는데 냉장고 AS 10일이나 기다리라고?...썩은 식자재 보상도 기준없는 ‘깜깜이’
투명한 피해 구제 체계 마련해야
  • 정유진 기자 yj@csnews.co.kr
  • 승인 2026.06.15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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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 경기도 평택에 사는 유 모(여)씨는 지난 5월 김치냉장고 내부에서 냉기가 전혀 생성되지 않는 문제로 A가전업체 서비스센터에 AS를 요청했다. 내용물이 전부 상할 위기라고 급한 사정을 설명했지만 수리기사 인력이 부족하다며 기사 방문은 10일 후로 정해졌다. 유 씨는 "그때까지 기다리면 냉장고 가득 채워놓은 김치가 다 상할 것 같아 수리를 포기하고 다른 브랜드 김치냉장고를 새로 구매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 사례2.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박 모(남)씨는 지난달 24일 냉장고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압축기)가 갑자기 멈춰 나흘 뒤 수리를 받으면서 모든 식자재가 부패했는데 보상은 일부만 가능해 분통을 터트렸다. B가전사 서비스센터 측은 “회사가 음식물을 수거해 폐기 대상으로 분류한 품목에 대해 일부 보상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박 씨는 "모든 음식물을 버려야 할 상황인데 일부만 보상한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 사례 3. 경기도 성남에 사는 조 모(남)씨는 지난해 12월30일 멀쩡하던 냉장고의 냉장·냉동 기능이 동시에 중단돼 가전업체 C사에 AS를 요청했다. 해가 바뀌어 1월6일이 되도록 수리기사는 오지 않았다. 조 씨 항의에도 본사는 "기다려라"고 일관했다. 그 사이 냉장고 안 음식물은 변질돼 악취를 풍겨 버릴 수밖에 없었다. 조 씨는 첫 AS 신청 후 열흘 뒤인 1월10일에야 수리를 받았다. 조 씨는 "내용물 보상은 일절 없고 오히려 수리비로 2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청구하더라"며 분노했다.

국내 가전 제조사들의 냉장고 AS 지연으로 인한 음식물 피해 보상 문제가 최근 주요한 민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냉장고·김치냉장고처럼 신선식품을 보관하는 필수 가전은 고장 시 신속한 수리가 생명이지만 수일에서 길게는 열흘 이상 밀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수리 지연 과정에서 음식물 부패 등 2차 피해를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소비자를 위한 구제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수리를 의뢰한 날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사업자가 수리된 물품 등을 소비자에게 인도하지 못할 경우 같은 제품으로 교환 또는 환급'하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가전 수리 지연에 대한 피해 보상 가이드라인은 있어도 식자재 변질로 발생한 손실에 적용할 기준은 없다는 점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3~4시간만 냉기가 공급되지 않아도 식품 변질 위험이 커지는 만큼 AS 지연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에어컨 수리가 몰리는 한여름에는 삼성전자, LG전자, 오텍캐리어, 위니아 등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냉장고 AS까지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관련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냉장고 수리 지연으로 내용물 변질 시 자체적인 보상 지침을 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부 보상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객과 협의를 거쳐 현금으로 지급한다”며 구체적인 보상 조건이나 비율 등은 현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 측도 실물 피해를 확인하고 보상을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명문화된 프로토콜은 없다고 설명했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고장 사유가 제각각이고 식자재 피해 규모를 일률적으로 재기 힘들어 현장에 변수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수리 기간 고객이 임시로 사용하도록 무상 제공되는 '대여 가전' 제도도 있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소형 가전은 기기 대여 서비스가 대체로 제공되고 있으나 부피가 커서 설치하기 어려운 대형 가전은 운반, 설치비 등 비용 부담으로 대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냉장고, 세탁기처럼 부피가 큰 제품은 대여 가전이 나가기보다 최대한 신속하게 수리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수리가 길어지면 그동안 쓸 수 있게 임시로 대여해 주는 제품은 주로 스마트폰, TV 정도”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에어컨, 이동형 냉장고, TV, 노트북 모니터 등 상대적으로 다양한 대여 가전 라인업을 갖췄으나 실제 지원 여부는 서비스센터 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고가의 필수 가전이 고장 나면 소비자는 식자재가 썩어 나가는 금전적 손실과 일상의 불편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도화된 기술력과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제품 고장 시 소비자가 겪는 불편과 부담을 최소화할 사후 관리 체계와 보상 기준이 보다 투명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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