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규모가 30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잭팟'으로 불리던 수백억, 수천억 원대의 기술수출 규모도 이제는 조 단위 '슈퍼딜'을 헤아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가 됐다.
아리바이오는 올해 단일 계약으로 7조 원의 기술수출을 달성했다. 알테오젠도 6조 원 이상의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 역시 3조 원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고 선급금만 2600억 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2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은 총 11건이고 규모는 21조6637억 원으로 집계됐다. 계약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건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기술수출 규모는 최근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최근 5년 기간을 살펴보면 2022년 6조2159억 원, 2023년과 2024년은 7조 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27조6498억 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3개월 이상을 남기고 있지만 기술수출은 21조6637억 원에 달한다.
제약산업 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31조7000억 원이다.

올해도 5건이 나왔다. 2022년 이후 이뤄진 조 단위 기술수출 22건 가운데 14건(63.6%)이 2025년 들어 발생했다.
조 단위 기술수출의 몸값도 한 단계 높아졌다. 2023년 리가켐바이오가 얀센과 맺은 2조24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제외하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조 단위 기술수출은 대체로 1조원 대에 머물렀다.
지난해부터는 에이비엘바이오가 GSK와 약 4조1000억 원, 일라이릴리와 약 3조8000억 원 규모의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는 등 2조 원 이상 대형 거래가 본격화했다.
올해도 아리바이오-푸싱제약 계약이 7조 원 규모로 평가되는 가운데 알테오젠-노바티스가 약 4조4165억 원, 한미약품-제넨텍이 약 3조1892억 원 규모의 계약에 성공했다.
알테오젠은 지난 2일 노바티스와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플랫폼 ‘하이브로자임’의 핵심 기술인 'ALT-B4'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 규모는 4조4000억 원이다.
ALT-B4는 정맥주사(IV)로 투여하던 바이오의약품을 SC 제형으로 바꾸는 데 활용되는 플랫폼이다. 특정 신약 한 개가 아닌 여러 의약품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알테오젠은 노바티스 계약을 포함해 올해 테사로, 바이오젠 및 비공개 글로벌 기업과 ALT-B4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총 규모는 6조2259억 원에 달한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4일 로슈그룹 제넨텍에 비만·대사질환 치료 후보물질 ‘HM17321’을 기술수출했다. 최대 계약규모는 3조1892억 원이다. 선급금만 2629억 원에 달한다.
HM17321은 인크레틴 계열이 아닌 UCN2 유사체로 체중을 줄이면서 근육량과 근기능을 보존하는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앞서 6월에도 일라이릴리와 단장증후군 신약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조8973억 원이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한미약품의 지속형 바이오의약품 플랫폼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GLP-2 유사체로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올해 가장 큰 단일 거래는 아리바이오에서 나왔다. 아리바이오는 5월 중국 푸싱제약과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 ‘AR1001’의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계약 규모는 7조 원(47억 달러)에 이른다. AR1001은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기술수출에서는 항암·CNS(중추신경계)와 같은 특정 분야에 집중도가 높았는데 올해 계약만 놓고 보면 치료 분야가 한층 다변화됐다. 알츠하이머, 비만·대사질환, 단장증후군, 망막질환,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등이 조 단위 계약 대상이 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형 기술수출이 늘어난 배경으로 국내 기술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신뢰도 상승이 꼽힌다.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 단계가 진전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물질 및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개별 계약의 최대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기술수출 규모 확대는 국내 기업들의 R&D 역량과 신약개발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 평가한다. 계약 규모 확대를 넘어 허가, 상업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