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대상이 개별 신약 후보물질에 그치지 않고 여러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넓어지고 있다.
플랫폼 기술수출은 하나의 기술로 다수 제약사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투자비용 대비 더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나의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을 소수의 제약사에 이전 계약하는 기존 기술수출과 다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계약 가운데 플랫폼 기술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4건으로 총 6조2000억 원이다.
올해 전체 기술수출액 21조6637억 원의 약 30%에 해당한다. 2025년에는 12조 원 이상을 기록했다.

플랫폼 기술수출 대표 기업에는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알지노믹스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을 대상으로 기술수출한 누적 계약규모는 각각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상회한다. 계약규모 집계는 회사 창립 이후 금액이 공개된 경우를 대상으로 했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을 앞세워 기술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한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효소가 ‘ALT-B4’다. 알테오젠은 비공개 계약을 포함해 11건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규모는 120억 달러에 달한다.
대표적인 고객사로 노바티스, 머크(MSD),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에이비엘바이오 2건의 계약 규모는 55억8200만 달러다. 약물이 뇌혈관장벽(BBB)을 투과하도록 하는 ‘그랩바디-B’를 GSK와 일라이 릴리에 각각 이전했다.
리가켐바이오도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콘쥬올’로 다케다·익수다·소티오·암젠·오노와 복수 표적 계약을 맺었다. 현재 유지 중인 5건 가운데 금액이 공개된 4건의 규모는 35억 달러가량이다.

최대 계약액은 실제 기업이 받는 금액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선급금에 향후 옵션 행사, 임상 진전, 허가와 판매 목표 달성에 따른 기술료를 더한 총액이기 때문이다. 계약 이후 임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후속 임상이나 허가 절차까지 진행하지 못하고 반환되는 경우도 다수다.
실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약 5년간 단일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 주요 계약 중 반환된 사례는 17건으로 적지 않다. 해당 계약의 규모만 12조 원대로 추산된다.
한미약품의 항암제 후보물질 ‘벨바라페닙(HM95573)’은 2016년 9월 9억1000만 달러 규모로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기술수출했으나 2021년 글로벌 임상을 중단한 이후 지난달 29일 반환됐다.
비만·당뇨 후보물질 ‘HM12525A’도 2015년 얀센에 최대 9억15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이전됐다가 2019년 반환됐다. 체중 감소 목표에는 도달했으나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의 혈당 조절 결과가 얀센의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당시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다만 한미약품은 이 물질의 개발 방향을 바꿔 2020년 MSD와 MASH 치료제 계약을 다시 맺었다. 유한양행도 YH25724에 대해 지난 5월 국내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으며 개발을 이어갔다. 권리 반환이 곧 물질의 반드시 개발 종료를 뜻하지는 않다는 사례다.
대웅제약은 최근 2년간 두 차례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경험했다. 2023년 미국 비탈리바이오에 4억7700만 달러 규모로 이전한 경구용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DWP213388'은 2024년 11월 계약 해지 의향을 통보받았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은 1100만 달러였다.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도 지난해 3월 CS파마슈티컬스로부터 계약 해지 의향을 통보받았다.
대웅제약은 권리 반환 이후에도 베르시포로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유럽호흡기학회에서는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2상에 등록된 특발성폐섬유증 환자 104명의 특성을 공개했다. 환자 등록은 완료돼 임상 2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으며 2027년 상반기 톱라인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2019년 길리어드와 최대 7억8500만 달러 규모의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 계약을 맺었지만 2024년 10월 권리를 돌려받았다. 같은 해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8억7000만 달러 규모로 이전한 MASH 후보물질 ‘YH25724’도 2025년 3월 반환 통보를 받았다. 두 계약에서 반환 의무 없이 수령한 금액은 각각 1500만 달러와 5000만 달러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