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명칭과 표지를 무단 사용했다며 MBK와 영풍 측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리면서다.
고려아연은 지난 5일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 윤종하 MBK 부회장, 장세환 영풍문고홀딩스 대표 등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2029년까지 총 74억 달러(약 11조 원)을 투자해 연간 약 110만 톤의 원료를 처리하는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완공 후 아연·연 등 기초금속과 게르마늄·갈륨 등 희소금속 등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한 13종의 비철금속과 반도체황산을 생산하게 된다.
MBK·영풍은 과거 프로젝트를 두고 ‘야합’, ‘아연 주권 포기’, ‘국익에 반하는 결정’ 등의 표현을 쓰며 사업 추진 목적과 경제·안보적 효과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MBK·영풍은 지난 6월 미국 현지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명칭을 내건 리셉션을 개최해 반대 행보를 보였다. 테네시주 정부 관계자와 지역사회 인사, 언론인 등을 초청했다.
특히 행사에는 윤종하 부회장과 장세환 대표가 참석했다. 장 대표는 영풍 석포제련소 기술이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영풍은 행사 진행 과정에서 ‘crucibleTN.com’ 도메인을 등록한 뒤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과거 행보와 반대라는 지적이 나오자 MBK·영풍 측은 최근 입장문 등을 통해 “프로젝트 자체를 막기 위한 게 아니라 편법적인 신주 발행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문제는 MBK·영풍 측의 과거 발언 등을 고려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일부 매체 보도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풍·MBK 측 추천 이사들은 지난해 12월 열린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6개 안건에 모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미국 제련소 건설 내용도 포함됐다.
또 MBK·영풍 측은 당시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추진 자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MBK·영풍 측은 지난해 12월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 등에서 해당 사업과 투자 구조를 두고 경영권 보전을 위해 고려아연의 이익을 희생한 미국 정부 등과의 ‘야합’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MBK·영풍 측은 프로젝트 발표 당일 ‘아연 주권 포기’, ‘국익에 반하는 결정’,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등 강도 높은 표현을 통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이 미국에서 리셉션을 열고 프로젝트의 공식 추진 주체이거나 고려아연과 협력 관계에 있는 것처럼 오인할 행보를 보였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MBK·영풍 측은 프로젝트 명칭이 등록상표가 아니며 최대주주로서 미국 정부와 지역사회에 사업을 설명한 것은 정당한 주주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대형 인프라∙자원 인허가 패스트트랙 제도인 FAST-41은 국가 전략 대형 인프라∙자원 사업에 대해 여러 부처가 따로 진행하는 인허가 심사를 통합 관리해 일정을 대폭 단축해주는 제도다.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주요 행정 지원 트랙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아연은 4월 초 미국 현지의 니어스타USA 제련소와 관계사를 인수해 크루서블 징크(Crucible Zinc Inc.)를 출범하며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다.
당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FAST-41 지정이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고려아연은 미국 연방정부뿐 아니라 테네시주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지속하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7년 착공, 2029년 완공이라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로드맵을 차질 없이 실행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광물 처리 시설을 구현하고 대한민국의 국가기간산업을 영위하는 중심 기업으로서 한미 양국의 공급망 안정화와 경제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