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노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낸 재산분할 청구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파기한 지 9개월 만이자 2017년 이혼 소송이 시작된 후 9년 만이다.
법원은 재산분할 비율을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SK 주식이 부부의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봤다. 노 관장의 가사 기여도를 인정해 이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파기환송 사유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판단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파기환송심 판단 취지를 따랐다. 노 전 대통령의 지원금을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서 참작하지 않은 것이다.
재산분할 방법에 관해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재판부는 노 관장 몫 가운데 부족분을 SK 주식이 아닌 현금 9440억 원으로 지급하게 했다.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시점을 사실심 변론 종결일(파기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로 하느냐, 파기환송심의 변론 종결일로 하느냐에 따라 재산 분할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항소심 변론종결일 이후부터 노 관장이 주장한 시점인 마지막 변론기일(지난달 26일) 사이 SK 주가는 5배 넘게 급등했다. 재판부가 정한 기준 시점인 2024년 4월 16일 당시 SK 주가는 16만 원대였다.
주식을 지급하면 가치 평가 시점을 둘러싼 셈법 논란이 사라지지만 재판부는 최 회장이 이끄는 회사에 대한 경영권과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현금 지급을 판단했다. 환송심 진행 시 SK 주가가 급등했지만 상장주식은 변동성이 큰 자산인 만큼 이를 재산가액에 다시 반영하지 않아야한다고도 봤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지난해 이들의 재산분할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돌려보낸 데 따른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약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작년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됐고 오늘 재산분할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었다. 최태원 회장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하여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양측 모두 판결문을 검토한 후 ‘재상고’로 대법원에서 다시 법적 다툼을 이어갈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양측에서 재상고하지 않거나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해 판결을 확정해야 9440억 원의 재산분할액 확정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최 회장의 그룹 경영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 회장이 현금과 부동산 매각 등 가용한 유동 자산을 총동원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다만 증권사의 담보인정비율과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이 그룹 지배 지분인 SK 주식을 매각 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의 매각을 두고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가장 쉽게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으로 SK실트론 지분 매각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SK실트론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호재에 편승해 몸값이 높아지고 있어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지난 1988년 결혼한 두 사람은 2015년 최 회장이 언론을 통해 혼외자의 존재를 공개한 후 이혼 소송을 진행해 왔다. 2심 재판부는 혼인 기간 부정을 저지른 최 회장을 질타하면서 위자료 20억 원에 재산분할 1조3808억 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