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70원만 더 모으면 출금된다더니 친구 3명을 초대했는데도 조건을 못 채워서 결국 포기했어요. 사기당한 느낌이에요."
중국계 이커머스인 이른바 ‘C커머스’뿐 아니라 국내 쇼핑·지역 플랫폼을 막론하고 무료 선물이나 현금성 보상을 앞세운 게임형 이벤트가 친구 초대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룰렛을 돌리거나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 초반에는 목표 금액의 대부분이 빠르게 적립되거나 선택한 상품 가격이 0원에 가깝게 내려간다. 화면에는 목표 달성률이 99%를 넘거나 이벤트 달성까지 불과 몇 원만 남은 것처럼 표시돼 목표 달성 기대가 한껏 고조되지만 최종 보상까지의 미션은 갈수록 어려워져 결국 지쳐 나가 떨어지게 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친구를 초대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 자체는 일반적인 추천인 이벤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필요한 인원과 조건을 제시하는 방식과 달리 게임형 이벤트에서는 구체적인 초대 인원과 참여 자격, 제한시간 등이 진행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다.
화면에 표시된 남은 금액이 적더라도 목표 달성이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명을 초대하고도 추가 공유가 필요하거나 신규 이용자, 일정 기간 앱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만 참여자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어 남은 금액만으로는 보상 수령까지 필요한 참여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상품 구매 결정에 필요한 중요 정보를 은폐·누락·축소해 소비자가 알기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다크패턴 유형 ‘숨겨진 정보’에 해당한다.

글로벌 패션 플랫폼 쉬인은 ‘무료 선물 5개’를 내세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용자가 상품을 선택하고 게임을 진행하자 화면에는 전체 가격의 99.99%가 깎인 것으로 표시됐다. 남은 금액이 1원이 되면 사용자 한 명을 초대해야 하는 미션이 안내됐다.
친구를 초대했더니 남은 금액이 0.3원이 됐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의 어플 이용 조건에 따라 이벤트 내용은 다르게 적용된다. 신규 사용자일 경우 미션 달성 조건이 낮아질 수 있다.
공유 화면 하단에는 보상을 받으려면 신규 이용자 1~6명을 초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친구 초대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인원 범위는 안내됐지만 해당 이용자가 최종 보상을 받기까지 실제로 몇 명을 더 초대해야 하는지와 단계별 차감 금액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나타났다.

룰렛을 네 차례 돌렸더니 목표액 4만5000원 가운데 4만4930원이 채워지고 70원만 남았다. 남은 금액은 친구의 참여를 통해 채우도록 구성됐다.
첫 번째 친구가 참여하니 45원이 남았고 두 번째 친구가 참여했더니 20원으로 내려갔다. 마지막 남은 금액을 채우려면 신규 이용자나 30일 이상 틱톡라이트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은 이벤트 진행 과정에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룰렛을 모두 돌리면 목표액의 약 99.8%가 채워지지만 출금하려면 친구 세 명의 참여가 필요하다.
마지막 친구는 신규 또는 30일 이상 미접속 조건까지 충족해야 하는 셈이다. 친구 참여 조건에는 24시간의 제한시간도 적용됐다. 화면에 표시된 남은 금액은 70원에 불과했지만 이를 채우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금액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벤트에 참여하면 모래성을 쌓는 화면과 함께 현재까지 적립된 금액이 표시된다. 적립금이 5000원에 이르자 친구가 공유 링크로 들어오면 3000원이 추가된다고 안내됐다.
친구 참여로 적립금이 8000원까지 늘었지만 목표액을 채우려면 다시 링크를 공유해야 했다. 이 단계에서는 “오랜만의 친구 데려오면 2배”라는 안내와 함께 추가 공유를 유도했다.
틱톡라이트와 에이블리는 쉬인과 다르게 총 몇 명의 인원을 초대해야 하는지 규모도 밝히고 있지 않다.

당근은 지난해 9월 당근부동산 이용과 친구 공유를 결합한 ‘치킨 지원금’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당근부동산을 둘러보거나 공유 링크를 받은 친구가 접속하면 지원금이 쌓인다. 총 1만 원을 모으면 당근페이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한 번에 쌓이는 금액은 무작위다. 적립액이 부족하면 당근부동산을 추가로 이용하거나 친구에게 링크를 다시 공유해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플랫폼들의 이 같은 행위는 정보 제공 방식과 관련한 방해형 유형인 ‘숨겨진 정보’에 해당한다. 상품 구매 결정에 필요한 중요 정보를 은폐·누락·축소해 소비자가 알기 어렵게 하는 행위다.
친구 추천형 보상의 조건을 알아보기 어렵게 표시해 제재받은 사례도 있지만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테무가 지인 추천 프로모션에서 크레딧과 무료 상품을 받기 위한 조건을 소비자가 알아보기 어렵게 표시했다고 판단했다. 지인 추천 프로모션과 할인쿠폰 제한시간, 999원 상품 광고 등을 표시광고법상 거짓·과장 또는 기만적 광고로 보고 관련 위반행위에 대해 총 3억5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앞서 언급된 이벤트들은 친구 초대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는 화면이나 세부 규칙을 통해 안내했다. 그러나 친구 한 명이 참여하면 최종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이후 추가 초대가 얼마나 더 필요한지는 처음부터 명확히 알기 어렵다.
일부 이벤트는 친구를 초대하고도 목표 금액이 남아 공유 단계가 다시 나타났다. 신규 이용자나 일정 기간 앱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만 인정되는 조건도 진행 과정에서 제시됐다. 이용자는 이벤트를 시작할 때 최종 보상까지 필요한 전체 참여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셈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보상을 받기 위해 몇 명을 초대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목표를 사전에 제시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소비자가 보상 획득 조건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진선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