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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난민 보고서 ④] “앱 없는 어르신, 병원서도 뒷전”…'모바일 줄서기' 장벽에 밀려나는 고령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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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난민 보고서 ④] “앱 없는 어르신, 병원서도 뒷전”…'모바일 줄서기' 장벽에 밀려나는 고령층
대형 병원부터 동네 의원까지 앱이 먼저
  • 정현철 기자 jhc@csnews.co.kr
  • 승인 2026.10.06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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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주문, 모바일 금융 등 디지털 전환이 일상화 됐지만 누군가에게는 식사 한 끼, 은행 업무조차 넘어서기 힘든 장벽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모두를 위한 디지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를 기치로 소비생활 깊숙이 드리운 디지털 장벽의 민낯을 10편 기획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 고혈압 관리를 위해 대형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80대 허 모(여. 서울 거주) 할머니는 최근 들어 불편함이 더욱 커진 상태다. 접수부터 검사, 수납, 처방전 발행까지 사람이 맡아서 하던 업무가 스마트폰에서 앱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 허 할머니는 "매번 앱을 열고 이것저것 만져보다 포기하고 만다. 키오스크도 어려워 직원 도움을 받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진료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예약부터 접수, 진료비 결제까지 병원 직원과 만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검사 결과와 처방전도 앱을 통해 받는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빅5 대학병원의 자체 앱 기능을 살펴보니 예약, 결제, 검사 결과 확인, 주차 등 병원 방문 시 필요한 주요 기능들이 모두 적용돼 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은 대기 순번을 받고 기다릴 필요없이 앱으로 접수도 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처방전 및 관련 서류도 앱으로 받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앱에서는 병원 내부 길찾기와 외래진료 대기현황 기능이 있다. 입원환자는 담당 의사의 회진 일정과 수술 진행현황, 식단 등 입원생활 관련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3월부터 신용카드 사전 등록 시 진료와 검사를 마친 뒤 별도의 수납 절차 없이 귀가하고 당일 저녁이나 다음 날 자동 결제되는 ‘오픈카드’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카드 등록과 결제 후 영수증·진료비 세부내역 확인도 전부 모바일에서 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앱에는 실시간으로 주차 여유 공간을 확인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병원 진료를 위해서 앱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병원 진료시스템이 디지털화 되면서 직원 접수창구 규모는 점점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사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으로서는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도 현저히 적다.

실제로 디지털 서비스는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게는 장벽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제1차 성인디지털문해능력조사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비율은 18~39세 응답자의 8.9%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40~59세는 34.8%, 60세 이상은 77.7%에 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도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을 100으로 봤을 때 71.8에 그쳤다.

병원 방문 시 앱 사용자와 미사용자의 동선만 살펴봐도 차이는 확연하다.

삼성서울병원에 차를 타고 방문한 재진 환자를 예로 들면 앱 이용자는 진료과에 도착한 뒤 별도의 접수창구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진료·검사 접수를 할 수 있다. 이후 앱에서 자신의 외래·검사 대기현황과 이동할 장소를 확인하고 진료를 받은 뒤 진료비도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다. 약 처방이 나오면 원외처방전을 앱에서 외부 약국으로 바로 전송할 수 있고, 귀가할 때는 앱이나 모바일 웹을 통해 주차비를 정산할 수 있다.

반면 앱을 사용하지 않는 환자는 예약시간에 맞춰 해당 진료과를 찾아가 접수 절차를 밟고 병원 내 대기 전광판 등을 통해 순서를 확인해야 한다. 진료가 끝난 뒤에는 원무 수납창구나 무인수납기에서 진료비를 결제하고, 약 처방이 있으면 수납창구나 무인수납기에서 환자보관용과 약국제출용 원외처방전을 출력해 약국에 제출해야 한다. 차량을 미리 등록하지 않았다면 홈페이지나 원무 무인키오스크, 주차요금계산소에서 차량을 등록하거나 출차 전 사전정산도 필요하다.

대형병원 관계자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키오스크 등 앞에 안내 인력을 두고 환자들의 병원 이용을 돕고 있다. 키오스크 이용 어려움에 따른 불만 접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AI로 만든 이미지.
▲AI로 만든 이미지.

◆ 동네의원도 '앱으로 줄서기'…똑닥·굿닥 접수 확산

진료 과정의 디지털화는 대형병원에 그치지 않는다. 동네 의원에서는 자체 앱 대신 똑닥·굿닥 등 외부 플랫폼이나 태블릿형 키오스크를 접수창구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플랫폼들은 환자가 병원에 가기 전 스마트폰으로 먼저 접수해 대기순번을 받은 뒤 자신의 순서가 가까워지면 내원할 수 있도록 한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지정한 예약과 실시간 대기현황 확인 기능도 제공한다.

굿닥 측은 자사 태블릿 접수를 사용하는 의료기관이 6000곳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구글플레이에서는 똑닥과 굿닥 앱은 각 5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된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앱 ‘29cm’, ‘신세계몰’이나 금융앱 ‘뱅크샐러드’, ‘현대캐피탈’ 등 국내 유명 앱과 비슷한 수준이다.

환자 입장에서 이 같은 서비스는 분명 편리하다. 병원 대기실에서 장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원무창구를 거치지 않고 접수와 수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접수·수납 업무를 줄이고 대기환자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편의가 스마트폰 앱 설치와 회원가입, 본인인증, 키오스크 조작에 익숙한 환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앱에서 미리 순번을 받을 수 있는 의원에서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접수하는 환자와 병원에 오기 전부터 디지털로 줄을 서는 환자 사이에 체감 편의 차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디지털 기기로 인한 접근성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1월 28일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갖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가 전면 시행됐다. 정부는 키오스크 확산 과정에서 장애인과 고령자 등이 겪어 온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제도인 만큼 이것만으로 고령층을 포함한 모든 디지털 취약계층의 이용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와 부산 해운대구, 경기도 성남시 등 일부 지자체들은 병원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장벽을 줄이기 위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교육 대상이 경로당 100여곳 순회 정도로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편의성 확대에 그치지 않고 누구에게나 동일한 의료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보완책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3월 ‘의료 마이데이터 제도 활성화 방안 연구’를 공개하며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간편 인증과 직관적인 이용화면, 오프라인 교육·지원 채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원 측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단순한 편의성 문제가 아닌 의료서비스의 형평성과 포용성을 좌우하는 문제로 봤다.

지난 4월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홍석호 부교수 등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에서도 디지털 활용이 어려운 고령층에는 단순한 교육보다 디지털 안내인력을 활용한 1대1 지원 등 실제 인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동기획 : 소비자가만드는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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