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지난 2006년 10월 창간한 이래 소비자가 실제 겪은 피해와 불편 사례를 취재해 보도하고 기업에 전달해 해결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기업의 부당한 관행뿐 아니라 소비자 권익을 저해하는 정책과 제도의 미비점도 취재를 통해 짚어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문제를 알리고 해결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인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제기되는 소비자 불만을 확인할 수 있는 소통 채널 역할을 해온 것이다.
소비자가 제기한 모든 민원에 대해서는 전문 상담원들이 분쟁해결 절차와 규정 등을 안내해 소비자 민원의 실질적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소비자 개별 민원 사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기업에는 소비자 민원 대응 방식이나 제도적 사각지대를 점검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소비자가만드는신문 '소비자의소리'를 통해 제기된 민원은 총 156만2688건이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8만 건에 달한다. 20년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200건이 넘는 민원이 제기됐다.
창간 이후 20년간 누적된 156만2688건의 민원은 단순한 접수 건수를 넘어 국내 소비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수천 건 수준이었던 민원이 인터넷 소비와 전자상거래 확산, 비대면 생활 등을 계기로 빠르게 증가했다.
2007년 당시 4140건에 불과했던 연간 민원 건수는 2010년 1만 건을 돌파한 이후 2018년 5만 건, 2012년 10만 건을 넘어섰다. 2022년에는 100만 원건을 달성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에는 연간 총 7만7128건으로 20년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과 배달서비스 이용이 급증한 데다 마스크 등 방역 관련 상품 품귀 현상까지 겹치면서 이커머스와 배달앱 등을 둘러싼 민원이 쏟아진 탓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소비자 민원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총 5만8384건의 민원이 제기된 가운데 올해도 9월23일까지 약 4만 건으로 집계됐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민원 건수가 6만 건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 유통업계 민원 26.6%로 최다...가전·IT, 서비스 부문 뒤이어
지난 20년간의 민원 데이터에서 소비자 피해 양상이 시장 변화에 따라 달라져 왔다는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소비시장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소비자 피해의 발생 지점도 함께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개별 상품 품질이나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민원이 집중됐다면, 온라인·플랫폼 경제가 성장하면서 배송 지연과 환불·교환, 구독서비스, 플랫폼 중개, 온라인 판매자와 제조사 간 책임 공방 등 복합적인 분쟁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거래 자체는 단순화되고 있으나 실제 책임 주체는 복잡해지면서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뿐 아니라 판매 주체, 중개 플랫폼, 계약 조건, 환불·보상 절차 등 거래 전반이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소비자가만드는신문에 제기된 민원을 주요 업종과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건 중 1건은 온라인 플랫폼과 홈쇼핑·대형마트 등 유통업계 관련이다.
소비자 구매 방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유통 관련 소비자 분쟁 범위도 함께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간 유통 민원건수는 총 15만7661건으로 전체 민원의 26.6%를 차지했다. 유통은 2017년 민원건수 1만 건을 넘어서며 가전·IT를 제친 이후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업종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대형마트와 홈쇼핑, 백화점 등에 국한됐던 시장이 대형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장되면서 민원이 확대됐다. 유통시장의 온라인 전환은 소비 편의성을 높였지만 소비자 분쟁 구조도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상품 자체의 품질 문제뿐 아니라 판매자와 플랫폼의 책임 소재, 배송·환불 과정, 광고 내용과 실제 상품의 차이 등 구매 과정 전반에서 새로운 유형의 불만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틱톡·유튜브·인스타그램 같은 SNS 플랫폼 이용이 늘면서 피해 유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광고에서 제시한 상품과 실제 배송된 제품이 다르거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판매자와 연락이 어렵거나 반품·환불 절차가 원활하지 않은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어 가전·IT 분야는 민원이 9만8531건(점유율 16.6%)으로 2위를 차지했다. 대형 가전업체를 비롯해 음식물처리기와 로봇청소기 등 신규 생활가전 제품을 둘러싼 민원이 급증했다.
렌탈 서비스 역시 가전·IT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민원이 발생하는 영역이다. 정수기에서 냉·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정기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등 제품 관리와 사후 서비스 과정에서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3위는 서비스 관련 민원으로 5만4850건(점유율 9.3%)을 기록했다. 아고다·트립닷컴 등 해외 OTA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와 사업자 간 환불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주요 민원으로 조사됐다. 택배서비스에서도 배송 지연, 파손, 분실 등에 대한 문제가 빈번했다.

생활용품(2만7281건, 점유율 4.6%) 분야에서는 의류 불량과 화장품 부작용, 가구 하자 및 설치 과정에서의 문제 등 소비자 일상생활과 밀접한 품목을 중심으로 민원이 집중됐다. 식음료(2만6005건, 점유율 4.4%)에서는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거나 변질된 사례,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민원이 주요 내용이었다. 특히 식음료는 최근 3, 4년 전 제품 용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리는 눈속임인 '슈링크플레이션'에 관한 이슈가 주요 민원으로 떠올랐다.
자동차(2만4424건, 점유율 4.1%)에서는 차량 부품 수급 지연과 초기 결함, 중고차 품질 문제 등이 주요 민원으로 제기됐다. 자동차의 경우 고가의 내구재라는 특성상 제품 결함뿐 아니라 수리와 부품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불편도 주요 분쟁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2만3122건, 점유율 3.9%) 분야 민원은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과 불완전판매, 상조업체 폐업에 따른 환급 문제 등이 대표적인 민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