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이 27년째 선천성 대사이상 환자를 위한 특수분유 생산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우유배달 활동도 매년 확대하고 있다.
“단 한 명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고(故) 김복용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 아래 이어져온 사회공헌 활동이다.
매일유업은 상·하반기 2회, 약 일주일 동안 일반 분유 생산라인을 멈춘다.
생산에 앞서 약 24시간 동안 설비 내부를 세척·소독하는 것은 물론 다른 종류의 특수분유를 생산할 때마다 추가 세척 작업을 한다. 생산량이 적어 캔에 제품 라벨을 붙이는 일부 포장 공정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조제식품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현재 생산하는 제품은 질환별로 8종 12개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은 체내에서 단백질과 아미노산 등 특정 영양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만들어지지 않아 대사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유전질환이다.
식이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구토와 성장장애, 운동발달장애, 뇌 손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환자에게 특정 아미노산을 제거하거나 함량을 조절한 특수분유가 일반적인 영양식품을 넘어 치료와 건강관리의 일부로 평가되는 이유다.
특수분유 생산은 희귀질환 환자식인 탓에 생산에 드는 비용 대비 수요가 적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들을 위해 식품을 개발하는 업체는 드물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환자들이 영유아기를 지난 뒤에도 식이관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품을 확대했다. 2017년 11월 4세 이상 환자를 위한 ‘앱솔루트 유시디(UCD)-2 포뮬러’와 ‘앱솔루트 메티오닌 프리-2 포뮬러’를 추가 개발했다. 두 제품은 4세부터 성인까지 섭취할 수 있도록 판매되고 있다.
유시디-2 포뮬러는 요소회로 대사이상증 환자를 위한 제품이다. 요소회로는 단백질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독성 물질인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꿔 몸 밖으로 배출하는 체내 과정이다.
요소회로에 관여하는 효소가 부족한 환자는 암모니아를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혈중 암모니아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심하면 의식 저하나 발달장애,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연 단백질 섭취량을 조절하면서 필요한 아미노산과 영양소를 보충해야 한다.
두 제품이 개발되기 전 4세 이상 환자들은 성장기에 필요한 단백질 요구량을 맞추기 위해 0~3세용 1단계 특수분유의 섭취량을 두 배 이상 늘리는 경우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아미노산뿐 아니라 지방과 탄수화물, 열량까지 과도하게 섭취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매일유업은 2단계 제품의 탄수화물과 지방 함량을 1단계보다 낮추고 특수 단백질 함량은 높였다. 환자가 전체 분유 섭취량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고도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도록 설계를 달리한 것이다.
특수분유는 경기도 평택공장에서 생산된다. 질환마다 제거하거나 조절해야 하는 아미노산이 달라 일반 분유나 다른 특수분유 성분이 섞이지 않도록 생산 공정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특수분유는 수요가 적은 데 비해 원료 관리와 생산 전환, 세척 등에 드는 비용이 커 규모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두 제품이 필요한 환자 수도 국내 약 100여 명 정도에 불과하다.
특수분유 생산과 함께 희귀질환 인식을 높이기 위한 ‘하트밀’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하트밀은 마음을 뜻하는 ‘하트’와 음식을 의미하는 ‘밀’을 합친 말로, 엄격한 식이 제한을 받는 환자와 가족을 응원하기 위해 2013년 시작됐다.
매일유업은 2018년부터 외부 업체와 협업해 하트밀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 수익금 전액을 환자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환자가 섭취할 수 있는 음료와 연령별 장난감·생활용품 등을 담은 ‘하트밀 박스’를 환자 가정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하트밀 캠페인에는 1000명이 참여했고 선천성 대사이상 환자 203명이 하트밀 박스를 받았다. 박스 수혜자는 2023년 111명에서 2024년 121명, 2025년 203명으로 늘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은 희귀질환인 만큼 국내에서 아직 인식이나 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환아들을 위한 식품들을 구하기도 어렵다”며 “앞으로도 매일유업은 모든 아이들이 편견 없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특수 유아식 생산과 더불어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을 높이기 위한 하트밀 캠페인을 지속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 선대회장의 공익경영 철학은 홀로 사는 어르신의 일상을 확인하는 우유배달로도 이어지고 있다. 매일유업은 2016년부터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의 후원사로 참여해 락토프리 제품인 ‘소화가 잘되는 우유’ 공급과 배달을 지원하고 있다.
일상적인 가정배달과 달리 독거 어르신 중에는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들어가기 어려운 골목과 경사로, 계단이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있다. 대리점 배달원들이 우유를 들고 걸어서 이동해야 해 배달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대리점과의 협조를 통해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업은 매일 배달된 우유가 집 앞에 두 개 이상 쌓이면 배달원이 인근 관공서나 관계기관에 연락해 어르신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한다. 정기적으로 집을 찾는 우유배달망을 독거노인의 이상 징후를 확인하는 생활밀착형 돌봄망으로 활용한 것이다.

지원 규모는 해마다 확대됐다. 우유를 지원받은 어르신은 2023년 4167명에서 2024년 5682명, 2025년 6230명으로 2년 동안 49.5% 늘었다. 같은 기간 수혜 지역도 전국 49개 시·군·구에서 70곳으로 확대됐다. 2025년 한 해 전달한 우유는 약 216만 개다. 올해 5월에는 한 달 동안 우유 19만138개가 전국 독거 어르신 6618가구에 전달됐다.
매일유업은 과거 ‘소화가 잘되는 우유’ 매출액의 1%를 우유안부 사업에 기부해왔다. 현재는 해당 제품에서 발생한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제품 포장에도 판매 수익금 일부가 우유안부 사업에 사용된다는 안내 문구와 후원 페이지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넣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고독사를 예방하고 어르신께 안부를 전하는 활동이 작은 단체에서 시작하여, 지자체, 기업 그리고 고객이 함께하는 CSV 활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