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2023년 말 이후 HD현대는 지난해까지 2년간 매출이 연평균 8% 가량씩 늘었다. 회장 재임 첫해인 올해는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 증가폭은 더 크다. 올해 영업이익은 13조2599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17.4%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조9594억 원으로 지난해 1년치보다 많다.
주력 사업인 조선과 전력기기가 업황 호조를 맞은 가운데 정 회장이 후계자 시절부터 공을 들여온 자율운항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미국 함정사업 등 미래사업에서 수주와 투자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사관계 안정은 과제로 남았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놓고 120일간 갈등이 이어졌으며 부분 파업까지 발생했다.
◆ 정기선 체제서 실적 퀀텀점프...안정적 수주로 미래 성장도 기대

정 회장은 2023년 말 부회장 승진으로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맡으며 후계자 꼬리표를 뗐다. 2024년 수석부회장에 이어 지난해 회장으로 승진하며 '원톱'이 됐다.
HD현대 매출은 60조 원 초반대였지만 부회장 승진 첫해 68조 원가량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2025년에는 70조 원으로 앞자리 수를 바꿨고 올해는 85조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배 늘었는데 올해 전망치가 실현되면 다시 한번 두 배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게 된다.

정 회장 체제에서 HD현대는 안정적인 수주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실적도 견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9월까지 169척의 배를 수주했다. 수주액은 187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주액 185억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연간 수주 목표는 233억1000만 달러로 현재 달성률은 80.3%다.
수주잔고도 확대됐다. HD한국조선해양의 연결 기준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82조2369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98조8087억 원으로 약 20% 증가했다. 수년치 일감을 확보한 가운데 고선가 선박이 순차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조선 부문의 수익성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수주에는 정 회장이 후계자 시절부터 공을 들인 자율운항과 SMR, 미국 함정사업 등의 실적도 힘을 보탰다.
정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 첫 메시지에서 HD현대를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선 부문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미국 시장 개척, 건설기계에서는 신시장 확대, 정유·석유화학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주문했다.

◆ 자율운항·SMR·미국 함정 사업 등 미래사업 보폭 확대
정 회장 취임 1년을 살펴보면 미래 먹거리에서도 사업 확대 움직임과 성과가 눈에 띈다.
자율운항 전문기업 아비커스는 올해 1월 HMM 선박 40척에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회사 설립 이후 최대 단일 계약으로, 당시 기준 솔루션 공급·적용 대상은 약 350척까지 늘었다.
HD현대 관계자는 “아비커스는 현재까지 총 350여 척의 선박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공급했으며 개조 선박 기준으로도 100척 이상의 대형선박에 하이나스 컨트롤을 적용했다”며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반기 흑자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HMM은 지난 3월 아비커스에 290억 원을 투자하고 지분 6.25%도 확보했다. 자율운항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고객사가 직접 지분 투자까지 나선 것이다.
아비커스는 정 회장이 사장 시절부터 육성해온 대표적인 미래사업이다. 2020년 출범한 뒤 2022년 대형선박의 대양횡단 자율운항에 성공했고 이후 국내외 선사를 대상으로 적용 선박을 확대해왔다.
지난 5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 핵심설비 제작·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SMR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있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빌 게이츠를 만나 SMR 사업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 회장은 올해 3월 미국 회동에 이어 5월 서울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만나 공급망 확대와 상업화 진행 상황을 점검했고, 8월에도 다시 만나 SMR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SMR 주기기 전용공장에 2386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선박 적용도 추진 중이다. HD현대는 2030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1만5000TEU급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을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선급으로부터 설계모델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올해 포시도니아 2026에서는 용융염원자로(MSR)를 적용한 대형 자동차운반선(PCTC) 개념설계에 대해 영국선급의 기본인증도 받았다.
미국 함정사업에서도 수주가 이어졌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올해 1월 USNS 세사르 차베즈함, 4월 USNS 리처드 E. 버드함 정비사업을 추가 수주했다.
인공지능(AI)과 스마트조선소 분야에서는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그룹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HD현대는 조선 중심이었던 팔란티어 활용 범위를 전력기기와 로봇, 선박서비스 등으로 넓히고 미래 첨단 조선소(FOS) 구축도 이어가고 있다.
FOS는 2030년 완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HD현대는 2023년 1단계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마쳤으며 현재 설비·공정·데이터를 연결하는 2단계 '연결·예측·최적화된 조선소' 구축을 진행 중이다.
HD현대 관계자는 “FOS 구축이 완료되면 생산성은 30% 향상되고 선박 건조 기간도 30%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노사 안정, 지분 승계 등은 과제
정 회장이 추진하는 미래사업 모두가 본격적인 수익 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수소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2022년 CES에서 그린수소 생산과 액화수소 운송, 활용을 연결하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 계획을 제시했다. HD현대는 액화수소운반선과 연료전지 등의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율운항이나 SMR과 비교하면 사업화 성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노사 안정과 안전 강화 역시 시급한 당면 과제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두고 6월부터 약 120일간 교섭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부분 파업에 나섰고 영업이익의 최소 30% 성과 공유와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회사와 이견을 보여왔다. 노사는 지난달 말 기본급 12만 원 인상과 일시금 1100만 원·200% 지급, 성과급 지급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회사 측 추산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4056만 원 수준의 보상 효과다. 하지만 지난 2일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 52.14%로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노사는 다시 교섭을 이어가게 됐다.
조선업 호황과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만큼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간 간극을 줄이고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올해 HD현대중공업에서만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HD현대삼호와 HD현대엠앤에스까지 더하면 올해 그룹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5건으로 늘어난다.
그룹 총수에 등극한지 1년을 맞은 정 회장의 최대주주 등극 역시 과제다.
회장 승진 당시 정 회장의 HD현대 지분은 6.12%였는데 지난 9월 초 부친 정몽준 이사장으로부터 3.55%의 지분을 증여받았다. 다만 아직까지 그룹 지배지분의 대부분은 정 이사장이 보유하고 있다. 정 이시장 지분율은 23.05%로 정 회장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지분을 받기 위한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지난 6일 종가 19만5300원 기준 정 이사장 보유 지분가치는 약 3조5600억 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해도 정 회장은 약 2조 원가까운 승계 자금이 필요하다.
이 외에 HD현대는 아산사회복지재단 등 공익법인이 4%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7% 지분을 지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
