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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㉛] 100만 원 넘는 캐리어 파손됐는데 보상 '0'...항공사 쥐꼬리 보상에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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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㉛] 100만 원 넘는 캐리어 파손됐는데 보상 '0'...항공사 쥐꼬리 보상에 '뿔'
휴가철 민원 증가…보상액·입증 책임 둘러싼 갈등
  • 이승규 기자 gyurock99@csnews.co.kr
  • 승인 2026.08.0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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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사례1 인천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5월24일 진에어를 이용해 일본 후쿠오카에서 인천으로 귀국한 직후 위탁수하물로 맡긴 캐리어 하단 일부가 깨진 것을 발견했다. 당일 진에어 앱 ‘고객의 소리’를 통해 파손 사진과 수하물표 등을 첨부해 보상을 요청했다. 진에어 측은 캐리어가 구매 후 5년이 지난 제품으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내용연수를 초과해 보상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자비로 캐리어를 수리했다는 이 씨는 “110만 원에 구매한 캐리어로 수리가 가능한 상태였다”며 “구매 후 5년이 지났다고 파손 원인이나 수리비 확인 없이 보상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사례2 경남 거제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4월 대한항공을 이용해 미국에 도착한 후 공항에서 위탁수하물을 찾던 중 캐리어가 파손된 상태로 나와 깜짝 놀랐다. 캐리어는 단단한 재질의 제품이었으나 전면 하부가 깨져 있었다. 박 씨는 대한항공 측에 파손 사실을 알린 뒤 '5만 원 보상'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캐리어는 지난해 12월 해당 항공사를 이용하며 파손된 캐리어 대신 받은 제품이었다. 박 씨는 "캐리어가 더 찢어질까 불안해 사용할 수 없다. 완전한 수리나 대체품으로 보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수하물 파손 등 민원 발생 시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례3 충북 청주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2월 나트랑에서 출발하는 에어로케이 귀국편을 이용한 뒤 위탁수하물로 맡긴 캐리어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캐리어 표면이 갈라져 항공사에 보상을 요구했다. 에어로케이 측은 내부 규정에 따라 1만5000원 지급을 제안했다. 김 씨는 "보상금 산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캐리어를 폐기해야 할 정도로 파손됐는데 보상액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에어로케이는 당시 파손 상태 확인 뒤 캐리어 구매가가 아닌 손상 부위와 정도를 기준으로 보상액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의 보상 요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내부 기준에 따라 파손 범위를 검토해 보상액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휴가철을 맞아 항공편을 이용하며 위탁 수하물로 맡긴 캐리어 파손 시 보상을 두고 소비자와 업체간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규정에 입각해 보상한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배상액이 턱 없이 적거나 아예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일도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항공편 이용 후 위탁수하물로 맡긴 캐리어가 파손됐지만 항공사로부터 납득할만 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이 이어지면서 관련 분쟁도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원 대부분은 보상액이 적다는데 집중되고 있다. 캐리어 특성상 일부만 파손돼도 새로 구매해야 하지만 보상액으로는 새 제품을 구매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짚고 있다.

대형 항공사보다는 저비용 항공사 관련 민원이 더 잦았고 올 들어서는 외국 항공사와의 갈등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캐리어 바퀴가 파손됐지만 소모품이라며 보상을 거부 당하거나(위쪽) 파손 보상 접수후 한 달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어 걱정하는 민원도 잇따랐다
▲캐리어 바퀴가 파손됐지만 소모품이라며 보상을 거부 당하거나(위쪽) 파손 보상 접수후 한 달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어 걱정하는 민원도 잇따랐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국제여객의 위탁수하물에 분실·파손·지연이 발생했을 경우 국제 협약(몬트리올·바르샤바 협약) 및 상법에 따라 배상이 이뤄진다.  

몬트리올협약과 바르샤바협약은 국제항공운송에서 발생하는 법률관계를 통일한 국제협약이다.

몬트리올 협약에 따르면 위탁수하물이 파손된 경우 항공사가 책임을 부담한다. 책임한도는 2024년 12월28일부터 승객 1인당 1519SDR, 약 300만 원 규모로 상향됐다. SDR은 국제통화기금이 정한 특별인출권이다. 바르샤바 협약은 위탁수하물 중량 1kg당 250프랑스 골드프랑(약 3만 원)을 책임한도로 두고 있다. 두 협약의 한도는 정액 보상금이 아닌 실제 손해에 대한 배상 상한선이다.
 

▲캐리어 전면이 파손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보상액이 기대와 달리 적거나 내용연수 5년이 지나 아예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캐리어 전면이 파손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보상액이 기대와 달리 적거나 내용연수 5년이 지나 아예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과실로 위탁수하물이 파손된 경우에 한해 보상 책임을 진다는 공통된 입장을 갖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은 수리가 가능하면 AS해주거나 수리비를, 불가능할 경우 구매비용을 감가상각으로 따져 보상한다.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캐리어 파손 시 대체 캐리어를 지급하거나 일부 비용을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문제는 소비자가 파손 발생 시점과 실제 손해액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파손이 발생하면 정상 상태로 수하물을 맡겼고 항공사의 관리 아래 있는 동안 파손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입증 시간은 7일 이내지만 현장에서 즉시 알리지 않을 경우 다툼이 있을 수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파손 시점과 경위, 캐리어의 구매가격 및 사용연한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무작정 보상액을 책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집으로 돌아간 뒤 파손 사실을 신고하면 언제 어디서 파손됐는지 입증하기 어렵고 캐리어 가격도 5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 제각각이어서 요구액에 맞춰 모두 보상할 수는 없다”라며 “항공사별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리 부품 비용에 감가상각을 적용해 실비를 지급하거나 대체 가방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이 조차도 도의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보상 약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봤다.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항공사들은 현재 공시된 약관과 내부 규정에 따라 보상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전적으로 항공사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소비자들이 항공권 구매 단계에서 수하물 보상 약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항공사 선택 기준으로 삼는 문화가 확산되면 항공사들도 보상 기준을 재검토하게 되고 관련 갈등도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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