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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㉑] "5번 고장나도 수리만 하라니"…가전 반복 고장에도 환불 '미꾸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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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㉑] "5번 고장나도 수리만 하라니"…가전 반복 고장에도 환불 '미꾸라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실효성 논란
  • 이범희 기자 heebe904@csnews.co.kr
  • 승인 2026.05.2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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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사례1=인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삼성전자 로봇청소기를 구매한 지 1년이 채 되지도 않아 물샘 현상과 충전 불량, 물걸레 기능 오류 등으로 모두 5차례 AS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충전 불량과 청소 불가 증상이 반복됐다. 김 씨는 기기 고장을 주장하며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업체 측에 제출하고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사례2=경기도에 사는 김 모(남)씨는 쿠쿠전자 음식물처리기를 구매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조 기능 불능으로 업체에 AS를 맡겼다. 그러나 또다시 건조 기능에 이상이 생겨 두 차례 더 수리를 받았으나 같은 증상이 또 반복됐다. 김 씨는 업체 측에 동일한 사안으로 3차례 수리해도 고쳐지지 않으니 교환이나 환불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업체서는 “테스트 결과 정상” “여러 번 반복 작동하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쿠쿠전자 측은 “점검 결과 기계적 결함이 아니라 처리 용량 초과 투입 등 권장 사용 환경을 벗어나 건조·분쇄 효율이 저하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2차례에 걸쳐 관련 부품을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최근 제품을 교환 회수한 뒤 품질팀에 인계해 검토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사례3=부산에 사는 박 모(여)씨는 바디프랜드 안마의자를 이전 설치한 후 제품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겪었다. 세 차례 AS를 받았으나 안마의자는 먹통인 상태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기사가 회사에 맞교환을 신청하겠다며 돌아갔으나 이후 회사 측에서 연락해선 "다시 수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세 차례나 수리해도 고치지 못해 몇 개월을 사용하지 못했는데 또 AS를 받으란 말인가"라고 답답해했다. 바디프랜드 측은 “제품 회수 수리로 협의 후 AS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가전제품이 반복적으로 고장 나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지만 제조사들이 수리만 되풀이해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업체는 같은 증상을 다른 부위 고장으로 분류하거나 ‘정상 제품’이라고 판단해 교환·환불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가전제품 품질보증기간 내 반복 고장으로 수차례 수리를 받았지만 또다시 고장나는 상황에서 교환·환불을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오텍캐리어 △위니아 △쿠쿠 △코웨이 △SK인텔릭스 △청호나이스 △바디프랜드 등 주요 가전업체 전반에서 나타나는 민원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가전제품은 ▶품질보증기간 이내 동일 하자에 대해 2회까지 수리했으나 하자가 재발하는 경우 ▶또는 여러 부위 하자에 대해 4회까지 수리했으나 재발하는 경우 수리 불가능으로 보고 교환·환불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권고 사항에 가까워 업체가 이를 따르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실제로 교환·환불을 받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가전업체가 주구장창 수리만 되풀이하거나 고장 현상에도 정상 판정을 내리며 교환·환불을 거부한다고 주장한다. 잦고 반복적인 고장으로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업체들이 교환·환불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업체는 동일 증상을 ‘다른 부위 고장’으로 판단하거나 소비자 과실 또는 정상 판정을 내리며 교환·환불 기준 적용을 피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가전·렌탈업체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교환, 환불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 엔지니어가 제품을 면밀히 점검해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렌탈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소비자 피해 유형별 보상 기준이 세부적으로 마련돼 있다”며 “AS 과정에서 제품 상태와 고장 증상, 사용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각 회사 서비스 기준에 따라 무상 수리나 제품 교환 등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업체에서는 “품질보증기간인 1년 이내 동일 하자가 반복 발생할 경우 교환 또는 환불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품질보증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제품 상태 점검과 수리를 통한 AS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 하자 여부 판단 기준에 대해 “엔지니어가 현장 점검을 통해 제품 증상과 발생 원인, 불량 부위 및 부품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 판단하고 있다”며 “원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동일 증상 여부를 구분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반복 고장 민원 발생 시 서비스 엔지니어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 상태를 확인하고 있으며 정상 판정으로 처리하는 경우는 없다”며 “불량으로 판정된 경우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신속히 처리한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권고 사항이다 보니 기업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 부위를 반복 수리했는데도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면 교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수리 위주로 대응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반복 고장이 이어질 경우 소비자는 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도 반복 하자에 대해서는 보다 강제성 있는 방향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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