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2026 한국소비자법학회 추계 공동학술대회’에선 ‘인공지능(AI) 시대의 소비자보호와 소비자법의 새로운 과제’를 주제로 AI 에이전트(비서)의 책임 문제가 논의됐다.
제1세션에서는 현대호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황원재 고려대학교 교수가 각각 △AI 에이전트와 입법 방향에 관한 고찰’ △'에이전트 AI와 소비자계약’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같은 세션에서 △김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에이전트 AI로 인한 사고와 책임’ △최난설헌 연세대학교 교수가 ‘에이전트 AI와 전자상거래법상 이슈’를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에는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과 김중길 국립금오공과대학교 교수, 김민성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AI 에이전트가 상품 검색·비교에 그치지 않고 외부 시스템과 연결해 주문·결제 등 실제 거래까지 수행할 수 있는 만큼 AI 에이전트 개발·운영사 등의 책임 범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사무총장은 “플랫폼이 소비자의 선택에 더 깊게 관여할수록 그만큼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누가 알고리즘과 인터페이스를 설계했고 누가 상품의 노출과 배제를 결정했으며 누가 결제와 취소경로를 통제했는가 등을 기준으로 책임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소비자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거나 잘못된 정보로 거래할 때도 관련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AI가 결정했다는 이유로 사업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비자의 권리 행사가 구매만큼 편리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상품을 찾아 주문할 수 있다면 사용하지 않는 구독서비스를 찾아 해지하거나 잘못 청구된 금액의 환불을 요구하고 불리한 약관을 찾아주는 기능도 가능해야 한다”며 “AI의 구매를 자동화했다면 소비자의 구매 철회와 환불도 자동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AI에 구매를 맡기더라도 소비자의 최종 선택권과 통제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AI에게 구매를 위임했다고 해서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권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가격과 품질, 배송, 개인정보 보호 등 AI가 무엇을 우선적으로 판단할지 소비자가 정하고 이를 언제든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빠르면 올해 안에 AI 에이전트가 소비자 대신 상품을 검색·비교하고 주문·결제까지 하는 서비스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관련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소비자안전'을 주제로 열린 제2세션에서는 △김세준 성신여자대학교 교수가 ‘소비자 안전 통합관리를 위한 정책과 법제도: 위해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정신동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의 위해물품 확산 방지제도’△유성희 소비자시민모임 AI위원회 위원장은 ‘인공지능 사용과 소비자 안전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백경희 인하대학교 교수는 ‘의료분야 생성형 인공지능의 사용과 의료소비자 보호’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AI 워싱(AI를 내세워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 등 악용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AI 기반의 위해정보 분석·유통차단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며 “현재 수립 중인 ‘제7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과 관련해서도 AI 기반 시장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AI 환경에 필요한 소비자 보호 체계를 보강하겠다고 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