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AI시대의 그늘-금융 다크패턴㉔] ‘63% 수익률’은 최상단에 '대문짝'표기…'손실' 경고는 스크롤 맨끝 '깨알'
상태바
[AI시대의 그늘-금융 다크패턴㉔] ‘63% 수익률’은 최상단에 '대문짝'표기…'손실' 경고는 스크롤 맨끝 '깨알'
주요 금융 앱 ‘불공정' 화면 배치...전문가 '숨겨진 정보' 지적
  • 이태영 기자 fredrew706@csnews.co.kr
  • 승인 2026.06.16 0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산업계가 마케팅과 민원 처리, 상품설계, 내부통제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가히 AI 광풍이라 부를 정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금융 앱에서 채권·펀드·ETF 등 투자상품 안내 화면에 수익률과 투자 편의성을 강조하는 문구가 투자 위험 정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돈 맡기고 이자 받기’, ‘3개월 수익률 +63.92%’, ‘1년 전보다 ▲41.82%’ 등 수익 가능성에 대한 문구가 전면에 등장하고 발행기관 신용위험, 중도 매도 시 손실 가능성 등 위험 정보는 상세 페이지로 들어가거나 화면을 내려야 볼 수 있는 식이다. 보통 손가락으로 3번 정도 아래로 크게 쓸어 앱 화면을 내려야 위험정보를 볼 수 있다.

마우스 휠 버튼을 3번 정도는 돌려야 위험 정보를 볼 수 있다.

지난 4월 1일 시행된 금융위원회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관련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에서는 사업자가 우위에 두고 싶은 정보를 크고 명확하게 표시하면서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상대적으로 작거나 흐리게 표시하는 행위를 ‘숨겨진 정보’ 유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감독규정에서도 금융상품의 혜택과 불이익은 균형 있게 전달하도록 정하고 있다.
 

 ▲ 토스 앱 토스뱅크 투자상품 ‘목돈 굴리기’ 화면. 초기 화면에는 이자 수령 문구와 채권 수익률이 표시되고, 원금손실 가능성·투자자 책임 등은 화면을 내려야 확인할 수 있다.
 ▲ 토스 앱 토스뱅크 투자상품 ‘목돈 굴리기’ 화면. 초기 화면에는 이자 수령 문구와 채권 수익률이 표시되고, 원금손실 가능성·투자자 책임 등은 화면을 내려야 확인할 수 있다.

토스 앱 토스뱅크 ‘투자상품’ 메뉴의 ‘목돈 굴리기’ 화면에는 ‘안 쓰는 돈 맡기고 이자 받기’라는 문구가 표시된다. 그 아래 ‘묶어두는 상품’에는 국고채 채권·한국투자증권(연 5.65%), 국고채 채권·삼성증권(연 5.5%), 신한금융지주 채권·삼성증권(연 4.73%) 등이 세전 수익률과 기간 정보 중심으로 안내됐다.

원금손실 가능성, 투자자 책임, 채권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률 변동 가능성 등은 화면을 아래로 내려야 나오는 ‘목돈굴리기 유의사항’ 영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초기 화면에는 이자 수령 문구와 채권 수익률이 먼저 배치되고 투자 유의사항은 일정 정도 화면을 내려야 확인되는 구조다.

토스뱅크 측은 ‘목돈 굴리기’가 1만 원 소액부터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로 예·적금 외에 소액을 운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토스뱅크가 직접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증권사 상품을 선별해 안내하는 구조며 가입은 연결된 증권사를 통해 이뤄진다는 입장이다.

이어 “한 곳에 모든 정보를 담지 않는 것은 공간과 가독성 때문이며 필요한 정보는 구매 이전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케이뱅크 앱 '금 투자서비스' 화면. 초기 화면에는 ‘주식처럼 쉬운 거래’와 ‘안정성이 높은 실물자산’ 문구가 표시되고 서비스 안내와 투자 유의사항은 화면을 내려야 볼 수 있다.
▲ 케이뱅크 앱 '금 투자서비스' 화면. 초기 화면에는 ‘주식처럼 쉬운 거래’와 ‘안정성이 높은 실물자산’ 문구가 표시되고 서비스 안내와 투자 유의사항은 화면을 내려야 볼 수 있다.

케이뱅크 앱 금 투자서비스 화면에서는 NH투자증권과 연계한 금 투자 시작하기 문구가 나온다. 케이뱅크가 직접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제휴 증권사 서비스로 연결되는 입구 화면이다.

‘Kbank × NH투자증권’ 로고와 함께 ‘주식처럼 쉬운 거래 금 투자 시작하기’라는 문구가 전면에 표시됐다. 바로 아래에는 ‘안정성이 높은 실물자산에 투자해요’라는 설명이 배치됐다.

반면 서비스 안내와 투자 유의사항은 초기 화면에서 바로 보이지 않았고 화면을 내려 하단부에 이르러서야 확인할 수 있다. 하단 유의사항 영역에는 케이뱅크가 금(KRX)투자 서비스의 판매 중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안내와 준법감시인 심의필 정보 등이 표시됐다.

금은 대표적인 실물자산으로 분류되지만 투자상품으로 거래할 경우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있다. 거래 방식, 수수료, 세금, 매매 가격 차이 등도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요소다. 

케이뱅크 측은 금이 코인이나 주식 등 다른 투자에 비해 통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점을 반영한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약관이나 공시가 아닌 마케팅 문구”라며 “통상적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카카오페이 앱 증권 '펀드' ETF 투자 화면. 초기 화면에는 과거 수익률과 자동 투자 편의성, 구매 수수료 무료 문구가 표시되고 투자자 유의사항은 화면을 아래로 내리면 확인되나 초기 화면만 보면 하단에 투자자 유의사항이 이어진다는 점이 곧바로 드러나지는 않는 구조다.
▲ 카카오페이 앱 증권 '펀드' ETF 투자 화면. 초기 화면에는 과거 수익률과 자동 투자 편의성, 구매 수수료 무료 문구가 표시된다. 투자자 유의사항은 화면을 아래로 내려야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 앱에서 증권 메뉴에 들어간 뒤 ETF 투자 화면을 누르면 ‘ETF로 주식 투자하기’라는 문구와 함께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차곡차곡 모아드려요’라는 설명이 나온다.

QQQ 항목에는 ‘QQQ 모아볼까요?’라는 문구와 함께 ‘1년 전보다 ▲36.89%’라는 수익률이 노출됐다. ‘모으기는 구매 수수료 무료’라는 안내도 함께 표시됐다.

이 역시 투자자 유의사항은 화면을 아래로 내려야 확인할 수 있다. 화면을 내려야 하는 범위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상품 안내 페이지 하단에 '내 주식 모으기 바로가기' 메뉴가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상품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고 여길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유의사항은 모바일 앱 화면만 보면 한 번에 보여지는 페이지에 투자자 유의사항이 함께 보여지지 않고 글자크기도 상품 안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 앱 '펀드' 화면. 펀드 첫 화면과 상품 목록에서는 테마 수익률·판매량·3개월 수익률이 먼저 보이고, 상품 상세 화면에서는 원금 비보장 안내와 위험등급이 상단에 표시된다.
▲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 앱 '펀드' 화면. 펀드 첫 화면과 상품 목록에 판매량 Best 상품이 선택돼 있다.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 앱 펀드 메뉴 화면 상단에는 ‘테마 수익률 TOP10’ 항목이 표시됐으며 반도체 38.08%, 대한민국 35.97%, AI 35.35% 등 테마별 3개월 수익률이 안내됐다.

그 아래 상품 목록에서는 ‘판매량 Best’가 선택돼 있고, '3개월 수익률 +63.92%'라는 정보를 눈에 띄게 표시하고 있다. 다만 ‘매우높은위험’, ‘공격투자형만 가입’ 등 위험 유의 문구는 표시돼 있다.

“본 상품은 일반 예금상품과 달리 원금의 일부 또는 전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라는 직관적인 설명은 상품 상세 화면을 클릭해야 볼 수 있다.

금융사들은 투자상품 가입 과정에서 상품설명서, 위험등급, 원금손실 가능성, 투자자 유의사항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모바일 앱 초기 화면에서 수익률·판매량·투자 편의성·수수료 무료 혜택 등이 우선 노출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나 투자자 책임 등 유의사항은 상세 화면 또는 화면 하단에서 확인하게 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정보 인지가 어려울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중요한 정보가 후순위에 배치돼 소비자가 건너뛸 수 있는 구조라면 다크패턴의 '숨겨진 정보' 유형에 해당할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인지하기 쉽게 강조해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정성이 높은 실물자산'과 같은 특정 표현은 소비자가 원금이 보호되는 상품처럼 받아들일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금도 가격 변동성이 있는 자산"이라며 "안정성이 높다는 표현이 통상적으로 쓰이더라도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태영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