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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㊲] "주차장에 던져두고 가 버렸네"...택배 '지정 장소 배송'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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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㊲] "주차장에 던져두고 가 버렸네"...택배 '지정 장소 배송' 유명무실
수령지 지정은 서비스 영역... 분실·훼손되면 보상 가능
  • 정은영 기자 jey@csnews.co.kr
  • 승인 2026.09.17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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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사례1 서울시 종로구에 사는 황 모(남)씨는 자신의 거주지를 담당하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만 유독 문 앞이 아닌 주차장 바닥에 택배를 던져두고 간다며 분노했다. 황 씨는 "오죽했으면 같은 빌라 이웃분도 이 문제때문에 빌라 벽면(주차장)에 '분실위험 있으니 대한통운 기사님 주차장에 택배놓고 가지말라'는 공보까지 붙였다"며 "제 택배가 다른 차량 밑에 들어가있었던 적도 있고 경비원이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릴 뻔한 적도 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사례2 서울시 성동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배송 요청사항에 '문 앞 배송' 지정과 함께 공동현관 출입 비밀번호를 정확히 기재하는데도 한진택배 담당 배송기사가 사전 동의 없이 상습적으로 무인택배함에 임의 위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씨는 '위탁장소(문 앞) 배송했습니다'라는 배송완료 문자를 수신한 뒤 문 앞에 확인해봐도 물품이 존재하지 않아 택배 기사에게 연락했더니 "1층 택배함 보시면 있다"는 회신을 들었다며 기막혀했다.

#사례3 서울시 성동구에 사는 최 모(남)씨는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담당 기사가 매번 아파트 1층에 택배를 두고 간다며 불만을 표했다. 최 씨는 "1층은 교회 택배를 두는 곳이고 저희집은 9층에 있는 가정집"이라며 "게다가 배송완료 문자에는 위탁 장소가 '문앞'으로 기재돼 있다"고 호소했다.

택배사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서 택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정 장소 배송'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배송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17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업체를 가리지 않고 소비자가 지정한 택배 수령 장소를 지키지 않는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발송되는 배송 장소 선택 메시지. 캡처=정은영 기자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발송되는 배송 장소 선택 메시지. 캡처=정은영 기자

국내 주요 택배사들은 배송 전 문자 메시지나 알림톡 등을 통해 소비자가 △문 앞 △경비실 △무인택배함 △직접 수령 등 구체적인 수령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문 앞' 배송을 지정했는데도 공동주택 1층이나 주차장 등에 택배를 두고 가는 등 실제 배송 장소가 요청 내용과 다른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층 가정집으로 배송을 요청한 물품을 별다른 협의 없이 건물 1층에 두고 갈 경우 소비자가 직접 택배를 찾아야 할 뿐만 아니라 분실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다.

우선 소비자가 지정한 장소에 배송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택배사에 보상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지정 장소 배송은 택배사들이 소비자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 성격이 강한 데다 택배사들이 공통적으로 따르는 '택배표준약관'에도 소비자가 지정한 장소에 반드시 배송해야 한다는 의무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택배표준약관 제15조 '수화인 부재 시의 조치'에 따르면 택배 사업자는 수화인의 부재로 운송물을 인도할 수 없는 경우 송화인 또는 수화인과 협의해 운송물을 반송하거나 요청 시 합의된 장소에 보관할 수 있다. 수화인과 합의한 장소에 운송물을 보관한 경우에는 인도가 완료된 것으로 본다.

다만 택배 기사가 소비자와 별도의 협의 없이 지정 장소가 아닌 곳에 임의로 택배를 두고 갔다가 분실·훼손 등 실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택배표준약관 제22조1항에 따르면 택배사가 운송물의 수탁, 인도, 보관 및 운송에 관해 주의를 태만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운송물의 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한다고 명시되어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택배사들은 지정 장소 미배송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면 해당 지역 대리점에 내용을 전달하고 배송 방식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

다만 택배 기사 개인에 대해 본사가 직접적인 제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택배사들의 설명이다. 상당수 택배 기사는 택배 본사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택배사들은 관련 민원이 발생하더라도 본사가 개별 기사에게 직접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계약 관계에 있는 대리점을 통해 개선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형 택배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대리점에 개선을 권고하면 대리점이 해당 기사에 대한 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라며 "본사가 직접 기사에게 조치하기보다는 실제 현장에서는 대리점장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택배사 관계자 역시 "연휴 직전처럼 배송이 유독 몰리는 시기에는 택배 기사가 처리해야 할 물량이 많아 지정된 수령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임의로 배송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지정 장소를 지키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민원이 발생하면 택배 기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있는 대리점을 통해 서비스 교육 등 개선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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