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안성에 거주하는 주 모(여)씨는 최근 유선전화를 해지하는 과정에서 2014년 해지한 인터넷전화 요금이 최근까지 계속 통장에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주 씨는 과거 해지한 상품에 대한 요금이 장기간 청구된 경위를 문의했으나 B사 측으로부터 보상금 10만 원 지급 제안을 받았을 뿐 명확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 전북 전주에 사는 김 모(남)씨는 2010년 부모님 댁에 본인 명의로 C사 인터넷을 개통해 사용하다가 2013년 요금 납부 계좌를 부친 명의로 변경했다. 지난해 말 인터넷을 해지했으나 최근까지 인터넷 요금이 계속 청구되고 있었다.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2010년 말 부친 명의로 추가 개통된 인터넷 회선이 하나 더 있다는 것. 김 씨는 "집에 인터넷 회선이 하나뿐이라 두 개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며 "사용하지 않은 회선 요금을 장기간 납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 통신 서비스를 해지했거나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회선이 수년간 유지되면서 요금이 계속 청구되는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지난 뒤에야 자동이체 내역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요금이 나간 사실을 알게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해지했다고 주장하는 장기 미사용 회선의 경우 통신사 관리 책임이 크므로 이용 의사 확인 및 안내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8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해지했거나 사용하지 않은 통신 서비스 요금이 장기간 청구됐다는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자동이체가 보편화되면서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길게는 10년 이상 요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비자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비용 부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같은 분쟁은 이동통신뿐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 통신 서비스 전반에서 발생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주요 통신업체 모두 자유롭지 않다. 소비자들은 해지했다고 생각했거나 사용하지 않은 회선이라고 주장하지만 통신사 측은 정상 가입 상태였거나 해지 신청 기록이 없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번 사례들 역시 해지 여부와 사용 이력 등을 놓고 소비자와 통신사 간 주장이 엇갈렸다.
문제는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해지 신청 기록이나 통화 녹취, 계약서 등이 남아 있지 않으면 소비자가 입증하기 쉽지 않다. 통신사 역시 장기간 지난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 번 청구된 요금을 돌려받는 것도 쉽지 않다. 통신사 귀책이 명확하게 확인되면 전액 환급이 가능하지만 소비자 과실 여부가 일부 인정되거나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는 일부 환급이나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불 기준 역시 사안별로 달라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해지된 회선이라면 이후 요금이 계속 청구되는 경우는 없다"며 "3개월 동안 수·발신 이력이 없는 회선에 대해서는 4개월 차부터 매월 한 차례씩 총 12회 안내 문자를 발송해 고객이 회선 유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안내를 받고도 회선을 유지하기로 선택했다면 통신사가 임의로 회선을 정지하거나 해지할 수는 없다"며 "가입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이용약관에 따라 서비스가 제공되고 요금도 정상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상품 해지와 관련해 고객 귀책 사유가 없을 경우에는 약관에 따라 고객 응대가 이뤄진다"며 "정상적으로 해지를 신청했음에도 처리 누락으로 불필요한 요금이 부과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절차에 따라 배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전문가들은 분쟁에 대비해 해지 완료 문자나 상담 내역 등 관련 증빙을 보관하고 자동이체 내역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 소비자가 해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사업자 측 처리 누락으로 회선이 유지됐다면 통신사 책임이 더 크게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해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통신사 전산 처리 오류 등으로 회선이 유지됐다면 책임은 통신사에 더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수년간 실제 사용 기록이 없었다면 소비자의 해지 의사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미사용 회선에 대한 이용 의사 확인 절차를 보다 강화하고 소비자가 회선 유지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사업자 의무로 규정할지는 별도의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