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엔비디아가 연내 12년 치에 이르는 대용량의 로봇 데이터를 공동으로 확보한다. LG전자가 ‘LG 클로이드’를 포함한 로봇 수백대를 활용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솔루션과 연계해 증강·합성 과정을 거쳐 다시 로봇 학습에 투입한다.
LG전자는 18일 서울 서초구 데이터팩토리에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제품 마케팅을 총괄하는 매디슨 황 옴니버스로보틱스 수석이사 등 핵심 관계자를 초청해 관련 협업을 위한 협의를 했다.
이는 앞서 13일(현지시간)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대 전략사업(피지컬 AI·AI 인프라·모빌리티) 협력을 위한 전략적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나흘 만의 만남이다.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사업 확장을 주도하고 있는 황 이사가 LG그룹 로보틱스 연구개발(R&D)의 심장부 격인 LG 데이터팩토리 현장을 직접 찾아 양사의 로보틱스 파트너십이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달 로보틱스 사업을 전담할 ‘로보틱스사업센터’를 CEO 직속으로 신설하고 데이터팩토리 전담 조직도 그 아래에 뒀다. 기존 연구개발 중심 조직과 달리 새 센터에는 사업개발과 영업, 공급망, 제조 기능까지 묶어 로봇 사업화 전 과정을 담당하도록 했다.
LG전자가 연말까지 데이터팩토리에서 수집하는 데이터와 증폭·합성으로 생성하는 가상 데이터를 더한 학습용 데이터 분량은 총 10만 시간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고도화해 내년 1분기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LG전자 데이터팩토리는 로봇이 여러 작업을 학습하고 학습한 데이터를 검증·정제하는 인프라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4개 층, 연면적 1만㎡ 규모로, LG 클로이드를 투입해 로봇 데이터를 생성·수집 중이다.
데이터팩토리 구축 계획이 처음 알려진 지난 6월에는 클로이드 약 100대를 우선 투입한 뒤 연말 300대 수준까지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LG전자는 구체적인 로봇 투입 규모와 운영 시점은 확인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실적발표에서는 기술검증과 실증을 위해 생산한 클로이드를 데이터팩토리에 순차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공간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을 활용해 확장한다. 엔비디아 옴니버스 라이브러리와 코스모스 오픈월드 모델 등을 적용해 데이터의 작업환경과 조건을 다르게 하고 가상 데이터를 합성·증폭한다. 실제 로봇이 모든 상황을 반복적으로 수행하지 않고도 다양한 작업 조건을 학습하도록 데이터 규모를 늘리는 방식이다.
엔비디아가 지난 3월 공개한 휴머노이드용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 N1.7’의 도입 기업에도 LG전자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월 엔비디아가 공개한 차세대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코스모스 3’ 활용 기업에는 LG전자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두산로보틱스 등도 포함돼 피지컬 AI 학습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도 확대되고 있다.
확보한 데이터는 자체 RFM 학습과 성능 개선에 활용할 예정이다. 로봇을 제조·물류와 생활공간에 투입해 새로운 데이터를 얻고 이를 재학습하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한다. 로봇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고품질 데이터가 거듭 축적되는 구조를 경쟁사와 차별화할 핵심 자산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류재철 LG전자 CEO는 “그룹 내 핵심 역량이 결집된 ‘원 LG’ 기반 시너지와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피지컬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로보틱스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